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18
셀트리온 (98,800원 4700 -4.5%)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글로벌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경쟁 구도가 구체화 되고 있다. 아직 까지는 주력 바이오시밀러가 다르지만 다수의 파이프라인이 겹쳐 세계 시장에서 격돌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17일 바이오시밀러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안에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를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 신청할 계획이다. 레미케이드는 다국적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약으로 셀트리온이 미국 내 판매를 눈앞에 둔 램시마의 오리지널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에서도 이 제품 판매허가를 신청해놓은 상태다. 셀트리온과 시장이 완전히 겹치는 셈이다.
◇관절염, 대장암, 유방암까지… 똑같은 오리지널서 대결 =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또 다른 오리지널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를 지난해 말 국내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엔브렐, 레미케이드와 함께 글로벌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시장을 석권한 휴미라도 임상3상을 마쳤다.
엔브렐, 휴미라는 셀트리온의 연구영역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전임상 단계이긴 하지만 언제든 속도를 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류마티스 관절염뿐 아니라 아바스틴(대장암), 허셉틴(유방암) 등에서도 파이프라인이 겹친다. 관건은 누가 먼저 글로벌 시장에 깃발을 꽂느냐다.
업계 관계자는 "3대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만 해도 세계 시장 규모가 32조원이 넘는다"며 "임상에 속도를 내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램시마 시장을 지키고 새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셀트리온의 정면충돌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사상 최대 매출로 기세 올려 = 파이프라인에서는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지만 실적에서만큼은 셀트리온이 크게 앞선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전년동기대비 28.1% 증가한 6034억원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28.5%, 34.7% 증가한 2589억원, 158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셀트리온 약진의 원동력은 램시마 판매 확대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글로벌 판매 자회사 셀트리온헬스케어에 4644억원 규모의 램시마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셀트리온 전체 매출의 약 77%에 해당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으로부터 공급받은 램시마를 유럽시장 등에 수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직 이렇다 할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투자를 이어가다 보니 2014년 영업손실 251억원이 발생했다. 잠재력이 없는 건 아니다. 브렌시스가 유럽 판매 허가를 얻어 올해 가시적 성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제품 판매와 수익은 바이오기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인 연구개발(R&D) 자원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양사간 차이를 무시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각각 300여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해 인력구조가 비슷하다. 지금까지 투자된 연구개발비(누적)는 셀트리온은 9400억여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1조5000억원 규모다.
◇'한 방' 노리는 삼성바이오에피스 = 막대한 연구비를 지속적으로 투여하려면 연구비를 커버할 만큼 충분한 수익을 거두거나 어디선가 돈을 끌어와야 한다. 상장사인 셀트리온은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물론 매출을 통해 이를 해결한다. 매출이 증가하는데다 영업이익률도 40%대에 달해 선순환 구조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나스닥 상장 일정이 지연돼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은 당분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되면 차입 또는 사채발행에 의지하거나 그룹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 금융비용 등은 부담요인이다.
업계는 그러나 램시마를 제외한 나머지 파이프라인이 유럽과 국내 허가 내지 전임상에 그친 셀트리온에 비해 4개 파이프라인 모두 임상1상에서 3상에 도달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파이프라인이 짧은 시차를 두고 시판되면 한순간에 폭발적인 매출이 일어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단시간 내에 세계적인 바이오시밀러로 인정받게 된 건 신약 개발만큼이나 어렵고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기 때문"이라며 "차입이나 사채 발행은 금융비용을 동반하기 때문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시적 성과와 상장 여부가 관심대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