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3
9년 6개월 만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한 가운데 투자 부적격 등급 채권인 정크본드(하이일드채)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바닥을 뚫고 추락하고 있는 국제유가도 위태로운 정크본드 시장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시중금리도 동반 상승해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값은 떨어지게 된다. 기존에 채권에 대거 투자금을 집어넣은 투자자들이 채권투자 손실을 줄이려면 금리 인상 전에 채권 매입 포지션을 줄여놔야 한다. 그만큼 채권 매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저유가 쇼크로 에너지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이들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채권 투매 분위기 확산으로 연결되고 있다.
가장 먼저 유동성 부족을 겪는 곳은 바로 고위험·고수익 투자 부적격 등급 채권이다. 시장에 돈이 넘쳐날 때는 고수익을 좇아 정크본드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지만 유동성이 쪼그라들면 가장 먼저 돈이 빠지는 곳도 정크본드 시장이다.
11일 뉴욕증시가 폭락한 것은 바로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정크본드 환매가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하이일드 뮤추얼 펀드인 '서드 애비뉴 포커스드 크레디트 펀드'가 투자자들의 대대적인 환매 요구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하면서 환매를 중단한 게 주식 투매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앞으로 수개월간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투기등급 회사채 ETF(상장지수펀드)인 '아이셰어즈 아이박스 달러 하이일드 회사채 ETF'는 이날 2% 넘게 급락해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아이셰어즈 ETF를 구성하는 종목 중 11.5%는 에너지 기업이다. 이날 정크본드 환매 중단과 뉴욕증시 급락 사태는 2008년 12월 이후 7년간 이어져온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는 데 따른 전조 증상이라는 해석이다.
HSBC 채권 트레이더는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인데도 고위험 회사채부터 유동성이 마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위험 회피 성향이 높아져 하이일드채 매도를 받아줄 매수 세력이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016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14달러(3.1%) 떨어진 배럴당 35.62달러에 마감했다.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1.82달러(4.6%)나 빠진 배럴당 37.91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브렌트유가 38달러를 하회한 건 2008년 12월 이후 7년 만이다.
날개 없는 유가 추락은 원자재 관련 기업들의 실적 악화 위기감을 키웠다. 이들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상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정크본드 시장은 한층 얼어붙을 공산이 크다. 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위원들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 가능성도 걱정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2010년 대비 93% 상승했다. 가장 과열된 부동산 분야는 아파트빌딩이다. 2009년 9월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고 2007년 정점과 비교해 34% 오른 것이다. 미국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은 2014년보다 10% 증가한 1조7600억달러에 달한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3분의 2는 미국 중소은행들이 내준 것이다. 사모펀드(PEF)와 부동산투자신탁도 이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미 연준은 이 같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가 발생할 경우 미국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악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연준이 금리 인상에 대해 충분히 예고한 만큼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진단이다. 또 연내 금리 인상 이후 추가 금리 인상은 점진적이라는 점도 시장 충격을 줄여줄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