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12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문재인 정부' 5년 부동산시장 어디에…]
전례 없는 조기 대선이 막을 내리면서 부동산시장의 시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향하고 있다. 대형 공약이 시장에 주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새 정부의 정책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전월세시장 구조적 변화 예고”=부동산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새정부에서 전월세시장이 큰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단계적 도입,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 등 문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주요 공약이 임대차시장의 구조개편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재계약시 지나친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와 전세계약 만료시 1~2회 계약연장을 보장하는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 도입이다. 전월세상한제,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 등은 이전 이명박(MB)정부와 박근혜정부 때도 야당 주도로 도입이 추진됐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 부딪쳐 거듭 좌절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 어느 때보다 도입 가능성이 높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도입을 추진 중이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야당도 모두 제도 도입에 호의적이다.
관건은 전셋값 급등, 민간 임대시장 위축 등과 같은 단기 충격을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느냐다.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칫 잘못하면 전월세 사는 서민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공약했다고 해서 무조건 이행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 도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시장을 차분히 지켜보고 충분한 보완책을 마련한 뒤에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본부장도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준비단계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제도 도입시 전셋값이 급등하고 민간 임대차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며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대출 가능 금액을 좌우할 DTI(총부채상환비율)·LTV(주택담보인정비율) 완화는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오는 7월말 종료 예정인 DTI·LTV 완화 조치를 연장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가계부채 부담완화 차원에서 DTI·LTV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선거기간에 DTI·LTV 강화를 언급했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이나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막판 공약집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부동산 보유세 인상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문 당선인은 앞서 GDP(국내총생산) 대비 1%까지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하겠다고 밝혔으나 마지막 순간 공약집에서 이 내용이 빠졌다. 부동산 보유세 현실화는 앞서 참여정부 시절에도 종부세 논란 속에 미완의 개혁으로 남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차기정부 부동산정책의 최대 변수는 보유세 인상”이라며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보유세가 인상된다면 엄청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특히 임대소득 말고는 다른 소득이 없는 고령층, 즉 생계형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며 “보유세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교수 역시 “보유세가 인상된다면 시장 충격이 막대하다”며 “보유세 인상이 매매감소, 민간 임대시장 위축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부동산 거래세가 가장 높다”며 “보유세 인상은 반드시 거래세 인하와 동시에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소 1년은 ‘정중동’…신중해져야”=새 정부 출범 이후 주택시장은 한동안 관망세가 지배하는 ‘정중동’(靜中動)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공약이 언제쯤 구체화할지, 정책기조가 어떻게 바뀔지, 정책 추진 속도와 강도를 가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 부산, 세종시 등 이른바 인기 지역과 나머지 지방 부동산시장간 온도 차가 극명해지는 양극화 양상은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이후 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연말쯤에는 부동산경기가 다시 고개를 숙일 우려도 있다.
심 교수는 “최소 1년간은 시장 관망세가 강할 것”이라며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과 함께 기준금리 인상, 입주물량 증가, 대출규제 등 예상 가능한 시장악재들이 부동산 거래를 옭아맬 것”이라고 말했다.
양 본부장은 “한동안 관망세 속에 양극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가을 이사철 이후 입주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연말로 갈수록 부동산 경기가 나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새 정부 출범 초기 세종시, 뉴타운 등의 선별적 강세를 예상했다. 그는 “보유세 인상이나 전월세상한제 등의 도입이 당장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며 “행정수도 위상 강화, 도시재생 투자 확대 등이 예고된 만큼 세종시나 서울 뉴타운지역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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