2015.11.06
지난해 4월 아제르바이잔의 국부펀드인 소파즈는 서울 중구에 있는 파인애비뉴 오피스빌딩을 4775억원에 인수했다. 이 빌딩은 부동산펀드인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21호가 2007년 3250억원에 매입했던 것으로, 펀드는 7년 만에 1525억원 차익을 챙겼다. 이 펀드에는 미래에셋생명, NH농협생명, KDB생명, 우리은행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부동산 투자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면 직접 빌딩을 구입하는 것을 넘어 펀드 등을 통해 간접투자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장점에다 수익률도 높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관련 시장 규모는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커지는 부동산 간접투자시장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간접투자는 크게 부동산펀드와 부동산투자신탁(리츠·REITs) 두 가지가 있다. 부동산펀드는 실물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리츠는 리츠회사가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모아 실물 부동산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대출 채권 등에도 투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10월 말 현재 부동산펀드 순자산총액은 34조5042억원에 이른다. 1월 말(30조7428억원)과 비교해 12% 늘어났다. 공모보다는 사모펀드 성장이 두드러진다. 1월 말 29조6379억원에서 10월 말 33조4383억원으로 10개월 새 3조원 이상 증가했다. 저금리시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사모펀드 쪽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리츠도 지난해 말 회사 수 98개, 자산총액 15조원이던 것이 9월 말 118개, 16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국토교통부는 신규 인가가 진행 중인 리츠들을 포함하면 올해 말 전체 자산규모가 17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펀드와 리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수익률 때문이다. 임대수익 배당 등을 통해 꾸준히 연 5∼8%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오피스 빌딩에 대한 투자 비중이 여전히 높긴 하지만 최근에는 호텔이나 물류시설, 해외부동산 등 투자처가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달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2970 마켓스트리트’ 빌딩 인수에 나섰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페이몬트호텔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부동산투자자문업도 들썩
금융사들은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부동산투자자문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전통적인 부동산 직접투자 수요를 노린 것이다. 지난해 신한은행, 신영증권, 키움증권이 부동산 자문업 인가를 받았으며, 올해 들어서 우리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부동산자문업에 뛰어들었다. KB국민은행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가를 받으면 건물이나 땅 매입, 매각, 임대차, 세금 문제 등 관련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다. 영업점에서 부동산 자문이 필요한 고객에 서비스 차원에서 상담을 해줬다면, 인가를 받으면 정당하게 수수료를 받고 더 질 좋은 자문을 할 수 있다. 상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금융사들은 자산가들에게 투자를 권할 수 있는 알짜 매물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부동산은 주식과 같이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차익을 추구하면서 채권처럼 꾸준한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중간적인 수익구조를 가진 투자대상”이라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주변 상권, 수익률 등을 꼼꼼히 분석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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