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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부동산시장, 트럼프發 금리상승 우려로 ' 폭락은 않지만 우려는높아. 美.유럽 "서서히 발 빼자" 아시아 투자자 "매수기회"

Bonjour Kwon 2016. 11. 24. 08:19

2016.11.23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부동산 시장도 들쑤시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재정정책이 금리인상을 부를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서 미.유럽과 아시아 투자자들 사이에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미.유럽 투자자들은 금리인상 전망 속에 부동산을 내다 팔고 있지만 아시아 투자자들은 매수세 둔화를 기회라고 판단해 매물을 사들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으로 부동산 시장에서도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서구 투자자들과 아시아 투자자들이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전망으로 유럽, 아시아, 미국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채권 투매가 시작된 게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게 된 계기다.

 

채권 매도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수익률은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특히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채권 가격과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채권 수익률 상승이 모기지 금리를 끌어올려 부동산 수요를 둔화시키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은 채권 수익률이 유럽과 일본에서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크게 낮아지는 상황에서 대안투자 수단으로 각광 받으며 지난 수년간 호황을 누렸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요는 아직 탄탄하다. 부동산 수익률과 채권 수익률간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업체 쿠시맨 앤드 웨이크필드(C&W)에 따르면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 임대수익률은 4.5% 수준이지만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애널리스트들은 그러나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고 보고 있다. 가장 안전한 자산인 국채 수익률이 올라가면서 위험을 감안했을 때 상업용 부동산의 수익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의 재정정책이 급격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를 수 있고, 이로 인해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예상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가 확대에서 긴축이나 중립으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아직 금리, 채권 수익률은 여전히 극도로 낮은 상태에 머물고 있다. 영국의 기준금리는 322년만에 최저수준인 0.25%이고, 독일 10년물 국채(분트) 수익률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0.3%로 오르기는 했지만 3년전 2%에 비하면 제로에 가깝다.

 

전문가들도 아직은 전세계적인 부동산 가격 폭락을 내다보고 있지는 않지만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런던 자산운용사 헤르메스투자운용의 부동산 부문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테일러는 "부동산 시장의 문제는 가격 상승세가 펀더멘털이 아닌 오랜 기간의 저금리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트럼프 당선자의 새로운 경제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끌고 왔던 동력인 저금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구 투자자들은 서서히 발을 빼고 있다. 그러나 중동과 아시아 투자자들은 이를 '매수기회'로 보고 있다.

 

부동산업체 JLL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펀드들은 올들어 9월까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190억달러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아시아와 중동 투자자들은 여전히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

 

이는 트럼프 효과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은 지금도 배제할 수 없고 그의 구상이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고, 구체화돼도 원하는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채권 수익률은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 갈 가능성이 높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