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9
경북 군위·전북 임실 등 65세 이상 인구에 비해 가임기여성 턱없이 적어
학교·병원도 갈수록 줄어…남아있는 인구마저 떠나 "지방공동화 방지책 시급"
◆ 눈앞에 다가온 지자체 소멸 (上) / 얼마나 심각하길래 ◆
전북 임실군에선 중고생들이 학교에 가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린다. 학교가 너무 멀어서 하굣길엔 녹초가 되기 일쑤다. 사람이 너무 줄다 보니 이제 버스도 다니지 않아서 군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아니면 장을 보러 가기도 어렵다. 병원과 약국이 이 지역에서 사라지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전이다. 모두가 급격한 인구 유출로 인해 생긴 현상들이다.
김동영 전북연구원 미래전략연구부장은 "지방 낙후지역은 인구 감소로 학교 병원 약국 등 기반시설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면 남아 있는 사람들의 생활환경이 점점 나빠질 것"이라며 "결국에는 사람이 살기 힘든 생활 사막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경북 의성·군위·영양·청송군, 경남 합천·남해군, 전북 임실군, 전남 고흥군 등은 이런 생활 기반시설들이 무너지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한다. 지방자치단체 소멸의 가능성은 수치로도 파악된다. 올 3월 기준으로 소멸의 위험성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경북 의성군이 꼽힌다. 의성군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는 2만119명에 달하지만, 20~39세 여성 인구는 3250명에 불과하다.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눠보면 0.161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가임기에 속하는 젊은 여성들 인구수가 노인의 16%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20~39세 가임기 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수`로 나눈 수치를 지자체 소멸위험지수라 부른다. 대개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이면, 즉 노인 인구가 가임기 여성의 두 배를 넘으면 소멸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부양해야 할 노인은 많은데 신생아는 적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인구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3월 기준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인 곳은 37%인 85곳이다. 경북 의성군(0.161)에 이어 전남 고흥군(0.169), 경북 군위군(0.177), 경남 합천군(0.178)과 남해군(0.183)이 현재로선 소멸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들 지자체가 소멸 위기에 놓인 가장 큰 요인은 인구 유출이다. 1995년 5~9세 인구를 100으로 봤을 때 20년 후인 2015년 현재 25~29세 인구가 60 이하로 추락한 곳이 분석 대상 219개 시·군·구 가운데 20%인 44곳에 달했다. 즉 40%가 넘는 젊은이들이 태어난 고향에 정착하지 못하고 타 지역으로 떠났다는 얘기다. 유출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경북이었다. 고향에 정착한 인구수가 47.8%에 불과했다. 전남과 전북도 정착률이 각각 50%와 57.1%에 그쳤다. 인구 유출로 생활기반이 무너지면 결국 인근 시·군에 통폐합돼 이름조차 사라지는 지자체가 속속 나올 수 있다. 인구가 줄어도 자치단체로서 최소한의 외형을 유지하려면 군수, 부군수 등을 비롯한 상당수 공무원을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단계마저 넘어서면 아예 지자체를 없애는 시대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는 얘기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인구 2만명에 못 미치는 자치단체가 현재 경북 영양군과 울릉군 2곳인데, 2030년에는 27곳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곳에도 군청 공무원은 적어도 600~700명가량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자치단체를 인위적으로 통폐합하기보다는 적절하게 인구 분산을 유도해 공생하는 방안을 찾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 측면에서도 도시 과밀화와 지방 공동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 중구는 과밀화로 인해 갖가지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강원도 철원군 근북면은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로 전락할 상황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근북면 면적은 23.73㎢로 9.9㎢에 불과한 서울 중구의 2.4배에 달한다. 하지만 인구는 3월 말 현재 고작 55가구 109명으로 총 12만4312명이 몰려 사는 중구 대비 1140분의 1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인구 도시 집중으로 얻는 이익보다 지방 공동화로 인한 손실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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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줄어드는데 인프라에만 돈 펑펑
2017.04.19
6700억 의정부 경전철, 이용객 하루 1만명 그쳐
화성시 종합경기타운, 시설활용률 턱없이 낮아
◆ 눈앞에 다가온 지자체 소멸 (上) ◆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층 이탈로 심각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한 노인이 밭을 바라보며 홀로 생각에 잠겨 있다. [이승환 기자]
인구 감소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도 지방자치단체들의 과다한 인프라스트럭처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우선 인구추계를 부풀려 잡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전남 영암군이 작년도에 마련한 기본계획을 보면 2020년에 인구가 21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올 3월 기준 영암군 인구는 5만6484명에 불과하다.
