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테크(P2P)

금융당국 ‘고무줄 잣대’에… P2P 업계 혼란.해외 P2P 투자는 허용하면서 ‘자산운용사 개인대출 금지’ 이유로 국내 P2P업체 투자는 승인 거부

Bonjour Kwon 2017. 1. 12. 08:11

JB자산운용 등이 운용 중인 ‘US핀테크인컴펀드’는 미국 소상공인에게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렌딩클럽 등 미국 P2P업체의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은 허용하면서.

 

 

2017.01.12

 

“유연하게 적용하되 사후규제 강화” 지적도

 

최근 기관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개인에게 대출해 주는 개인간(P2P) 대출상품이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출시 직전 무산된 가운데, 한편에선 국내 기관투자자가 해외 P2P업체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상품은 버젓이 판매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새로 출현하는 상품이나 업종에 당국의 ‘고무줄 잣대’가 적용되지 않도록 발빠른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당국은 국내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구성해 해외 P2P업체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JB자산운용 등이 운용 중인 ‘US핀테크인컴펀드’는 미국 소상공인에게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렌딩클럽 등 미국 P2P업체의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작년 11월부터 여러 증권사에서 판매 중인데, 6%대 수익률을 올리며 지금까지 3,000억원 이상 판매됐다.

 

 

하지만 앞서 업계 최초로 국내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아 개인에 대출을 해주는 P2P상품을 선보일 예정이었던 국내 P2P업체 써티컷은 지난달 말 금융당국으로부터 최종 불허 통보를 받았다. 당초 금융감독원의 상품 약관심사는 통과했지만 자산운용사의 투자제한 규제에 걸렸기 때문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의 개인 대출은 엄격히 금지돼 있는데, P2P업체에 투자하는 것은 개인 대출행위로 봐야 한다는 게 당국의 해석이었다. 서준섭 써티컷 대표는 “국내 기관투자자가 해외 P2P업체에 투자하는 펀드는 판매되는 상황에서 국내 P2P업체 투자는 왜 안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금융당국에 기관투자자의 P2P투자에 대한 포괄적 질의를 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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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US핀테크인컴펀드가 해외 P2P업체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 아닌 간접 투자 형태여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미국의 펀드에 투자하고, 이 펀드가 해외 P2P업체에 투자하는 건 괜찮다는 의미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국내펀드가 해외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건 문제가 없고, 해외 사모펀드가 어디에 투자하는지는 국내 금융당국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금융당국의 고무줄 잣대 적용이라는 논란이 적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관투자자의 P2P투자를 막으니 해외 사모펀드라는 우회로를 찾은 것 아니겠냐”며 “결국 투자대상은 같은데 방법이 다르다고 상품 승인 결과가 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US핀테크인컴펀드가 투자하는 미국 펀드 역시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구성한 펀드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해외 기관투자자가 국내 P2P업체에 투자할 수 있는지도 지금으로선 모호하다. 준비했던 상품이 가로막힌 써티컷은 현재 국내 P2P 대출에 돈을 댈 해외 기관투자자를 모집 중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은 “해외 투자자의 국내 투자는 국내 금융당국 소관 밖”이라면서도 “부동산 등 어떤 투자상품이냐에 따라 적용되는 규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새로운 금융상품이 늘고 있는데도, 관련 법이나 정확한 유권해석이 없어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금융산업은 급변하는데 비해 규제 체제는 여전히 은행, 증권 등 업권별 구분 중심”이라며 “규제는 우선 유연하게 적용하면서 사후규제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