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윤 피플펀드 대표 "P2P금융 키워 `제2의 박현주` 될래요
2017.02.02
"연수익률 5%만 나와도 투자자들이 박수를 치며 반길 만큼 국내 금융시장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대출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필요한 사람은 연 30%가량 이자를 내야 할 정도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데, 이는 거래 중간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돈이 필요한 사람과 공급자를 직접 연결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 회사를 미래에셋금융 같은 종합 금융사로 키우겠습니다."
김대윤 피플펀드컴퍼니 대표는 급속히 커지는 P2P(개인 대 개인) 금융시장에서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월 서비스를 개시하며 후발 주자로 출발했지만, 누적 투자액이 최근 190억원을 돌파했다.
P2P 금융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개인이나 법인 회원들에게 연 10% 이상(세전) 이자를 주는 대가로 수십만~수억 원까지 자금을 모집해 이를 필요한 곳에 대출·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김 대표는 "은행원이었던 아버지 영향으로 한국 금융시장 발전 과정과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는데, 이를 해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며 "2010년 실리콘밸리에 가서 알게 된 미국 P2P 업체 렌딩클럽이 2014년 말 상장할 정도로 급성장하는 것을 보고 P2P 금융이 한국 금융시장 문제점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1981년생인 김 대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만으로 창업하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대표들과는 달리 철저하게 준비된 금융맨이다. 그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맥쿼리증권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인수·합병(M&A) 업무를 맡아 기업가치평가 방법을 익혔다. 이후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로 옮겨 약 5년간 기업실사와 기업전략 수립 업무를 맡으며 기업 분석 능력을 키웠고, 유망 벤처·중소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소프트뱅크벤처스로 이직해 투자 경험도 쌓았다. 금융 마인드를 익힌 뒤에는 IT 관련 스타트업에 취업해 창업의 기본기를 다졌다.
김 대표는 외국계 IB(투자은행)맨이나 컨설턴트로 안정적인 길을 걸을 수도 있었지만 P2P를 향한 열정으로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2015년 2월 피플펀드컴퍼니를 차렸다. 회사 설립 뒤 서비스 개시가 늦어진 것은 자체 신용등급시스템 구축과 P2P 투자자들의 가장 큰 걱정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은행과의 협업 때문이었다.
그는 "피플펀드가 제공하는 투자 상품은 크게 개인신용대출에 직접투자, 부동산담보대출, 소상공인 등 중소기업 대출, 개인채권 트렌치 등 네 가지로 나뉘는데 개인신용대출 상품은 자금을 모집하면 그 돈이 전북은행 계좌로 들어가서 전북은행에서 대출자에게 자금이 나가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피플펀드는 투자자와 대출자를 연결해주는 인터넷 사이트만 제공하고 자금관리와 집행은 은행이 담당해 안정성을 높인 것이다.
그는 "대출자가 자금을 제때 갚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는데, 연체 기간 90일까지는 전북은행에서, 그 이후에는 SGI신용정보에 해당 채권에 대한 추심을 위탁해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담보대출상품도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반적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아니라 공정률이 70% 이상 진행됐거나 분양이 확실한 것만 취급한다.
피플펀드는 다른 P2P 업체와 달리 부실채권(NPL) 상품을 판매하는 것도 특징이다. 또 투자 원금을 상환받는 우선순위를 선·후순위로 나눠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손실 위험도를 낮춘 트렌치 상품도 제공한다. 개인투자자에게는 선순위 상품만 판매되며, 후순위 상품에는 법인투자자만 투자가 허용된다.
김 대표는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과 다른 금융회사 상품 판매도 구상 중이다. 종합 금융회사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상장 계획도 세웠다. "P2P 시장이 커지면서 기관투자가들도 P2P 금융상품에 투자하게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P2P 시장 핵심 고객은 개인투자자와 대출자입니다. 피플펀드의 주인도 대중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수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