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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판 랩어카운트 나오나...98조랩시장.증권사 긴장 은행권 '일임형 신탁' (제3수익자지정.부동산.동산도 투자).도입으로 자산운용시장 진출 추진,

Bonjour Kwon 2016. 11. 1. 22:42

금융투자업계 "금융업 체계 근간 흔들린다" 강력 반발

금융위, 신탁제도 개선 TF 2차 회의서 각계 의견 수렴

 

자산관리 영역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시중 은행은 국내에 없는 ‘일임형 신탁(discretionary trust)’의 도입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고 싶어

 

일임형 신탁은 수익자를 가족·지인 등 제3자로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고 금융상품 외에도 동산·부동산 등에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랩 어카운트와 다르다.

 

 

지민구 기자2016-11-01

 

일임형 ‘랩 어카운트(wrap account)’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을 한 번에 싸서 증권사 등이 운용해주는 종합자산관리계좌다. 현행 규정상 투자일임업 자격을 갖춘 증권사만이 판매할 수 있다. 투자 판단을 내릴 여력이 부족한 개인 고객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집중적으로 가입하면서 랩 어카운트의 시장규모(잔액)는 98조원(8월 말 기준)까지 불어났다.

 

은행은 랩 어카운트 시장에 참여하지 못했다. 투자일임업이 은행에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일임업은 금융사가 고객으로부터 투자 운용·관리 권한을 위임받아 돈을 굴려주는 사업을 말한다. 자산관리 영역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시중 은행은 국내에 없는 ‘일임형 신탁(discretionary trust)’의 도입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고 싶어한다.

 

1일 금융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신탁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열어 한국금융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 등 연구기관과 학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본지 10월13일자 1·20면 참조

 

TF에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초기 논의 단계여서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권 간 다툼의 소지가 생길 주제는 아직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역 간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한 사안이지만 언젠가는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앞으로 신탁제도 개선안 TF를 통해 금융위에 건의하려는 내용의 핵심 중 하나는 고객 자산을 운용하고 관리할 권한을 부여받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객(위탁자)의 신탁자산을 금융사(수탁자)가 책임지고 굴릴 수 있는 일임형 신탁 상품을 도입함으로써 은행도 자산운용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도다. 은행의 이러한 숙원 사업은 그동안 금융투자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관철되지 않았다.

 

다만 단초는 이미 열렸다. 금융당국이 지난 3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 은행에 일임형 상품 판매를 허용한 바 있다. 은행권은 최근 신탁제도 개편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자 내친 김에 일임형 신탁까지 넘보고 있다. 일반 신탁 상품(비일임형)은 고객의 지시대로 금융사가 자산을 굴려야 한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한 일임형 신탁은 증권사의 랩 어카운트와 유사한 형태다. 다만 일임형 신탁은 수익자를 가족·지인 등 제3자로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고 금융상품 외에도 동산·부동산 등에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랩 어카운트와 다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자산관리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일임형 신탁 상품 등의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이 어떤 형태로든 자산관리 시장에 진입할 때 금융투자업계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판매 창구의 규모다. 은행은 증권사와 비교해 6배 이상의 영업점을 거느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환경적 제약을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울러 금융투자업계는 자본시장법에 투자일임업과 신탁업을 명확히 구분해놓은 상황에서 랩 어카운트와 유사한 일임형 신탁 상품을 도입하면 금융업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안정적 성향의 고객이 주로 찾는 은행에서 고위험·고수익 상품에도 투자하는 것이 가능한 일임형 상품을 파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일임업 인가를 받지 못하는 은행이 신탁제도를 바꿔 자산관리 사업에 나서려는 것은 일종의 꼼수”라며 “투자자보호 대책과 운용 능력 제고 방안부터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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