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초저금리 시대, 주식·예금·부동산 편중 벗어나 해외로 눈 돌려야"

Bonjour Kwon 2016. 6. 24. 06:49

2016.06.24

 

[김종민 메리츠화재 CIO]

투자의 사고 틀을 밖으로 - 美·유럽 번화가 건물·회사채

개인이 직접 살 수는 없지만 다양한 펀드 통해 투자 가능

 

국내서 유리한 투자 종목 - 우량 증권사가 발행한 ELB

 

공모주나 공모주 펀드 주목을… 배당주도 초저금리 시대에 매력

 

“초저금리는 이제 적응해야 할 환경입니다. 과거의 사고에서 벗어나 틀을 깨는 투자 전략을 짜십시오.” 메리츠화재 김종민 자산운용실장은 “한국의 주식·예금·부동산에 집중해온 기존 투자 방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미국 기업의 회사채, 유럽 번화가의 오피스 건물 등으로 눈을 돌려야 저금리 시대를 돌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약 10년 전 미국의 '거품'이 터진 이후 시작된 전 세계 경제 주체들의 기나긴 구조 조정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저금리 시대 투자의 답은 지금까지 안 보던 지역과 상품에 있을 수 있습니다. 사고의 틀을 먼저 깨십시오."

 

메리츠화재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김종민 자산운용실장(상무)은 "저금리는 견뎌야 할 일시적인 변수가 아니라 적응해야 할 환경"이라며 "한국보다 먼저 저금리에 돌입한 일본과 유럽 투자자들이 어디로 움직였는지를 보면 답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자산운용(현 키움투자자산운용)에서 펀드매니저, 삼성증권에서 FICC 상품(파생상품) 팀장으로 일했던 김 실장은 2014년 6월에 메리츠화재로 옮긴 후 운용 자산 약 12조원을 책임지고 있다. 보험사 CIO로는 젊은 편인 44세 나이로 지난해 손보사 중 가장 높은 5.6% 수익을 올려 업계를 놀라게 했다. 올해 1분기 수익률도 4.8%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저금리 시대, 과거의 '공식' 폐기하라"

 

―사고의 틀을 깬 투자란 무엇을 뜻하나.

 

"전통적으로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한국에 있는 자산, 그중에서도 주식·예금·부동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 틀을 깨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유럽의 번화가에 있는 사무실 건물에 투자한다거나, 미국의 우량한 회사채로 눈을 돌려보는 식이다. 개인이 해외 부동산 등을 직접 살 수는 없겠지만 최근엔 이와 관련한 다양한 펀드가 나와 있어 충분히 투자가 가능하다. 저금리를 먼저 겪은 일본·유럽 투자자들이 이런 투자 상품으로 많이 눈을 돌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언젠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채권 값이 내려가는 것이 '공식'처럼 여겨지는데, 미국 채권 투자가 유망하다는 뜻인가.

 

"유망한 채권을 골라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신용 등급이 좋으면서 발행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소비재를 주로 다루는 우량 회사채를 많이 담은 미국 채권형 펀드를 추천한다. 존슨 앤드 존슨, P&G, 월마트 같은 회사들은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보다 신용 등급이 좋으면서(AA0+) 15년 만기 회사채 금리가 연 3.5%에 달한다. 미국은 선진국이라 성장률이 낮으므로 채권 수익률도 낮다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미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4%로 선진국 중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달러 가치가 많이 올라 해외 투자가 부담된다는 사람도 많은데.

 

"만약 미국 채권에 투자한다면 환율 변동 위험을 없앤 환 헤지(hedge) 상품을 살 것을 권한다. 채권 수익에 환차익까지 얻으려는 건 과욕이다. 달러 가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미리 반영되면서 이미 많이 올라 있는 상태다. 미국이 달러를 천천히 시장에서 거두어들이겠지만 달러 가치가 단기간에 추가로 많이 오를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올해 들어 유가(油價)가 많이 올라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는데, 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

 

"유가는 그동안 위아래로 과도하게 올랐다 내려가기를 반복하다 이제 어느 정도 변동 폭을 줄인 상태다. 지난해 말 배럴당 20달러까지 가격이 내려간 것도, 한때 100달러에 가깝게 올랐던 것도 모두 굉장히 과도한 변화였다. 유가가 40달러대 후반에 안착하리라는 기대도 나오는데 앞으로 과거처럼 유가가 크게 오르거나 내릴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본다. 큰돈을 잃을 가능성도 낮아졌지만, 높은 수익을 올리기도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반 투자자가 유가 같은 원자재에 투자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전문가들도 방향을 잘 맞히지 못하는, 굉장히 어려운 시장이다."

 

◇국내 주식투자는 공모주·배당주 추천

 

―그래도 해외 투자보다는 한국 투자가 맘 편하다는 투자자도 많다. 한국에선 돈 벌기는 이젠 어려워진 건가.

 

"꼭 그렇지는 않다. 단 한국에서 투자를 하되, 예금·주식 같은 과거의 투자처가 아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길 권한다. 대표적인 상품이 우량 증권사가 발행하는 만기 1년짜리 ELB(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이다. 증권사들이 고객들을 끌기 위해 일종의 '미끼 상품'으로 내놓는 ELB는 증권사가 망하지 않는 한 2%대 후반 금리를 준다. 나도 얼마 전에 중간 정산한 퇴직금을 증권사 ELB에 투자했다."

 

―국내 주식투자로 수익을 올리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국 주식에 투자한다면 공모주, 혹은 공모주 펀드를 추천한다. 하반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비교적 큰 규모의 공모주 물량이 대기하고 있다. 공모가를 합리적으로(과도하게 높지 않게) 설정하라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기 때문에 공모주로 꽤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일반 투자자는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기 쉽지 않으므로, 공모주 우선 배정권이 있는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아울러 배당주도 초저금리 시대에 부각되는 투자처다. 예전엔 2% 정도 배당을 주어도 그다지 매력적으로 여겨지지 않았지만, 저금리로 예금 금리가 1%대로 내려간 지금은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일반 투자자들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원칙을 꼽아달라.

 

"높은 수익률에 목 말라 변동성이 너무 큰 투자 상품에 덥석 돈을 넣는 실수를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펀드를 예로 들면 과거 누적 수익률만 보지 말고, 위아래로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함께 분석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이 연 10% 수익이 난 펀드더라도 A펀드의 지난 3년 변동성이 -20~20%였고, B펀드는 7~15%라면 B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맞다. 아울러 저금리 시대엔 조바심을 버리고 여유 있는 자세를 가지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조바심을 유발하는 ELS(주가연계증권) 같은 복잡한 파생상품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다."

 

[김신영 기자 sk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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