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1
<초대석>
올 상반기 대체투자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 인력들의 몸값이 치솟았고 이직도 잦았다. 소속을 바꾼 여러 인사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김형석 LB자산운용 대표(사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부동산부문 부사장으로 있던 그는 지난 3월 회사를 나왔다.
이후 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거취에 상당한 관심을 나타냈다. 그만큼 시장에서 지명도가 높은 인물이다. 이런저런 소문이 돌았지만, 김 대표는 LB자산운용에 새 둥지를 틀었다. LB자산운용은 범 LG가(家)인 LB인베스트먼트(옛 LG창업투자)의 모회사인 ㈜LB와 김 대표가 공동 출자해 만든 신설 자산운용사이다. 김 대표는 “후발주자라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3년 내로 LB자산운용을 자산 1조원이 넘는 운용사로 키우는 게 지금의 최대 목표”라고 밝혔다.
신생 자산운용사인 LB자산운용의 김형석 대표는 1분,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5월부터 본격화한 회사의 기틀 마련에 박차를 가해 올해 연말까지 모든 관련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각오다. 최근 자본금 설정과 인력 충원 등을 매듭지은 데 이어 이번 4분기에는 금융위원회 등록신청도 마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등록신청을 완료해야 얻을 수 있는 집합투자업자 자격을 최대한 빨리 따내 자산운용사로서 제대로 된 면모를 갖추겠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집합투자업자 자격 취득을 서둘러 현재 가칭으로 쓰고 있는 ‘LB자산운용’을 공식적인 사명으로 공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식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 간접투자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래서 회사 설립 준비로 바쁜 지금이지만, 김 대표는 시간을 쪼개 틈틈이 투자처 물색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검토하고 있는 국내외 투자건이 10여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LB자산운용은 후발주자입니다. 후발주자가 시장을 선점하려면 경쟁업체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더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집합투자업자 자격 취득 직후부터 투자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첫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LB자산운용이 보는 유망 투자처는 국내 물류센터와 해외 오피스빌딩, 그리그 해외 부동산 메자닌(중순위 대출채권) 등이다.
실제 이 자산운용사는 펀드를 바탕으로 한 4건의 물류센터와 3건의 해외 투자의 진행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물류센터와 해외 오피스빌딩 모두 연 7% 안팎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메자닌 투자는 지분 투자와 비교해 만기 때 투자금 회수가 쉽고, 선순위 채권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점이 장점”이라며 “꾸준히 메자닌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간접투자의 주요 먹거리로 자리 잡은 국내 오피스빌딩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신중히 접근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스터 리스(장기임차 계약) 등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대형 오피스빌딩과 달리 대부분의 물건은 수익률이 5%도 안 되는 게 현실입니다. 과다 공급에 따른 부작용으로 최근 몇 년 전부터 오피스빌딩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LB자산운용은 무리한 투자보다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오피스빌딩에 관심을 둘 생각입니다.”
먹거리 마련과 함께 김 대표는 지속적인 성장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과 LB자산운용만의 경쟁력 확보 등도 늘 생각하는 또 다른 숙제라고 말했다.
“LB자산운용은 초기 부동산 투자에 집중하면서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부동산에만 치중하면 꾸준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부동산 투자에서 쌓은 노하우를 사회기반시설(SOC)이나 부실채권(NPL) 등의 투자에도 적용해볼 생각입니다. 늦어도 5년 내에는 SOC나 NPL 투자 실적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부동산 투자나, 중장기적으로 SOC 및 NPL 투자 모두 ‘사람’이 하기 때문에 김 대표는 ‘내부 인력’을 회사의 경쟁 요소로 키울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리고 대주주 ㈜LB의 네트워크도 LB자산운용만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LB자산운용에는 김 대표를 포함해 총 8명의 임직원이 몸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하나자산운용 등에서 부동산과 SOC 투자펀드의 설정부터 관리ㆍ운용, 청산까지 도맡았던 각 분야의 실무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그동안 쌓아뒀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한다면 LB자산운용은 금세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이어 임직원들이 노하우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대표는 대주주가 구축한 네트워크도 충분히 활용할 것이라는 의지도 밝혔다. LG창업투자를 모태로 한 ㈜LB는 지난 2000년 계열분리 후,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LB인베스트먼트가 확고한 위상을 확보한 상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LB인베스트먼트의 자산운용 규모는 5692억원이다. 아울러 LB휴넷이라는 회사는 서비스 분야에서, LB세미콘은 제조업 부문에서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
이런 준비를 통해 김 대표는 내년을 ‘본격적인 투자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후발주자라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겠지만, 여기에 굴하지 않고 우리가 준비한 것을 바탕으로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우뚝 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3년 내로 LB자산운용을 자산 1조원이 넘는 운용사로 키우는 게 지금의 목표”라고 밝혔다.
최남영기자 hinews@
사진=안윤수기자 ays77@
<인물 소개> 김형석 대표는?
김형석 LB자산운용 대표는 자타가 인정하는 부동산 대체투자 전문가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첫 직장인 한미은행(현 한국시티은행)에서 부동산 투자와 인연을 맺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를 주업으로 했던 한미은행 부동산금융팀장 시절, “펀드로 부동산 투자를 해보자”는 미래에셋의 제안에 솔깃해 지난 2005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현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직장을 옮겼다. 김 대표는 “지금은 펀드를 이용한 부동산 투자가 당연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투자법”이라며 “이색적인 제안에 흥미를 느껴 별 망설임 없이 미래에셋으로 이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실무를 쌓으며 부동산투자본부장과 부동산부문 부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미래에셋대우가 사옥으로 쓰고 있는 을지로 센터원빌딩 및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대국을 벌였던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등이 김 대표가 개발을 진두지휘한 부동산이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오피스빌딩 개발도 주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재직하면서 이론 공부에 필요성을 느낀 김 대표는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에서 부동산금융ㆍ투자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3월 약 11년 간의 미래에셋 생활을 마치고, 5월부터 LB자산운용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도전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원동력”이라며 “도전이 주는 설렘을 다시 느끼고 싶어 LB자산운용과 동고동락(同苦同樂)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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