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dge,멀티에셋펀드

국제헤지펀드, 자본 이탈 러시…영향력 축소?작년 2008년 이후 최대 규모 자금유출 S&P500에도 못미치는 운용수익률 탓

Bonjour Kwon 2017. 4. 6. 16:06

 2017.04.06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제 헤지펀드에서 자본이 빠져나오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해 온 헤지펀드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8년 만에 헤지펀드 내 대규모 자금유출이 나타났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6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헤지펀드 조사기업 유리카헤지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올 2월 말 기준 작년도 헤지펀드 자금유출액이 607억달러(약 68조4000억원)로 2008년 4269억달러 이후 최대 규모로 늘었다고 전했다. 미 캘리포니아 주(州) 공무원퇴직연금기금(CalPERS)도 최근 헤지펀드에서 돈을 빼내 운용 수수료가 낮은 지수연동형 투자상품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부연했다. 

헤지펀드는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와 같이 연금기금이나 초고소득층의 자금 운용을 맡고 있다. 공매도 같은 고급 투자기법을 활용해 1990년대는 연간 수익 20~30%의 운용실적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맞았으며 현재도 수백조원의 자산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큰 손’으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헤지펀드의 운용 성적이 나빠지면서 투자자가 돈을 빼내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는 게 닛케이의 분석이다. 2009년 이후부터는 8년 연속으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S&P500 지수의 등락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후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시장에 자금을 대량으로 푼 탓에 비대해진 헤지펀드 자금 운용도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이나 보호무역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같은 예기치 못한 정치적 변수도 어려움을 키웠다. 도이치증권의 공동주식영업총괄부장 야나기사와 마사카즈(柳?正和)는 “헤지펀드의 운용 성적이 고객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투자자로선 운용 수익이 낮다면 굳이 운용 수수료가 높은 헤지펀드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헤지펀드 수수료는 기본 2%에 수익에 따라 최대 20%의 추가 수수료를 낸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헤지펀드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1000억달러(113조원)는 낭비했다”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초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일본은 운용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분위기에 헤지펀드 기피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생명보험의 재무기획부담당 과장인 구루스 리츠케(栗栖利典)는 “운용 비용에 대한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헤지펀드가 과거 명성을 잃게 되리란 전망도 나온다. 헤지펀드 일부가 운용 수수료를 낮추며 대응하고 있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신설 헤지펀드보다 사라진 곳이 더 많았다. 특히 골드만삭스 출신이 설립한 이튼 파크 캐피탈 매니지먼트 같은 유력 펀드도 문을 닫고 있다. 닛케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현상”이라고 전했다. XM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