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3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M&A 시장 침체기 사모펀드 간 투자기업 거래 증가 전망…자금력 앞세운 외국계 운용사, 큰손으로 나서]
"외국계 사모펀드(PEF) 관계자가 저희를 찾아와서 투자기업 포트폴리오를 보여달라고 하더라구요. 올해는 제2의 버거킹 사례가 많아질 것 같아요."
한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의 말이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마땅한 매물이 없다는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미 투자회사가 투자한 기업에 다른 회사가 투자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성한 펀드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사모펀드 운용사와 이미 투자한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사모펀드 운용사 사이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LP(출자자)가 겹치지 않고 자금력이 풍부한 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가 국내 시장의 큰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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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국계 사모펀드와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 간 밀월관계가 깊어지는 중이다. 서로 투자기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며 다양한 거래 가능성을 열어놓고 활발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몇몇 외국계 사모펀드는 토종 사모펀드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열공'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국내 M&A 시장에서 세컨더리 거래가 활발하지 못했는데 사모펀드 산업의 미성숙, 출자자 중복, 주요 성공사례 부족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앵커출자자가 국민연금을 비롯한 몇개 기관으로 제한적인 M&A 시장에서 주요 사모펀드 간 거래는 '똑같은 사람에게서 나온 돈으로 주머니만 바꿔 찬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최근에는 이 같은 기류에 변화가 감지된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자금이 사모펀드 시장으로 유입돼 풍부한 유동성이 확보됐다. 이처럼 자금은 충분하지만 눈에 띄는 매물은 부족한 실정이다.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맞아 정치 및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요 기업이 인사를 미루는 등 움츠리기에 돌입해 M&A 시장이 사실상 폐업 상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선 "대선이 끝날 때까지는 손가락만 빨아야 할 처지"라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잠재 매물이라 할 수 있는 사모펀드 보유 기업으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 국내에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된 지 13년인 된 만큼 시기적으로 세컨더리 분야가 활발해질 때가 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M&A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의 경우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이 때 투자한 기업의 자금을 회수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셈이다.
투자 후 기업가치 향상을 이뤄냈는데도 매각 규모가 커 되사줄 만한 기업을 찾지 못한 경우 또 다른 사모펀드가 중요한 엑시트(투자금회수)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난해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투자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VIG파트너스는 버거킹 매각으로 투자금의 2배 이상의 수익을 거둬 M&A 시장에서 성공한 투자로 평가받는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M&A 시장은 주요 기업의 소극적인 태도를 감안하면 지난해 버거킹 사례처럼 사모펀드 간 투자기업을 거래하는 세컨더리 분야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외국계 사모펀드는 자금이 충분한데다 토종 사모펀드와 출자자가 겹치는 경우가 많지 않아 더욱 활발하게 세컨더리 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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