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분석>**********

국내 건설사들 신시장 개척, 연구개발 역량 확대, M&A 3위일체 해야 부진 탈출

Bonjour Kwon 2016. 1. 26. 19:13

2016.01.26

 

 

SK건설이 지난해 미국에서 수주한 천연가스 액화플랜트 조감도.  제공 | SK건설

 

[스포츠서울 박시정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신시장 개척, 연구개발, 기업 인수 합병(M&A) 노력이 절실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전년 대비 30%나 감소한 461억달러로 집계됐다. 2008년(476억달러) 이후 7년 만의 최저치다. 해외건설협회는 올해도 이 수준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국제유가가 더 떨어져 건설 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도 올해 해외 수주 달성 목표액을 정하지 않았다.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해 국내 주택 경기 호조에 힘입어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지만 실적 부진의 늪에서 근본적으로 탈출하려면 세 가지를 실행에 옮겨 성과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신시장 개척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달러박스였던 중동 건설 시장이 국제 유가 하락으로 침체된 상황이어서 신시장 개척이 절실하다. 다른 하나는 중국 건설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 수준의 건설사로 발돋움하려면 연구개발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취약한 분야에 대해서는 과감한 M&A를 통해 단기간에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분석한다.

 

◇ 중동을 대체할 건설 시장은 어디?

건설사들은 중동 건설 시장에서 극심한 수주 가뭄을 겪으면서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신시장은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북미와 브라질 베네수엘라 칠레 등 중남미는 기업들이 공통으로 주목하는 지역이다. 기업에 따라서는 아프리카 국가들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인도와 최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도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셰일가스 호황으로 인해 석유화학 플랜트에 대한 발주를 늘리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경제 상황이 비교적 괜찮은 지역으로 꼽힌다. 국내 건설사들이 석유화학 플랜트에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 석탄화력발전소를 가스화력발전소로 교체하거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건설하는 분야에 도전해볼 만하다. 실제로 SK건설은 2014년 매그놀리아 LNG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340만톤의 천연가스 액화플랜트를 짓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13억6000만달러 규모의 본계약을 맺었다.

 

중남미 국가들은 사회간접자본과 석유화학 플랜트는 국가 발전을 위한 필수 시설이라는 점에서 선별적으로 발주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2012년 콜롬비아 베요 하수처리장 및 베네수엘라 푸에르토 라 크루즈 정유공장, 우루과이 뿐다 델 띠그레 복합 화력공사 건설사업에 진출했다. 2014년 2월엔 칠레에서 차카오 교량 공사를 수주했다. 같은해 6월엔 베네수엘라에서 48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GS건설은 2014년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공사(PDVSA)가 발주한 엘 팔리토 정유공장 증설공사 총괄관리 사업을 수주하며 중남미에 진출했다. 지난해 1월 PDVSA가 발주한 26억 달러 규모의 피리탈 가스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도 발전 부분과 도로 등 인프라 건설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국내 건설사들이 주목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현지 업체들과 수주 경쟁을 피할 수 있는 LNG 터미널이나 고효율 발전소 수주 가능성이 있다. 고속철도 건설은 중국과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어 수주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란 건설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이란 건설 시장이 지난해 461억달러에서 올해 496억 달러, 2017년 547억 달러, 2018년 618억 달러 규모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 연구개발 역량 강화와 적극적인 M&A 시도해야

건설사들은 자신의 장·단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수익성이 있는 곳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것 저것 다 하려다가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자신들의 강점을 키우기 위한 연구개발 노력도 중요하다. 지난해 해외 수주가 급감했는데도 연구개발 능력을 키운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최고경영자(CEO)가 재임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워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CEO 평가 항목에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넣어야 이같은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은 M&A에도 둔감하다. 국제 무대에서는 IT 업계 뿐만 아니라 건설 업계에서도 M&A는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저명한 국제건설잡지 ENR도 최근 향후 5~10년 사이의 최대의 이슈로 M&A를 제시하고 있다. 연구개발만으로는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운 데다 M&A가 연구개발보다 훨씬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2013년 영국의 LNG 저장탱크·인수기지 설계 전문업체인 웨소(Whessoe)를 인수했고 GS건설은 같은 해 스페인 수처리업체 이니마를 인수했다. 이후 M&A는 뚝 끊겼다. 현재의 기술력은 몇 년 내에 중국 건설사들에 따라잡힐 가능성이 큰 데 국내 건설사들은 연구개발도 M&A도 등한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안주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charli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