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8
한화그룹의 화학 계열사들이 두드러진 실적을 보이며 그룹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2014년 말 삼성에서 편입된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이 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우뚝 서고 있다. 한화가 삼성의 화학부문을 인수할 때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화학사업은 덩치는 크지만 수익성은 떨어지는데다 장기적인 어려움도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룹 간 빅딜은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한화그룹 화학 계열사의 매출을 합치면 20조원에 육박한다.
한화의 화학부문은 삼성 화학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그룹의 실질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다.<사진 : 한화케미칼>
2014년 기준 한화그룹 전체 매출은 약 37조원이다. 매출 1위인 한화생명(약 11조7600억원)에 이어 한화토탈이 약 8조8000억원으로 매출 2위를 기록했다. 한화손해보험이 3조3600억원, ㈜한화가 5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렸고 한화케미칼이 3조9000억원, 한화종합화학이 1조8900억원을 기록했다.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이 그룹 내 주요 계열사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화토탈의 경우 그룹 내 전체 계열사 중에서 매출 2위를 달성하며 주목받고 있다. 한화토탈은 2015년 3분기까지 6조2438억원의 누적 매출액을 기록해 이미 전년 동기 실적(6조1823억원)을 뛰어 넘었다. 2015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5703억원으로 2014년 전체 영업이익(1727억원)의 3배를 넘는다.
2014년 3조9517억원을 기록했던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3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114억원에 불과했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5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유가하락으로 매출은 줄었으나 순이익은 10배 이상 성장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이러한 화학부문의 괄목할 만한 성과는 삼성 화학 계열사 인수가 규모의 경쟁력을 넘어 실질적인 시너지를 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여천NCC와 한화토탈의 나프타 분해설비가 합쳐지면서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생산규모가 세계 9위 수준인 291만t으로 늘어났다. 나프타 구매량이 크게 늘면서 구매 파워가 강력해져 원가 절감이 가능해졌다. 또 나프타-콘덴세이트-LPG로 다각화된 원료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돼, 저가 원료를 기반으로 삼는 북미·중동 석유화학 회사와의 경쟁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각화되면서 기존 일부 주력 제품의 경쟁력 저하와 수익성 악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익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저유가로 인한 원가하락이 실적개선에 도움을 주긴 했지만 무엇보다 발 빠른 해외진출, 연구개발 강화, 원천기술 확보,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사업 고도화 등 중장기적 체질개선에 나선 것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특히 2011년 중국 저장성(浙江省) 닝보(寧波)에 30만t 규모의 PVC 공장을 건설해 세계 최대 PVC 시장인 중국 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석유화학산업은 그동안 메이저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면서 경쟁구도가 크게 바뀌었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 유가하락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현 상황에서는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사업구조를 다변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 중 하나다. 특히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육성해야 할 주력사업이 아니면 그 역량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한화그룹에서 석유화학부문은 주력사업이다.
김승연 회장은 2015년 신년사에서 삼성과의 빅딜을 언급하며 “우리는 잘할 수 있는 사업에 더욱 집중함으로써 그룹의 핵심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혁신하고자 한다”며 “화학부문은 그룹 선대 회장과 제가 취임 당시부터 열정을 쏟았던 사업으로,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회사를 일류기업으로 키워주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김희철 한화토탈 대표는 “한화그룹에서 화학사업은 과거이자 현재이며 또한 미래”라고 말했다. 한화는 지난 60여년 동안 그룹의 실질적인 성장을 이끌어온 핵심사업인 석유사업도 대표사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공장 운영 노하우, 혁신활동 등을 공유하며 더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시장의 침체에 아랑곳하지 않고 뚝심으로 밀어붙인 결과 세계 1위 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사진 : 한화큐셀>
태양광 생산규모 세계 1위 ‘볕들었다’
한화그룹의 신성장 엔진인 태양광 분야도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2010년 태양광 사업의 돛을 올린 한화는 사업 진출 5년 만에 세계 1위 셀 생산 규모를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화는 2010년 8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해 ‘한화솔라원’을 출범시키며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1년 태양광 발전 사업을 추진할 한화솔라에너지를 설립했고, 같은해 4월에는 한화케미칼이 폴리실리콘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2012년 세계 최고 수준의 셀 기술과 생산력을 갖춘 독일의 큐셀을 인수, 한화큐셀을 출범시켰다. 인수합병과 생산설비 투자에만 1조3000억원가량을 베팅했다. 지난해 2월에는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이 합병해 한화큐셀로 거듭났다. 태양광 셀과 모듈, 발전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는 한화큐셀의 지난해 기준 태양광 셀 생산용량은 4.3GW(기가와트)로 세계 1위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처음에는 순탄치 않았다. 재계뿐 아니라 내부의 우려도 컸다. 글로벌 재정위기로 세계 각국은 신재생에너지에 주는 보조금을 삭감했고 관련 업체들의 난립으로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세계 유수의 글로벌 태양광 기업들도 무너지던 때였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은 태양광 시장의 침체에 아랑곳하지 않고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김 회장은 “태양광과 같은 미래 신성장사업은 장기적 시각에서 투자해 그룹의 새 역사를 이끌 소중한 토대로 키워가야 한다”고 독려했다.
