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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릴 땐 느릿 올릴 땐 재빨리”… 변동금리 대출자 아우성

Bonjour Kwon 2016. 12. 19. 08:11

 

<2016.12.19,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세 파장 / 코픽스 금리 석 달새 0.2%P 올라… 신한은 한 달반 만에 0.36%P 뛰어 / 가계대출 중 65%가 변동금리 대출… 저소득층 2금융권 이용 늘어 ‘뇌관’

30대 중반 직장인 김모씨는 날로 오르기만 하는 대출 금리 탓에 걱정이 태산이다. 직장생활 6년차인 그는 지난달 말 주거래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6년 만기, 변동금리 연 3.0%로 1억2000만원을 빌렸고, 82.64㎡ 크기의 생애 첫 집을 마련했다. 그는 당시 고정금리보다 0.5%포인트 낮은 변동금리를 선택했다. 김씨는 “당시만 해도 0.5%포인트 차이가 났는데 최근 금리가 계속 올라 걱정이 크다”며 “처음 대출상담 때와 최종 승인을 받을 때를 비교해도 이자가 0.2%포인트나 올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이모씨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지난해 5월 만기 15년 변동금리 2.5%로 주택담보대출 2억7000만원을 빌렸다. 이씨도 매일같이 오르는 대출금리에 좌불안석이다. 그는 “기준금리가 내리면 대출금리에는 반영이 잘 안 되는 것 같은데 기준금리가 오르면 곧바로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들썩이면서 주택구입을 위해 대출받은 실수요자들의 이자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내년 3차례 인상을 시사하면서, 국내 금리도 덩달아 올라 저소득층과 영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가계부실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8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적용되는 코픽스금리(신규취급액기준)는 지난 8월 이후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픽스 금리는 8월 1.31%를 기록한 후 △9월 1.35% △10월 1.41% △11월 1.51%로 석 달 만에 0.2%포인트 상승했다. 코픽스에 연동한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뛰었다.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코픽스 연동 기준) 금리는 지난 10월 말 연 2.9~4.2%에서 이달 16일 3.26~4.56%로 0.36%포인트, KB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2.70~4.01%에서 2.96~4.27%로 각각 올랐다. KEB하나은행은 2.80~4.00%에서 3.06~3.84%로, 우리은행은 2.85~4.15%에서 3.01~4.01%로 상승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변동형 대출금리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10월 말 잔액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 중 대부분이 변동금리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잔액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의 34.6%가 고정금리다. 이에 따라 850조원가량이 금리 변동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형으로 추정된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경영학과)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우리나라의 정책금리도 어쩔 수 없이 올라가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가계부채 평균 금리 또는 시중금리가 2~3% 오르면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환능력이 부족한 고령층·영세자영업자·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제2금융권의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비은행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712조9461억원으로 9월 말보다 2.1% 증가했다. 비은행금융기관 여신이 700조원을 넘은 것은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3년 이후 처음이다. 지금처럼 금리가 연일 상승할 경우, 이들이 이른바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이 될 우려가 있다. 강명헌 단국대 교수(경제학과)는 “지금 가계부채를 통해 아슬아슬하게 생활하는 사람이 많은데, (금리가 인상되면)이 사람들은 부채상환능력을 상실해 금융불량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계소득이 5% 하락하고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의 평균 원리금 상환액이 1140만원(2015년 기준)에서 1300만원으로 14%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한편,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46조5000억원(올해 3월 기준)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역시 국내 기업(금융회사·공기업 제외)들이 내년에 갚아야 할 회사채 규모는 43조5900억원으로 올해보다 8.7% 많다고 전망했다.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국고채 규모도 58조2000억원으로 올해 만기도래액보다 규모가 8.0% 늘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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