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5
[Cover Story]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서 강연… 투자 고수 2인의 전략
"익숙한 투자법, 믿었던 투자처와 결별해야 합니다.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헤쳐나갈 새로운 투자 전략이 필요합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 참석하는 투자 및 재테크 분야의 거물급 해외 연사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12월 2~3일 서울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리는 '2017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이갈 에를리히(Erlich) 이스라엘 요즈마 그룹 회장, 기타오 요시타카(北尾吉孝) 일본 SBI 금융그룹 회장은 연단에 올라 세계 경제의 향방과 그에 따른 투자 전략을 제시한다. 에를리히 회장과 기타오 회장은 지난 30~40여 년간 수조원대 돈을 굴리며, 비범한 통찰력으로 유망 분야를 발굴해 막대한 수익률을 올린 투자 업계의 구루(guru·스승)들이다.
이들은 박람회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각자의 투자 철학과 의견을 밝혔다. 세부적인 내용은 달랐지만, 결국 이들이 제시하는 투자의 길은 하나로 통했다. "남들이 많이 한다고 해서 따라 하는 '대세형 투자'와 먼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우물 안 투자'를 지양하고,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시대에 맞춰 '투자 패러다임'을 180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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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마 그룹 이갈 에를리히 회장(左)과 SBI 금융그룹 기타오 요시타카 회장(右).
에를리히 회장 "비(非)상장 진주 찾아라… 바이오·헬스케어·VR 유망"
에를리히 회장은 "상장된 큰 기업들에 투자해 돈을 버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며 "유망한 비상장 기업을 찾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 후 대박은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가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온라인 접근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베일에 싸여 있던 혁신 기업들에 상장 전 단계부터 투자금이 흘러들고 있다"고 말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유망 비상장 기업을 발굴해 지난 1993년 2억6500만달러에 불과하던 펀드 규모를 10년 만에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로 불렸다. 요즈마펀드의 최고 수익률은 123%에 달한다.
에를리히 회장은 비상장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추천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창의적 아이디어나 사업 계획을 가진 기업이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올 초부터 투자와 동시에 기업의 지분을 얻게 되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는 "금융 선진국인 영국은 2013년에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한 기업의 72% 정도가 펀딩 당시보다 더 높은 기업 가치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미래 유망 산업을 꼽아달라는 말에 바이오(Bio·생명공학)와 헬스케어, 보안, 가상현실(VR)을 들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과거와 현재에 '충족되지 않았던 요구'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게 될 것"이라며 "정보기술·바이오기술(BT) 등과 융합하는 산업이 미래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한국인들이 주식과 부동산 등 주로 전통적인 투자처에만 관심을 두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지금은 큰 어려움 없이 연평균 세계 경제 성장률이 5~6% 넘게 나오던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풍요의 시대'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했다. 그는 "저성장 시대에는 편하고 안전하게 돈 벌 생각을 버리고,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능동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타오 회장 "불확실성의 시대, 글로벌 분산 투자가 정답"
기타오 회장은 "시장은 결코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초저금리 시대 생존법으로 '글로벌 분산 투자'를 제시했다. 기타오 회장은 주식시장의 본질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 않는 뒷길로 가보라. 그곳에 예쁜 꽃들이 피어 있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고, 계곡이 깊으면 산도 그만큼 높다"라는 일본 격언을 들어 설명했다. 그만큼 시장은 다수가 예상하거나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내년 세계 경제가 프랑스 대선, 중국 공산당대회,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의 영향으로 변동성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최고의 대안이 글로벌 분산 투자라는 것이다. 기타오 회장은 "미국 경제가 금리를 인상할 정도로 좋아졌다면 미국 자산으로 갈아타는 것도 하나의 수단"이라며 "하지만 이 경우에도 주식뿐 아니라 채권에도 투자해야 하고, 미국뿐 아니라 유럽이나 동남아에도 자산을 분배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타오 회장이 분산 투자 원칙을 정립한 것은 1990년대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일하며 미국의 닷컴 버블을 옆에서 지켜본 때다. 당시 미국 나스닥 지수는 닷컴 버블로 1996~2000년 연간 30~100%씩 급등하다가 2001년 3월 전년 동월 대비 60%가량 폭락했다. 기타오 회장은 "닷컴 버블을 겪으며 '상식을 벗어난 시장에는 뛰어들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글로벌 분산 투자 원칙을 확고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 배분 관점에서 "주식이나 채권과 상관관계가 낮은 금(金)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섭 기자 oasi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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