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산층 늘면서 팽창하는 인도 소비시장.10년 만에 10배 늘어난 종합 쇼핑몰.붐비거나 텅 비거나…인도 쇼핑몰 붐의 '두 얼굴'

Bonjour Kwon 2016. 10. 26. 10:43

붐비거나 텅 비거나…인도 쇼핑몰 붐의 '두 얼굴'

입력 : 2016.08.01 19:32 | 수정 : 2016.08.01 19:33

/조선DB


주말인 지난 31일, 뉴델리 남부 사켓 지역에 있는 대형 쇼핑몰 ‘셀렉트 시티워크(Select Citywalk)’는 고객들로 북적였다. 이곳엔 4만8000㎡(약 1만4000평) 규모에 180여개 상점이 밀집해있다. 셀렉트 시티워크는 지난 2007년 문 연 이후 H&M·자라·나이키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하면서 인도를 대표하는 간판 쇼핑몰이 됐다. 컨설팅 업체에 근무하는 20대 여성 네하 데이씨는 친구들과 함께 이 쇼핑몰을 찾았다. 그는 “대형 식료품점과 멀티플렉스 영화관까지 한꺼번에 쇼핑몰에 입점해 있어 편하게 쇼핑과 여가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쇼핑몰을 관리하는 셀렉트 인프라스트럭처의 요게시와 샤르마 전무는 “인도에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뉴델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선 쇼핑몰 호황이 일고 있다”며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소비 성향이 눈에 띄게 높아지면서 시장이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170만명이었던 이 쇼핑몰의 한 달 평균 방문객 수는 올해 280만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10년 만에 10배 늘어난 종합 쇼핑몰

인도에는 1990년대 후반까지 제대로 된 쇼핑몰이 없었다. 자동차 생산 허브로 발돋움한 남부 첸나이에 1990년대 초 대형 쇼핑몰 ‘스펜서 플라자’가 들어서면서 성공을 거두자, 뉴델리나 뭄바이 등 주요 도시에 쇼핑몰이 앞다퉈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 델리를 비롯한 남부 신도시 구르그람·북부 노이다 등 수도권(NCR) 지역엔 대형 쇼핑몰이 69개 들어서 있다. 인도 전역으로 따지면 10년 전 30개에 불과했던 대형 종합 쇼핑몰은 현재 3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현대식 소매점은 1만1000여개에서 6만7000여개로, 수퍼마켓은 500개에서 8500개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쇼핑몰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상업 매장들만 늘어서 있던 인도의 쇼핑몰도 진화했다.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곳에서 벗어나 쾌적한 환경에서 문화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했다. 뉴델리 남부 신도시 구루그람의 엠비언스몰은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인도 상황에서도 에어컨 설비를 완벽하게 갖춰 쇼핑과 여가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복합 단지를 구성해 도시의 대표 쇼핑몰이 됐다. 엠비언스몰 관계자는 “주차 대행·아동 놀이방·미용실·푸드코트·멀티플렉스 영화관 등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의 편의를 살펴야 시장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트라 뉴델리 김덕영 무역관은 “아직 선진국에 비하면 미흡한 수준이지만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경영 전략이 도입됐다는 것만으로도 인도 소비시장의 큰 변화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중산층 늘면서 팽창하는 인도 소비시장

이렇게 인도에서 현대식 종합 쇼핑몰이 늘어나는 것은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매년 6~7% 이상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중산층도 늘어나고 소비 시장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뉴델리·뭄바이·벵갈루루·푸네·첸나이 등 인도 주요 도시들의 인구수는 10년 전에 비해 33% 늘어난 9300만명으로 추산된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된 중산층이 지갑을 열면서 대형 쇼핑몰과 수퍼마켓 등 현대적인 상점들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는 인도 소비 시장은 약 8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2020년 1조달러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부동산 컨설팅회사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는 “뉴델리 수도권 인구의 48%인 1140만명이 연평균 30만루피(약 501만원) 이상 벌고 있다”며 “늘어나는 신흥 중산층이 쇼핑몰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도 소비 시장이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쇼핑몰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도 증가하고 있다. 인도 연합상공회의소(Assocham)에 따르면 올해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1년 전보다 67% 증가한 3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세는 앞으로도 계속돼 온라인 시장 규모는 2020년 480억달러로 예상된다. 장밋빛 미래인 전자상거래 시장의 패권을 놓고 인도 온라인 시장점유율 1위(37%)인 토종 전자상거래 업체 플립카트(Flipkart)와 미국 업체 아마존(시장점유율 24%)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컨설팅업체 PWC는 “인도는 낮은 도시화율과 낙후된 인프라 여건으로 상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온라인 유통망의 급속한 확장은 접근이 쉽지 않던 도시와 농촌 지역에 상품을 판매할 새로운 시장 기회를 열고 있다”고 밝혔다.

◇부실 운영과 과잉투자도 나타나

하지만 인도의 쇼핑몰 붐에는 어두운 측면도 있다. 인도 각 거점 도시에 대형 쇼핑몰이 무분별하게 난립하면서 ‘유령 쇼핑몰’들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지난 2011년 문을 연 인도 뭄바이 도심의 ‘드림몰’은 넘치는 공실(空室)로 인도 쇼핑몰 투자에서 악몽의 대명사가 됐다. 4층 규모 쇼핑몰 맨 꼭대기 층은 170개 침대가 놓인 병원으로 개조됐고, 점포가 들어서지 못한 쇼핑몰 복도는 결혼식 피로연장으로 쓰이고 있다. 장기적인 운영 계획 없이 투기성으로 쇼핑몰을 건설한 업체들의 부실 운영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인도 일간지 더힌두는 “개발업자들이 단기간에 쇼핑몰을 건설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분양하고 이익금으로 또다시 다른 쇼핑몰을 건설하면서 쇼핑몰 관리와 운영에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1999년 뉴델리 최초의 쇼핑몰로 문을 연 ‘안살 플라자’는 불편한 설계와 좁은 주차 공간으로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흉물처럼 변했다. 반원 모양 건물 두 개가 연결된 쇼핑몰에서 고객이 건너편 건물로 이동하려면 건물을 잇는 2층 다리나 1층을 통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큰 규모의 쇼핑몰이 생겨나면서 초기에 지어진 작은 규모 쇼핑몰들의 사정이 어렵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 전역에 건설된 대형 쇼핑몰 300개 가운데 절반 이상이 판매 부진과 높은 공실률에 허덕인다”고 전했다. 인도 부동산 개발업체 DLF의 베누 세갈 부사장은 WSJ에 “호황에 편승한 기업들이 정확한 시장조사와 전략 없이 쇼핑몰 수백개를 아무 생각 없이 지어 역풍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