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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연기금의 비밀②]국민연금.일본공적연금펀드(GPIF), 노르웨이국부펀드(GPF)이어 세계 3번째 펀드.

Bonjour Kwon 2017. 4. 3. 08:00

2017.04.01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국민연금은 500조원 이상의 자산으로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 노르웨이 국부펀드(GPF)에 이어 규모면에서 세계 3번째 펀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수익률 면에서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는 볼 수 없다. 안전자산 위주의 투자 집행 등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재량권이 제한돼 있어 애초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은 탓이다.

 

1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은 558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면서 4.75%의 수익률(잠정치)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5년 대비 0.18% 높아진 수치다. 자산군별로 살펴 보면 국내주식 5.64%, 해외주식 10.13%, 국내채권 1.83%, 해외채권 4.01%, 국내대체투자 5.74%, 해외대체투자 12.34%의 수익률을 보였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운용 성적표는 여타 글로벌 선진 연기금들보다도 우수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펀드는 지난해 3분기까지 운용 수익률이 -1.7%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1.5%,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0.6%,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 2.2% 등 다른 글로벌 연기금들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글로벌 저금리 여파로 운용수익률이 급락한 해외 연기금들과 비교해 선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의 연평균 운용수익률을 살펴보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기금 여유자금 운용실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2013년 5년간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13.1%, 노르웨이 국부펀드 12.0%,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11.9%, 네덜란드 공적연금(ABP) 11.2% 등 글로벌 연기금들은 대체로 두 자릿수의 높은 연평균 운용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국민연금은 6.9%의 수익률을 거두는 데 그쳤다. 세계 주요 연기금 중 국민연금보다 수익률이 낮은 곳은 5.7%의 수익률을 기록한 일본공적연금펀드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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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이 낮은 까닭은 안전 자산 위주의 투자 방식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지난 2014년 기준 자산배분안을 보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의 비중이 60.1%,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과 대체투자의 비중이 39.9%로 안전자산의 비중이 높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소득성장분과 물가상승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래 연금의 실질가치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향후 기금의 수입·지출 추이를 고려해 일정 적립비율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기금의 목표수익률을 산정하는 장기재정 안정화 관점에서 운용목표를 설정하는 해외 주요 연기금들과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장기 재정건전성을 고려한 자산부채종합관리(ALM) 방식에 의해 목표수익률을 산정하고 있는 해외 주요 연기금들은 안전자산에 비해 위험자산의 비중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적립비율을 안정되게 유지하기 위한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하는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이 지난 2015년 7월부터 적용하는 자산배분안을 보면 안전자산인 채권 비중은 19% 수준인 반면 주식과 실물자산 등 위험자산 비중은 70% 이상이다. 네덜란드 공적연금 역시 지난 2015년 2분기 채권 비중은 30.3%에 불과했고 대신 주식 및 대체투자 등 위험자산의 비중은 60% 이상이었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의 경우에도 지난 2015년 주식투자 비중이 50.2%, 부동산 및 기반 투자비중이 17.2%를 차지해 위험자산에 대한 비중이 높았다. 세계 20대 연기금의 지난 2014년 평균 채권투자 비중이 40.6%인 것을 보더라도 국민연금의 채권 투자 비중은 높은 편이다.

 

국민연금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일본공적연금펀드는 국내채권과 해외채권을 합해 71%를 채권에 배분하며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일본공적연금펀드의 경우 지난 2014년 11월부터 중기 자산배분 비중을 대폭 수정해 주식 및 해외자산 투자를 크게 확대하기로 결정하며 채권 투자 비중을 50%까지 낮췄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경우에도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이고 과감한 포트폴리오 배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국민연금 등 우리나라 공적연금들은 채권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안전성은 높지만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주식이나 대체투자 자산들의 비중을 지금보다는 더 높은 수준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 실장은 “해외 연기금들에 비해 안전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야 한다는 등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재량권이 매우 제한돼 있는 것이 수익률을 낮게 만드는 주된 요소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