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1.
올 8월까지 2금융권 생계형대출 15조 늘어
◆ 대한민국 턴어라운드 ⑦ ◆
# 결혼 생활 8년 차를 맞아 내 집 마련에 나선 이성훈 씨(40)는 최근 갑작스러운 보금자리론 중단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보금자리론 대출 대상에서 사실상 중산층은 제외된 데다 적격대출 등 다른 고정금리 상품마저 축소된다는 소식에 일반 주택담보대출(고정혼합형)을 받았지만 벌써 금리가 3.5%를 넘었다. 이씨는 "향후 금리 인상이 계속된다는데 고정금리 적용이 끝나는 5년 뒤엔 어떻게 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토로했다.
20일 매일경제신문과 민간연구기관 금융의창이 함께 '가계부채 위험지수'를 분석한 결과 2011년 이후 하향세를 보였던 악성 가계부채 폭발 위험이 올해 들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분석 결과 2011년 94.4에서 지난해 68.4까지 가계부채 위험도는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위험지수는 올해 들어 86.5로 급등했다.
가계부채 총량은 꾸준한 확장세다. 2011년 861조원에서 1257조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저금리와 부동산 활황 덕택에 질적 위험도는 오히려 낮아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특히 생계형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경기 하락과 주택가격 상승률 둔화 사이클이 맞물리며 가계의 상환 능력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상환 능력'은 지난해 68.2에서 올해 88.3으로 뛰어올랐다. 2003년 카드 사태 이후 2008년까지 급증세를 보이다가 저금리 기조와 금융기관의 연체율 관리 덕택에 낮아졌던 '압박 부담'도 68.9에서 83.1로 올해 들어 반등했다. 비은행 가계대출이 올해 2분기에만 10조4000억원 늘어 267조원에 육박한 탓이 크다.
실제 지표도 악화 일로다.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액은 세계 최상위 수준인 1.675배로 치솟았다. 2분기 70.9%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평균 소비성향은 빚에 짓눌려 허리띠를 졸라맨 가계의 민낯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생계형 대출이 저축은행을 비롯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8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조원 줄어든 반면 서민층이 많이 이용하는 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비(非)은행 대출 증가 폭은 15조원 이상 늘었다.
전체 가구 중 25%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이 빌린 '개인사업자 대출'도 숨겨진 폭탄이다. 사업목적 대출이기 때문에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사실상 가계대출과 비슷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달 국내 12개 은행의 업무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6월 기준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액은 185조5000억원에 달했다.
상환 능력이 부족한 고령층 대출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60대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은 28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는 "정책당국이 인위적으로 가계대출을 억제하면 제2금융권으로 쏠림 현상만 커진다"며 "가계대출을 가급적 은행이 흡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가계부채 위험지수(HRI) : 외환위기 이후 가계부채에 따른 위험의 평균을 100으로 놓고 계산한 지수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외환위기 이후 평균적인 가계부채 위험을 초과하는 상태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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