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1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10개 중 4개사,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 40% 이상…ING·PCA생명도 알리안츠만큼 높아]
한국 알리안츠생명이 단돈 300만달러(약 35억원)에 헐값 매각된 이후 '제2의 알리안츠'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헐값 매각의 이유로 고금리 상품의 역마진 부담이 꼽히는데 생명보험사 10개 중 4개사는 금리확정형 상품 판매 비중이 알리안츠생명과 비슷하거나 높기 때문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알리안츠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금리확정형 상품 판매 익스포져(금리변동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자산과 부채 규모)가 6조1261억원으로 전체 상품 판매의 47.9%에 달한다. 이 중 고금리상품 비중이 높아 알리안츠생명은 당장 최소 1조원 이상의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보험업계는 지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했다. 지난해 6월 기준 25개 생보사가 금리확정형으로 판매한 상품의 보험료 적립금은 약 201조원대인데, 이 중 5% 이상의 고금리 확정이율 계약만 143조원으로 약 70%를 차지한다. 연 4%대 미만의 계약은 14조원으로 7%에 불과하다.
보험사는 금리확정형 상품을 팔면 만기에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의 보험금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4.3%로 보험료 적립금의 적립이율(4.6%)보다 낮다. 보장 금리와 운용자산 이익률 차이만큼 추가 부담이 생기는 셈이다.
고금리 상품의 역마진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곳은 알리안츠생명만이 아니다. 25개 생보사의 평균 금리확정형 상품 익스포져 비중은 39.7%이며, 10개사는 40% 이상을 기록했다. 생보업계 '빅3'인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48.3%(30조3979억원), 49.5%(27조6659억원)다. 삼성생명은 38.3%로 비교적 비중이 낮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53조9677억원으로 가장 많다. 대형사의 경우 역마진 리스크를 자체 관리하고 있지만 규모가 커서 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사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당장 알리안츠생명에 이어 유력 매각후보로 거론되는 ING생명과 PCA생명의 경우, 금리확정형 상품 익스포져가 각각 46.6%(8조1473억원), 65.5%(6755억원)다. 여기에 오는 2020년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돼 업계는 수십조원대의 자본 확충을 추가로 실시해야 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알리안츠생명 매각 사태는 그간 우려했던 고금리상품 역마진과 국제회계기준 도입 리스크가 어떻게 현실화 될 수 있는지 보여준 단적인 예"라며 "그동안 투자 이익으로 역마진 리스크를 감당해 왔는데 투자부문 손익관리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사면초가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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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영 기자 m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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