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02
문화재청 제한 요구 수용
서울시가 개발 사업에 본격 나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 위치와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선정한 개발 조감도.
12년 동안 결실을 맺지 못한 종묘 앞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 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2일 세운4구역 개발 청사진을 담은 국제현상설계공모 당선작을 발표하면서 사업 정상화를 선언했다.
하지만 역사 경관 훼손에 대한 우려로 높이 제한이 적용되면서 건축물 층수는 반 토막 났다. 세운상가를 도심 속 고층 랜드마크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세운전자상가 옥상에서 현장 기자회견을 열고 세운4구역 국제현상설계공모 1등 당선작 `서울 세운그라운즈`를 공개했다. 서울시는 총 3만2223㎡ 규모 세운4구역을 2023년까지 복합단지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단지는 총 9개 건물과 대형 광장으로 구성된다. 호텔, 업무시설, 오피스 등이 중앙광장을 둘러싸는 형태다. 보행로를 최대한 확보해 단지 내부와 향후 조성될 세운상가 보행데크와의 연결성을 강화했다. 허용 용적률은 600~700%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상·이주 절차와 각종 심의를 마친 후 2021년 착공을 할 계획"이라면서 "시행사를 맡은 SH가 최종설계도 마련, 시공사 선정 등을 총괄한다"고 설명했다. 설계공모 당선작은 세운4구역 내 역사건물 8채와 옛 골목길 등을 그대로 보존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국제공모 당선작은 세운4구역을 최저 12층에서 최고 19층 규모로 설계했다.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위원회의 높이 제한(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을 토대로 청사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오히려 문화재위원회가 허용한 높이보다 8.4m를 더 낮췄다"고 자랑했다.
이는 당초 계획된 건축물 규모의 절반 수준이다. 2004년 서울시는 세운4구역 건축계획안을 수립하면서 최고 높이 122.3m의 36층 규모 주상복합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에는 도심 속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고층 건물을 건설하되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폭 90m, 길이 1㎞ 규모 녹지축을 세운상가 자리에 만들고자 했다.
고층 건물 계획안이 나왔을 당시에도 서울시는 종묘 앞 용지라는 특성을 고려해 외관 디자인에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살릴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36층 규모로도 충분히 경관과 역사를 보존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세운상가 개발보다 존치·재생을 선택한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세운4구역 일대 개발 계획도 뿌리째 바뀌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유네스코(UNESCO) 자문기구인 이코모스코리아가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 건축물에 대해 높이 제한을 두지 않으면 문화재 지정을 철회하겠다는 공문까지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 세운상가 일대를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메이커(maker) 시티`로 재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메이커 시티`란 제작, 생산, 판매, 주거, 산업, 문화를 하나로 연결한 융합도시를 뜻한다. 아울러 서울시는 2019년까지 진양상가에서 남산까지 이어지는 보행로를 완성시키겠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에는 세운상가 4대 전략기관 입주공간이 개관하고, 청년 스타트업 입주공간도 5월 오픈한다. 시민·문화공간 등 다양한 시설 또한 오는 8월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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