4년 만에 인구를 4배 가까이 증가시키겠다는 비상식적인 `계획인구`를 갖고 있는 것이다. 계획인구는 도시계획을 세우는 데 기준이 되는 지표로 이를 통해 각종 개발 사업 인허가와 용지 규모, 주민 생활시설 확충 여부를 판단하고 예산도 책정한다.
영암군만 이런 것이 아니다. 경남 밀양시는 작년에 작성한 문서에서 2025년 인구를 모두 21만여 명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3월 현재 인구는 10만8184명에 불과하다. 9년 만에 인구를 두 배로 불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2020년 인구가 86만명이 될 것이란 평택시 현재 인구는 45만여 명이다.
경기 화성시는 2011년 2370억원을 들여 3만5000여 석 규모 종합운동장과 5000석 규모 체육관 등을 갖춘 `화성종합경기타운`을 지었다. 그러나 이 시설은 활용률이 낮아 줄곧 예산낭비 사례로 비판을 받고 있다. 건립 근거가 된 화성시 계획인구는 2015년 105만3000명, 2020년 110만명이었다. 하지만 올 3월 현재 화성시 인구는 65만5438명에 불과하다.
의정부시도 마찬가지다. 작년도 인구계획에는 의정부시의 2020년 인구가 모두 52만여 명에 달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3월 기준 의정부 인구는 43만여 명에 불과하다. 인구추계가 이렇게 주먹구구로 이뤄지다 보니 적자투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의정부경전철이 탄생했다. 의정부경전철은 지난 1월 개통 4년 만에 220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며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고 말았다.
당초 의정부시는 2020년에는 인구가 52만여 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 인구는 43만여 명에 불과했고 이런 탓에 경전철은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회당 2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이용률을 보였다. 의정부시는 당초 2006년 `의정부경전철민자사업 실시협약` 때 하루 평균 7만9000명이 이용할 것이란 수요예측 결과를 기초로 사업비 6767억원을 승인했지만, 개통하고 보니 이용객이 하루 1만여 명에 불과했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재 시도까지만 작성하도록 되어 있는 인구추계를 최소 시·군·구 단위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제는 인구감소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크고 웅장하게 건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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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엔 국토 61%가 無人 지역?
2017.04.19
지자체 40% 초고령사회 진입
◆ 눈앞에 다가온 지자체 소멸 (上) ◆
농어촌 지역에서 인구유출이 계속됨에 따라 앞으로 우리나라 전 국토 중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이 차지하는 면적이 크게 늘어난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토연구원은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영토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의 면적은 53%를 차지했지만, 2040년께는 이 비율이 61%에 달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치를 내놨다.
우선 인구의 유출은 급속한 고령화를 초래한다. 전국 229개 시·군·구 중 고령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곳은 모두 86개(37.6%)다.
또 전라남도는 이미 2015년에 노인 인구의 비중이 21.1%를 기록해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특히 풀뿌리 자치가 이뤄져야 할 면 단위의 경우 고령자 비율이 2053년에는 61%로 전국 고령인구 비중으로 예상되는 38%에 비해 훨씬 높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령화 끝은 지방에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공동화라는 지적이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리 단위 행정구역 중 20가구 미만만 살고 있는 곳이 2005년에는 2048개소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3091개소로 5년 동안 1000개소 넘게 증가했다. 이미 농어촌지역의 마을 공동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미 향촌사회 곳곳은 폐허로 변한 빈집이 즐비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순은 서울대 교수는 2014년도 논문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 폐경지가 증가하고 수로와 농로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주택의 유지·관리도 소홀해지면서 정주지로서의 공간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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