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운용.펀드시장

22조원.연기금투자풀 자회사 실적 제외…'발등에 불 떨어진'삼성운용. 1그룹 1운용사’ 원칙 폐지이후 3개 회사로 분사예정

Bonjour Kwon 2016. 11. 2. 08:39

2016.11.02

 

- 올해 주간운용사 선정기준서 '자회사 실적 합산' 항목 빠져

- 삼성운용, 내년 주간사 지위만료…분사 후 재선정 장담못해

- 업계 "형평성 측면에서 내년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22조원 규모의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재선정을 앞두고 기획재정부가 당초 논의했던 ‘자회사 실적 합산’ 항목을 제외키로 하자 삼성자산운용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내년초 3개 회사로 분사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현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면 지난 15년간 지켜온 연기금투자풀 터줏대감 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투자풀 운영위원회를 열고 올해 말로 주간운용사 지위가 만료되는 한국투자신탁운용 후속 주간운용사 선정기준안에서 자회사 실적을 합산해 정량평가에 반영하는 세부항목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기재부는 지난해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기준안 마련을 위한 회의를 열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자회사 실적 합산 항목을 기준안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일부 대형 운용사에 편파적인 결정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면서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금투자풀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등 4대 연금을 제외하고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기금과 연금 등의 자금을 묶어 주간운용사를 선정해 운용을 맡기는 일종의 재간접펀드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삼성운용이 연기금 투자풀 제도가 시작된 2001년 12월부터 단독 주간사를 맡아 오다 2012년 한국투신운용이 복수 주간사로 참여하면서 9월말 기간 말 잔액 기준으로 삼성운용이 17조원 남짓, 한국투신운용이 5조원 가까운 투자풀을 관리하고 있다.

 

자회사 실적 합산 항목이 빠지면서 당장 아쉬워진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전체 수탁고가 21조원에 이르는 12개 해외 현지법인에다 미래에셋그룹의 대우증권 인수에 따라 자회사로 편입한 멀티에셋자산운용 실적을 합산할 경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래에셋운용이 앞선 주간운용사 선정과정에서도 해외법인 실적을 반영한 적이 없고 멀티에셋자산운용 수탁고가 8조3000억원으로 그리 많지 않은 만큼 생각보다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업계는 오히려 내년 말 주간운용사 지위가 만료되는 삼성자산운용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1그룹 1운용사’ 원칙을 폐지하고 운용사 분사와 다른 자산운용사 인수를 전격 허용하자 삼성자산운용은 발 빠르게 액티브펀드와 헤지펀드 부문 등을 물적분할해 2개 자회사를 신설, 본사를 포함해 총 3개 회사로 분사하기로 했다. 삼성자산운용이 지금껏 쌓아놓은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로서의 입지와 운용자산(AUM) 기준 국내 최대 운용사로서의 위상을 감안해도 분사 후 자회사들의 실적을 합산하지 못한다면 주간운용사 재선정을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형평성 측면에서 내년에도 자회사 실적 합산 항목은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한 운용사 고위관계자는 “1그룹 1운용사 원칙이 사라진 마당에 연기금투자풀 선정 시 자회사 실적을 합산해 반영하는 것은 일부 운용사에 대한 특혜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기재부는 내년 삼성자산운용 후속 주간운용사 선정기준은 아직 확정한 바 없다며 일단 관련 팀을 구성해 명확한 선정기준을 최대한 빨리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소지가 있어 이번에는 자회사 실적 합산 항목을 뺐지만 내년 선정기준은 아직 알 수 없다”며 “특정사안 하나하나에 대해 논의하기보다 정량평가 전체를 본다거나 정성평가 비중을 높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훈 (core81@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