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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가점제 운영 주체. 지방자치단체로 이관.자율화 코앞…손놓은 지자체.연내 공고안하면 100% 완전경쟁체제로 실수요자·무주택자 무한청약전쟁예고

Bonjour Kwon 2016. 11. 1. 07:08

2016.10.31

서울 25개 구청중 개정작업 착수 4곳 불과

 

연말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청약가점제 변경안을 공고하지 않으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문을 연 동탄 '린스트라우스 더레이크' 견본주택에 예비청약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 제공 = 우미건설]

내년 청약가점제의 운영 주체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되는데 정작 이 업무를 수행해야 할 지자체 대다수가 관련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변경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서울은 25개 구청 모두 청약가점제를 그대로 유지할지, 완전경쟁체제로 갈지를 결정하기 위한 기초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다.

 

지자체들이 연말까지 청약가점제 관련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고하지 못하면 내년 1월 1일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는 아파트는 100% 추첨제로 완전경쟁 청약을 진행해야 한다.

 

매일경제신문이 서울시 25개 구청을 전수조사한 결과 청약가점제 관련 실무자를 배정하고 준비에 착수한 지자체는 4곳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법 개정을 알고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었으며 절반 이상은 청약가점제가 바뀐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관내 청약가점제 적용 대상자 현황 파악 등 행동에 나선 지자체는 한 곳도 없었다. 지방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청약가점제란 부양가족 수, 만 30세 이후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 등을 점수화해 종합 점수가 높은 사람부터 우선적으로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게 만든 제도다. 2014년 9월 1일 도입 비율을 지자체 자율에 맡기기로 제도를 변경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기존에는 전용면적 85㎡ 이하 민영주택 분양의 경우 일반분양분의 40%를 의무적으로 청약가점제에 따라 배정해 왔다. 새 제도에서는 이 비율을 최대 40% 한도로 지자체가 지역별 사정에 적합하도록 결정토록 한 것이며,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으면 가점제 적용 비율은 자동으로 0%가 된다. 장기간 무주택자, 부양가족이 많은 가정 등에 우선 제공해 온 내 집 마련 기회는 없어지는 셈이다. 당시 정부는 지자체별로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게끔 2년4개월의 적용 유예기간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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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기간 지자체들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지자체 준비가 미진하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0일 가이드라인 준비를 독려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발송했다. 대표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는 이 공문을 토대로 작성한 또 다른 공문을 관할 25개 구청에 12일 발송했다.

 

하지만 담당자 교육 등 보다 적극적인 계도가 부족한 탓에 구청들은 대부분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가장 부동산에 관심이 높은 강남3구조차도 '아직 준비를 시작했거나 공론화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나머지 구청들도 담당부서나 담당자를 배정한 수준 이상의 대응은 못하고 있다. 실무자들도 대부분 "다른 구에서는 어떻게 적용하는지 모니터링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허술한 대응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지자체 스스로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 청약가점제 적용 비율이 0%가 될 수도 있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청약 시장에 뛰어든 다주택자와 부양가족 많은 실수요 무주택자가 완전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게 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론 청약 시장 과열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무주택 실수요자가 청약에 당첨될 확률은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이는 부동산정책 목적 가운데 하나인 주거복지에 역행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반대로 지자체들이 뒤늦게 상황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적용 비율을 현행과 같이 40%로 유지한다는 미봉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가점자 비율을 합리적으로 산정하려면 지자체 내부적으로 관할 구역 내 무주택자 수를 파악하고 향후 주택 공급 규모를 추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제 착수한다면 연내 의미 있는 의사결정 과정이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특성에 맞게끔 현장 밀착형 행정을 위해 법을 개정한 가점제 자율화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정순우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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