김동관 한화큐셀 영업실장(전무)은 다보스포럼 등 세계적인 콘퍼런스에 참여해 “태양광 발전 기술의 진화에 따른 발전 원가 하락으로 관련 시장은 더욱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화그룹이 태양광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은 사업 진출 4년 만인 지난해부터다. 일본, 중국, 남미, 유럽 등지에서 잇따라 새로운 태양광 발전소 건설 및 모듈 공급 계약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와 1.5GW 규모의 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 단일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 수주라는 쾌거를 일궈냈다. 이어 5월에는 국내에서 1.5GW의 셀 공장과 500MW(메가와트)의 모듈 공장을 각각 짓기로 하는 등 국내 태양광 산업 육성에도 적극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화큐셀은 2015년 2분기 매출 3908억원, 영업이익 11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3분기에는 매출 4938억원, 영업이익 277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합병 이후 한국, 말레이시아, 중국의 생산 네트워크 라인의 자동화 프로젝트도 빠르게 추진했다.
한화큐셀의 주력 공략 해외시장은 미국과 일본 시장이다. 미국은 태양광 세금공제제도가 연장돼 지속적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한화큐셀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한화큐셀은 일본 시장에서도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2014년 일본에서 외국 기업 태양광모듈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도 전년보다 많은 모듈을 판매했다.
태양광 신흥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신흥시장 중 하나인 인도에는 현지 신재생에너지 회사와 공동으로 합작법인을 세우고 148.8MW에 이르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한다. 터키에는 18.3MW의 태양광 발전소를 직접 건설해 매년 1만3467MWh의 전력을 생산한다.
중국 태양광 업체의 무차별 공세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태양광 업황의 지표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해 1월 19달러대에서 12월 13달러대로 떨어졌다. 한화케미칼은 기존에 세웠던 폴리실리콘 생산공장 추가 투자를 중단하고 한화큐셀에 필요한 물량의 30% 정도만 자체 조달했다. 나머지 폴리실리콘은 중국에서 싼값에서 들여와 이익을 극대화 했다. 수직계열화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완제품 분야에서 가격경쟁력과 안정적인 이익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장기 성장세 진입한 태양광 시장
향후 태양광 시장 전망은 밝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지구 행성과 미래 세대의 승리’로 불리는 파리기후협정(Paris Agreement)이 타결됐다. 1992년 UN 기후변화협약 체결 이래 196개 당사국 모두에게 법적 구속력이 있는 첫 기후협약이다. 파리기후협정 체결에 따라 참가국들은 ‘이번 세기 말인 2100년까지 산업화시대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 이하로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급증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세계적으로 태양광시장은 장기 성장세에 진입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SNE 리서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태양광시장 규모는 63GW 수준으로 지난해 54GW보다 17%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후 시장규모도 꾸준히 증가해 2018년 69GW, 2020년 83GW가 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화학·태양광 부문 성장 주역
현장 경험 풍부한 엔지니어 출신이 폭풍 성장 주도
한화케미칼의 김준호(54) 기획부문장(전무)은 여천NCC 재경팀장, 관리총괄임원, 기획총괄임원 등을 거친 기획통이다. 김 전무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한화케미칼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에틸렌 계열부서인 PO사업본부장은 한상흠(56) 전무다. 한 전무는 1998년 한화케미칼에 입사해 영업 및 사업기획, 지원부문장, 닝보법인장 등을 역임했다.
