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김승모 입력 2016.07.14.
【서울=뉴시스】김승모 기자 = 2008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다 무산된 한화가 한국산업은행 등을 상대로 3000억대의 이행보조금을 돌려달라고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전액을 모두 뺐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단 취지에 따라 다시 심리를 받게 된 한화로서는 이행보조금 일부라도 돌려받을 길이 열린 셈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4일 한화케미칼(주)가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이행보증금 등 반환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양측이 체결한 양해각서에서 이행보조금의 성격을 1, 2심과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양측이 합의한 이행보증금의 성격은 양해각서에서 '이행보증금 및 발생이자는 위약벌로 산업은행 측 등에 귀속된다'고 규정하더라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봐야 한다"며 "계약이 무산될 경우 이행보조금을 채권단이 갖는다고 합의했더라도 전액을 몰취하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밝혔다.
위약벌은 계약이 무산된 경우 손해배상과 별도로 지급하기로 약속한 사적 '벌금'의 성격을 지닌다.
이와 달리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계약을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으로 지급하기로 미리 약정한 금액을 말한다.
따라서 위약벌은 '감액'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계약 등이 이뤄지지 않을 때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재판부는 "양해각서 체결 당사자들이 진정으로 의도한 것은 이행보조금을 통해 최종계약 체결을 강제하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의 문제도 함께 해결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막대한 금액이 걸린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후적인 손해 처리는 전혀 고려할 대상에 두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맺은 양해각서의 이행보조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갖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이행보조금 몰취 조항을 두게 된 주목적이 최종계약 체결을 확보하려는 데 있었다고 하더라도 3150억여원 전부를 몰취하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산업은행 측이 입은 실제 손해는 통상적으로 최종계약이 유효하게 맺어질 것으로 믿은 데 따른 손해로 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8년 10월 대우조선해양 주식매각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는 채권단인 산업은행 등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 9639만여주를 6조32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고 이행보조금 3150억여원을 냈다.
양측은 같은 해 12월 29일 최종계약을 맺기로 하고 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행보조금은 채권단에 속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하지만 당시 금융위기 등으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한화는 약속한 날짜에 계약을 맺지 못했다.
산업은행 등은 이듬해 1월 8일까지 자체자금 조달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통지했고 이에 한화는 다음 날 3조8000억원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체 조달하고 2조5000억원은 5년 뒤 지급하겠다는 자금조달계획안을 제출했다.
계획안을 검토한 산업은행은 한화의 계획안이 양해각서 내용에 위반된다며 15일까지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다시 요구했다.
하지만 한화가 기존 계획안을 다시 검토해 달라는 답변을 내놓자 같은 해 1월 22일 결국 양해각서를 해제하고 이행보조금을 몰취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한화도 최종계약이 체결되지 못한 것은 대우조선에 대한 확인실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산업은행에 양해각서를 해제한다고 맞섰다.
당시 대우조선 노조가 고용보장 등을 이유로 확인실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다. 또 국내금융시스템이 마비로 금융거래가 중단돼 거래할 수 없었던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후 한화는 산업은행 등에 이행보증금을 돌려달라며 조정신청을 냈지만, 거부당하자 그해 11월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최종계약체결 전에 반드시 확인실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손을 들어줬다. 국내 금융시스템 마비로 대부분 금융거래가 중단된 상태에 이르렀다는 한화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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