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테크(P2P)

저비용과 자동화 투자전략.로보어드바이저( 500억 $시장)최대시험대, 증시 '하락장' 증시상승기 급성장 하락장 경험 없어…인간 자문역 역할 중요

Bonjour Kwon 2016. 4. 27. 07:41

2016-04-27

한창 잘나가는 로보어드바이저들의 장애물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하락장이 로봇들에게 커다란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에이트 그룹(Aite Group)에 따르면 저비용과 자동화 투자 전략으로 중무장한 로보어드바이저의 자산 규모는 500억 달러에 달한다. 최근 수년간 로보어드바이저의 가파른 성장은 증시 상승장과 일치한다. 그러나 이는 곧 시장 흐름이 반전되면 로보어드바이징 업계 역시 시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닉 콜라스 컨버젝스(Convergex) 수석 시장 전략가는 "현재 최대 이슈는 (로봇들이) 아직까지 하락장이 어떤 것인지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층 투자자들이 인내심을 가져줄 순 있지만 인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결국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면서 바로 이 역할 때문에 금융자문가들이 돈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봇들은 최근 시장 변동성에 대한 고객 반응을 분석하고 있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고객 행동을 분석하고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은 로봇의 큰 강점이다. 일례로 로봇은 증시가 얼만큼 하락하면 고객이 로그인을 자주 하게 되는지, 또 주식 매도에 나서는 지 파악 가능하다. 이 분석을 기반으로 로봇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이에 대한 평가를 고객에 메시지로 전송하고, 포트폴리오 조정 시 시장 반등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토빈 맥다니엘 슈왑 웰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리 대표는 "인간 자문역은 어떤 고객이 변덕스러운지 아는데, 우리는 이를 기술을 통해 파악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24일(현지시간)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독립 로보어드바이저 중 가장 규모가 큰 베터먼트와 웰스프론트의 계정 로그인 횟수는 급격히 늘었다. 이날 개장 직후 5분 동안 다우지수는 1100포인트 가량 급락했다. 베터먼트와 웰스프론트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각각 40억 달러와 3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계정에 접속한 고객들이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 아담 내쉬 웰스프론트 최고경영자(CEO)는 변동성 급등 영향으로 위험 스코어(risk score)를 낮춘 고객은 1%도 안 됐다고 말한다. 고객들은 위험 스코어를 통해 포트폴리오의 보수성을 관리할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시그피그 자산운용(SigFig Wealth Management)의 토마스 푸요 부대표는 지난해 8월 포트폴리오 조건을 조금이라도 변경한 고객은 95%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급락 이후 로보어드바이저들은 고객이 미래 변동성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에 나섰다. 댄 에간 베터먼트 행동재무 및 투자 부문 디렉터는 "시장이 하락할 때마다 어떤 전략이 먹히는지를 시험했다"면서 "우리는 하락세가 나타나기에 앞서 고객들과 접촉했지만 이 방법은 효과가 없었다. 고객들은 앞으로 다가올 현상에 대해 더 우려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에간 디렉터는 베터먼트가 직접 고객과 빨리 접촉하는 것보다 고객의 계정 로그인 횟수를 관찰하고 팝업창이나 개인 메시지를 전송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 됐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쉬 CEO는 로그인 횟수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오히려 계정을 덜 확인하는 사람도 있다. 이를 타조 증후군(ostrich syndrome)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시장이 하강기류를 탔을 때 고객을 안정시키는 것은 로보어드바이저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고객의 대부분이 젊은 층이고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까닭이다. 멥 파버 캠브리아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베터먼트와 웰스프론트 웹사이트에서 여러 리스크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이들 업체가 고객들에게 보통 어떤 제안을 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두 업체 고객의 대다수가 젊은 층인 만큼 포트폴리오의 80~90%는 주식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버 CIO는 장기적으로는 주식이 채권 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하지만 변동성이 크고 조정도 크게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젊은 층 투자자들이 부모 세대만큼 시장을 예의주시하지 않는 만큼 윗 세대보다 시장 변동성에 동요할 가능성도 적다.

 

내쉬 CEO는 시장 소식에 일희일비하면 오히려 더 좋지 않은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서, 젊은 층의 투자 패턴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포트폴리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대신 친구나 커리어, 사회생활에 초점을 맞추는 젊은 층이 늘고 있어 자동화 서비스의 앞날은 밝다"면서 주식 매매를 통해 성공을 이루려는 젊은 세대는 줄어드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젊은 층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등한시할 것이라는 추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파버 CIO는 "손실률이 15%에 달하면 투자자들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서기 시작한다. 20% 하락하면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인 자문사의 최대 강점은 '코치'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며, 투자자가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가치는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전통적인 자산관리사에서 발전한 하이브리드형 로봇들은 핵심 자문인력을 두고 있다. 슈왑 인텔리전트 포트폴리오는 고객들에게 재무계획 가이던스 팀과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맥다니엘 대표는 많은 슈왑 고객들이 '인간' 자문역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 다소 놀랐다면서 "시스템을 신뢰하기는 하지만 누군가가 정보를 확인해주기를 원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하이브리드 로보어드바이저인 뱅가드 퍼스널 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인간'이라는 요소가 중요하다면서, 공인된 재무관리사와 분기마다 소통하기를 원하는 고객이 많다고 밝혔다.

 

최근 시장 혼란에도 로봇들은 선방했다. 지난해 8월과 올해 초 시장 변동성에도 베터먼트와 웰스프론트의 고객 계정 수와 투자액은 꾸준히 증가세다. 1월과 3월 베터먼트 고객 수와 투자액은 최대치를 기록했다. 내쉬 웰스프론트 CEO 역시 1월 고객 수가 전년 대비 3배나 증가했고 위험 스코어 변경 건수도 감소했다면서 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고객 포트폴리오가 보수적으로 바뀌진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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