한화케미칼의 대표 사업장인 여수공장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김평득(58) 여수공장장(전무)은 공정 분야 최고전문가로 평가되고 있다. 김 전무는 한양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했다. 울산공장은 고려대 화학공학과 출신의 김형준(55) 전무가 맡고 있다.
지원분야에선 유영인 재경부문담당이 눈에 띈다. 2009년부터 한화케미칼 CFO를 맡은 그는 한화큐셀 인수작업뿐 아니라 한화토탈, 한화종합화학의 M&A도 챙겼다. 1986년 한양화학(현 한화케미칼)에 입사해 29년을 이곳에서 근무했다. 성균관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회계전문가로 평소 꼼꼼한 일처리로 정평이 나 있다.
한화토탈 연구소를 이끄는 최창현(61) 부사장은 고려대와 대학원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과학 및 의학 연구의 명문인 프랑스 리옹 제1대학에서 고분자공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최 부사장은 2008년 이후 지금까지 8년간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한화토탈 대산공장장인 윤영인(54) 부사장은 서울대 화공과 출신으로 2011년부터 삼성토탈 대산공장장을 맡으며 현장감을 키워왔다.
한화종합화학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정래준(66) 부사장은 삼성석유화학에 입사해 삼성BP화학 공장장을 거치는 등 현장경험이 풍부하다. 인하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로 뛰어난 전문성을 인정받는다.
한화종합화학 기획담당인 허신도(53) 상무는 삼성 인력들이 한화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직 안정화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산대 회계학계를 졸업했다.
류재규(51) 한화종합화학 지원담당(상무)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1989년 한화케미칼에 입사했다. 한화솔라원, 한화케미칼 인사부문장,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을 거쳤다.
한화의 태양광 사업을 안착시킨 주역으로는 김상훈·이구영 한화큐셀 전무가 꼽힌다. 중국 상하이 인근 치둥(啓東) 공장장인 김상훈(55) 전무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제조원가를 낮춰 제품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양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한 김 전무는 한화케미칼 중국 닝보공장장·울산공장장, 기술부문장을 거쳤다.
이구영(51) 유럽미주지역 모듈사업부장(전무)은 미 넥스트에라와의 1.5GW모듈 공급 계약을 이끌어 신시장 개척과 매출성장에 기여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이 전무는 1990년 한화그룹에 입사해 한화케미칼 PVC해외영업팀장, 한화솔라원 영업실장 등을 거친 영업통이다.
태양광 사업 이끄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한화의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영업실장(전무)이다.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김동관 전무는 학창시절 모범생으로 유명했고, 영어 실력이 뛰어나 공군 통역장교로 3년 4개월간 복무했다. 군 복무를 마친 그는 2010년 1월 28세의 나이로 한화에 입사했고 이듬해 말 한화솔라원의 등기이사 및 기획실장을 맡았다.
회장실 소속으로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남은 기간은 모두 태양광 사업을 이끈 셈이다.
당시 국제 유가 하락 때문에 세계적으로 태양광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사업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내비치며 태양광 사업 확장을 주도했다. 김 전무는 부친인 김승연 회장이 2010년 검찰수사 이후 경영일선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을 때 그를 대신해 태양광 등 한화그룹 전반의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주요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무는 직원들과의 소통이 원활하고 소탈한 스타일로 알려졌다. 글로벌 콘퍼런스 등에 직접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성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동계 다보스포럼에 이어 9월 중국 다롄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차세대 글로벌 에너지 산업 분야 리더로서의 다양한 행보를 펼쳤다. 그는 특히 중국의 급격한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태양광산업의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피력해 주목받았다.
이러한 왕성한 행보를 통해 김 전무는 에너지시장 흐름과 향후 전망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비전을 보이면서 에너지 분야의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서 자리매김했다.
기사: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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