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3.2
3월 부동산 시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건설사들이 분양 성수기의 시작을 3월로 잡고 전국에 4만여가구의 아파트를 쏟아낸다. 대출규제 시행과 공급과잉 논란으로 매매수요가 감소세로 돌아선 상황이어서 3월 분양실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중 전국적으로 4만126가구가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3월 한달 분양물량이 4만 가구를 넘어선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이 가운데 수도권 물량이 2만7011가구에 달한다. 서울은 6490가구로 강남구 개포주공2단지 등 재개발·재건축 단지 물량이 줄줄이 시장에 풀린다.
서울 시내 주요 단지 견본주택에는 수요자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지만 실제 청약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건설사들은 시장 분위기가 지난해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만큼 분양가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 실수요자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구의1구역을 재건축한 삼성물산의 '래미안구의파크스위트'의 경우 3.3㎡당 평균 1990만원에 책정됐다. 선호도가 높은 소형평수는 전용면적 △59㎡ 4억7000만~5억4000만원 △75㎡ 5억7000만~6억4000만원 △84㎡ 6억1000만~6억9000만원 선이다.
인근 현대건설이 짓는 힐스테이트 녹번은 3.3㎡당 분양가가 평균 1590만원대로 더 싸게 책정됐다. 소형평수는 △59㎡ 3억9000만~4억2000만원 △84㎡ 4억9000만~5억4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
래미안구의파크스위트 분양현장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주변에 새 아파트가 드물고 광장힐스테이트의 전세가 정도면 분양받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며 "청약과 실계약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권에 1000가구 이상 대단지 물량이 집중돼 있는 점도 미분양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경기 고양, 광주, 안산, 용인 등 일대에 공급되는 물량 중 1000가구가 넘어가는 메머드급 단지만 6곳에 이른다.
이미 1~2월에 미분양이 속출했던 용인 등 지역 중에서도 역세권에서 멀고 교통여건이 열악한 곳에 위치한 단지의 경우 '눈치보기'가 치열하다. 일부 건설사들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분양 일정을 4월 총선 이후로 미룰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우려가 충분히 진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3~4월 분양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분양가가 비교적 낮게 책정됐더라도 금융권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강화되면서 대출이자가 높아져 실수요자 입장에선 실질부담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실수요자 입장에선 작년과 똑같거나 조금 싼 분양가로 나오더라도 대출이자 부담이 커져 실질 부담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수요자들이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단지를 선호하는 측면도 있지만, 건설사들이 경기가 좋은 기간이 짧다고 생각해 한 번에 몰아 분양하는 경향이 짙다"며 "수요가 그에 못 미치면 미분양이 속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 시장이 가격이나 거래량 모두 지난해에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 매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함 센터장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 전망까지 나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는 더욱 낮아졌다"며 "대출을 30% 정도 끼고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실수요자 외에는 서두르지 말고 준전세 시장에서 체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