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국제자산신탁등)

은행연합회. "신탁업법을 손질하면서 은행에 ‘불특정 금전신탁’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 주장. 유럽식 겸업주의로?

Bonjour Kwon 2017. 2. 20. 19:05

“기울어진 운동장” “종합운동장”··· 증권 vs 은행, 밥그릇 다툼 왜?

 

2017.02.20

 

증권사와 은행간 ‘밥그릇 챙기기 다툼’이 치열하다. 증권사는 현재 은행에서만 이뤄지는 지급결제 업무를, 은행은 금융투자 업무를 허용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각 업권을 대표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64)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63)이 ‘기울어진 운동장’과 ‘종합운동장’이라는 비유를 들어 설전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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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하 회장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황 회장의 앞선 주장에 응수했다. 기자실 리모델링을 기념한 자리를 빌어 “금융당국이 신탁업법을 손질하면서 은행에 ‘불특정 금전신탁’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속내를 알리는 차원이었다.

 

양쪽 신경전은 금융위원회가 오는 10월까지 기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서 신탁업법을 따로 떼어내겠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이는 증권사와 은행의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 사안으로 떠올랐다. 신탁업은 주식이나 예금, 부동산 등 투자자의 다양한 재산을 은행이나 증권사 등의 금융회사가 위탁받아 투자자의 운용지시 하에 맞춤 관리·운용하는 서비스다.

 

하 회장이 지목한 불특정 금전신탁은 투자자가 정해진 1대 1 서비스가 아니라, 펀드 상품처럼 금융사가 직접 투자처를 정해 고객 자산을 굴리는 방식이다. 은행은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라 주식 포트폴리오를 직접 만들어 판매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은행은 자산운용사에서 만든 펀드를 가져다 판매할 뿐이다. 불특정 금전신탁업이 허용될 경우 은행은 그간 없었던 새로운 수익원을 얻게 된다. 반면 증권사들은 탄탄했던 기존 수익원의 상당 몫을 빼앗긴다.

 

황 회장이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해 증권업이 은행 등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황 회장은 “농사를 짓는 농사꾼(은행)이 있고 사냥을 하는 사냥꾼(증권사)이 있는데 이 둘의 경계가 없어지면 다시 원시사회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증권업계가 예금을 받겠다고 나서지 않는 것처럼 은행도 자산운용업은 건들지 말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하 회장이 “금융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업무영역의 문턱을 높이는 ‘전업주의’가 아니라 낮추는 ‘겸업주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허 회장은 “전업주의란 은행은 축구장에서, 증권은 농구장에서, 보험은 배구장에서 각각 경기하라는 것”이라며 “농구, 축구, 배구를 함께 할 수 있는 종합운동장 격인 겸업주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비유했다.

 

황 회장과 하 회장은 서울대 무역학과 71, 72학번 선후배 사이로, 대학 테니스동호회에서도 함께 활동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은행에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허용하는 문제를 시작으로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허용 등을 놓고도 정면으로 맞붙었다.

 

금융위는 이번 신탁업법 제정 논의에서 불특정 금전신탁 등은 제외한다고 수차례 밝혔다. 그런데도 증권사와 은행업계가 ‘밥그릇 싸움’에 열을 올리는 것은 두 업권 모두 마땅한 성장동력이 없어서다. 기존 수수료 수익에 기대어 사업 다각화에는 나서지 않았던 탓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번 논쟁은 현재 미국식 전업주의인 우리 금융시장을 유럽식인 겸업주의로 가져갈지에 대한 문제”라며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어떤 모델로 갈 것인가 등 조금 더 높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희·이혜인 기자 mong2@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