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03
자산운용업계가 새 수익원 발굴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모펀드 인기로 국내 자산운용사 수가 급증하면서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역시 운용사 수익 개선과 다양한 상품 발굴을 독려하기 위해 잇따라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현재 자산운용업계가 자회사 설립, 리츠 사업 등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인 만큼 올해 역시 전체 자산운용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자산운용사 9개월간 52곳↑...양적으로는 커졌으나 질적성장은 ‘미흡’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전체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은 954조로 2015년 말(873조)에 비해 9.27% 증가했다. 전체 자산운용사 수는 2015년 96곳에서 지난해 9월 30일 기준 148곳으로 52곳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 펀드수탁고 가운데 사모펀드가 242조원으로 공모펀드(231조원)를 처음 추월하는 등 사모펀드 인기가 급증하면서 전체 운용자산과 자산운용사도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자산운용사의 대부분은 적자를 기록하면서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자산운용사 148곳 가운데 35%에 달하는 53곳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흑자기업은 95곳에 불과했다.
이에 당국은 자산운용사들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수익률도 개선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지난해 ‘1그룹 1운용사’ 원칙을 폐지해 기존 운용사의 분사와 다른 운용사 인수를 허용했으며, 부동산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에 대해 리츠의 자산관리사 업무도 겸영할 수 있도록 했다.
◇ 대형사, 자회사 설립 통해 전문성 강화 & 다양한 상품 발굴
이같은 규제 완화 속에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대형운용사는 다양한 상품을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은 대형사의 강점과 전문화된 운용사의 특성 두 가지를 동시에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삼성자산운용은 1월 1일자로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삼성헤지자산운용을 신설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주식형펀드 운용을, 삼성헤지자산운용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을 담당한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삼성자산운용이라는 복합 운용사의 큰 틀로 묶기 보다는 전문운용사로서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보장해 전문성,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다양한 상품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종합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사모펀드에 특화된 멀티에셋자산운용 두 곳이 있기 때문에 당장의 자회사 설립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고려대와 손잡고 ‘미래에셋 인공지능 금융센터’에서 로보어드바이저형 펀드를 개발하는 등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올해 글로벌 투자자산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 측은 "글로벌 부동산, PI, 전통적인 주식이나 채권 등 전체 운용자산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중소형사, 부동산 등 특정 분야 집중
중소형사는 메자닌, 부동산 등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특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2015년 말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상품을 출시한 이후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멀티스트래티지 전략을 구사하며 현재 23개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내놓은 상태다. 앞으로도 해당 상품군 라인업을 늘리는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자산운용은 부동산전문 자산운용사에서 대체투자 전문운용사로의 이미지 전환을 위해 특별자산 사업부문 확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지난해 4월 에너지인프라투자본부를 신설하고, 대체투자본부 / 부동산투자본부 체제로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 역시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하나자산운용은 지난해 에너지인프라펀드 설정을 위한 딜소싱 및 투자자 모집 등 준비단계에 집중한 만큼 올해는 보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자산운용은 강점을 갖고 있는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동시에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펀드 상품에 대한 마케팅도 활발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자산운용 측은 "주식, 채권 같은 경우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연기금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자산운용업계는 리츠 사업 등 새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리츠의 경우 아직 도입 단계이고, 세부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은 만큼 시장 모니터링 하면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자회사 설립에 대한 제반절차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다"며 "시행령이 통과되고, 자회사 설립을 위한 작업들이 간소화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자회사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