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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대체투자 비중 14년만에 첫 동결 초저금리시대 상대적 고수익…자산가격 거품 우려 美 금리인상 후 시장변화 주시…자구책 마련 분주

Bonjour Kwon 2015. 12. 14. 04:50

 

미국의 금리인상과 함께 시중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대체자산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이나 인프라에 직접 투자한 자산뿐 아니라 PEF 운용사에 맡긴 출자금에서도 국민연금이 대규모 손실을 볼 수 있다

 

. 전문가들은 현재 대체자산 가격에 10% 이상의 거품이 낀 것으로 본다.

 

2015.12.14

 

국민연금이 부동산·인프라·PEF(사모펀드) 등 대체투자를 시작한 이후 14년만에 처음으로 투자비중을 동결한다. 대체투자시장의 경우 연 1%대의 초저금리 시대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지만 최근 자산가격 거품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내년 전체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대체투자 비중을 올해와 같은 11.5% 수준으로 유지한다. 당초 2015~2019년 중기자산배분계획에 따른 내년 대체투자 비중은 11.9%였지만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계획을 변경해 의결했다.

 

국민연금이 2002년 대체투자에 착수한 이후 투자비중을 동결한 것은 내년이 처음이다. 최근 2~3년 동안 대체투자 확대를 전제로 비중을 얼마나 늘릴지를 두고 수치를 조정한 적은 있지만 투자비중 자체를 동결하기로 한 경우는 없었다.

 

기금운용위가 내년 대체투자 비중 동결을 결정한 것은 시장이 과열되면서 투자할만한 자산이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통투자자산인 주식과 채권 가격이 급락하자 시장에 풀린 자금이 상대적으로 금융시장의 영향을 덜 받는 대체투자시장으로 몰리면서 자산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2009년 7억7250억파운드(당시 환율 1조5000억원)에 산 영국 런던의 HSBC 본사 빌딩의 경우 지난해 말 카타르 투자청(QIA)에 12억파운드(2조2500억원)에 팔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액 대비 1.65배 수준의 수익을 거둔 셈인데 바꿔 말하면 5년 만에 시장이 그만큼 과열됐다는 얘기"라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즐겁지만 구매자 입장에서는 괴로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시장은 더 과열된 모습이다. 연기금이 투자할만한 사무용 빌딩 가격 상승률이 연 10%에 달한다. 지난 10월 코레이트투자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서울 역삼동 캐피탈타워의 매각가는 3.3㎡당 2700만원(총 5100억원)으로 지난해 아부다치투자청이 3.3㎡당 2490만원에 사들인 남산스테이트타워 매입가보다 8% 이상 올랐다.

 

관련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함께 시중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대체자산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이나 인프라에 직접 투자한 자산뿐 아니라 PEF 운용사에 맡긴 출자금에서도 국민연금이 대규모 손실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대체자산 가격에 10% 이상의 거품이 낀 것으로 본다.

 

대체자산 거품이 심해지면서 이미 실제 수익률도 기대수익률을 밑돌기 시작했다. 최근 4년(2011~2014년) 동안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연평균 벤치마크수익률은 6.24%로 기대수익률(8.25%)을 밑돌았다.

 

올 들어 국민연금의 실제 대체투자 비중이 지난 8월 말 기준 10.1%로 올해 목표비중(11.5%)은 물론 지난해 목표비중(11.3%)에도 미치지 못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올 상반기 부동산과 차입매수(LBO) 인수금융시장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비중을 동결해도 전체 기금 규모가 늘어나는 데 따라 대체투자금 자체는 늘어난다. 국민연금은 올해 도입한 헤지펀드 투자를 해외주식투자가 아닌 대체투자로 분류하는 등 자구대책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관계자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대체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속 모르는 얘기"라며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빚어질 시장 변화가 중장기 수익률에 또다른 위험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시기인 만큼 적절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재현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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