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2
편법승계에 기업가정신 왜곡 한국형 국민기업 발목잡아
◆ 한국형 국민기업 키우자 ① / 30대그룹 중 승계이슈 16곳 분석 ◆
국내 최대 종자 업체인 농우바이오의 창업주 고(故) 고희선 명예회장이 2013년 8월 갑작스레 타계하자 장남 고준호 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회사를 팔아야 했다. 고 명예회장이 사망 전 보유한 농우바이오 지분 45.4%에 대한 상속세로 무려 1200억원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고준호 씨가 기존 보유 지분 7.42%를 내다 팔아도 마련할 수 있는 현금은 300억원에 불과했다.
상장주식 물납제도는 2013년 2월 이후로 금지돼 상속세를 주식으로 내는 것도 불가능했다. 결국 유족들은 물려받은 지분과 고씨 보유분을 합친 지분(52.8%)을 농협경제지주에 판 뒤 상속세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대신 기업 승계의 꿈은 버려야 했다. 대기업들도 이런 고민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11일 매일경제신문과 대신지배구조연구소의 조사 결과, 30대 그룹 가운데 최대주주가 70세 이상이어서 상속세 이슈를 갖고 있는 대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차 LG 롯데 등 16곳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기업집단에서 추후 발생하게 될 상속세 부담을 계산해보니 무려 16조1500억원에 달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16개 그룹 후계자의 승계 전 보유 지분 시장가치 총합은 16조5800억원이다. 선대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본인이 가진 지분 거의 전부를 매각해야 하는 셈이다. 현행 규정상 승계 대상 상장사 지분을 물납으로 내지 못해 현재 보유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대량 매각에 나설 경우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보고 세금을 내야 할 판이다. 더욱이 팔아야 하는 지분이 순환출자 고리에 있는 지분이라면 매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실상 승계가 불가능한 구조다.
근본 원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50%) 때문이다. 최대주주에게는 상속세율이 최대 30% 할증되는 제도까지 있어 이론상 부담해야 할 세금은 65%로 높아진다. 아예 상속세나 증여세가 없는 스웨덴 등 유럽 국가와는 대조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세금 부담 때문에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손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중견 금융그룹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부친 기업을 이어받고 싶어도 많은 증여세 부담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며 "요즘 젊은이들이 이런 세금 부담을 안다면 아무도 창업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최대주주 일가는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편법 승계에 나서면서 자본시장마저 왜곡시키고 있다. 최대주주의 후계자 지분이 많은 비상장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추후 이 기업을 상장시켜 상장차익을 얻게 하는 방식이 자주 동원된다. 기업의 실제 가치와 시장가치가 왜곡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있다. 한국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탈출하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지배구조 변화를 이슈로 삼은 투자가 성행하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기도 한다. 투자자들이 차익을 노리고 후계자 지분이 많은 주식에 투자하는 게 대표적인 투자 유형이다. 후계자 지분이 많은 회사가 성장해 시가총액이 증가해야 후계자 지분가치가 늘어 상속세를 줄이거나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하는 것이다. 이 같은 기대가 형성된 주가는 기업의 실제 가치와는 무관하게 지배구조 이슈로만 움직이는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2월 삼성SDS 보유 지분 11.25% 중 2.05%를 매각하자 주당 30만원을 오르내리던 주가가 13만원대로 급락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오너리스크` 한 방에 주가가 무너진 것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클라우드를 비롯한 삼성SDS의 본질가치가 오너 이슈 그림자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삼성 이름표를 단 주식 중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은 11일 현재 삼성SDS가 유일하다.
현대·기아차그룹 후계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분 23.29%를 들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역시 오너 이슈에 따라 주가가 움직였다. LG그룹 후계자 구광모 LG 상무가 지분 7.5%를 보유한 비상장사 판토스에 쏠리는 관심도 상당하다. 언젠가 기업공개(IPO) 과정을 거쳐 기업가치를 올릴 것으로 투자자들이 기대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도 합리적인 경영승계 시스템을 도입할 때라고 지적한다. 지배구조 잡음 없이 사업에만 충실해 국익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형 국민기업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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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지분 13배 세금내는 기업도…편법승계 부추기는 나라
2017.04.11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합법과 위법 사이 줄타기…유혹에 빠지기 쉬운 현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지분 다 팔아 6조 마련해도 상속세 9조 어림도 없어
◆ 한국형 국민기업 키우자 ① / 정상적 상속 불가능한 구조…자본시장도 왜곡 ◆
`0원 vs 6조원.`
지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3.54%)을 상속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독일과 우리나라에서 내야 하는 상속세 규모다.
삼성전자가 독일 회사였다면 이 부회장은 상속세를 한 푼도 안 내고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다만 승계받은 사업을 7년간 유지하고, 같은 기간 직원들 연봉을 유지하거나 늘린다는 조건에서다. 임대자산, 투자자산 같은 비사업용 자산 비율도 1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는 상속세를 깎아줄 테니 가업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더 나아가 기업을 장기적으로 발전시키라는 독일 정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영국도 가업을 상속할 경우 2년간 사업을 유지하면 상장주식의 상속세를 50% 감면해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당장의 세수보다 기업의 가업 승계를 통한 장기적인 성장을 우선시하는 유럽의 세금 제도는 장수 기업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완전 딴판이다.
11일 매일경제신문과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금 한국에서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상속받기 위해 내야 하는 상속세는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3월 26일 상속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54%의 가치는 9조8532억원(직전 2개월 삼성전자 평균 주가 기준)이다. 과세표준 30억원 초과로 최고세율 50%가 적용되는 데다 최대주주에 대한 20% 할증까지 포함한 상속세율 60%를 적용해 계산해 보면 총상속세는 5조9119억원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같은 방식으로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물산 같은 비주력 계열사 지분까지 상속한다고 가정해 계산한 결과 상속세는 총 9조45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지분가치 15조757억원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이 부회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지분(6조7641억원)을 상속세로 다 내도 모자라는 수준이다.
과도한 상속세 부담은 국내 1위 기업인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30대 그룹 중 70대 이상인 총수가 2세에게 상장 계열사 지분을 상속할 경우 내야 할 상속세를 분석해 본 결과 현대차 2조8547억원, 신세계 8351억원, LG 7379억원, 한국타이어 7417억원 순으로 많은 상속세를 부담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2세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다 팔아야 겨우 낼 수 있을 정도로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일례로 OCI의 경우 총수 지분이 있는 상장 계열사 지분에 대한 상속세가 총 1389억원인데 현재 2세가 보유한 상장사 지분가치 106억원의 무려 1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같은 상속세 부담을 피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기 지분 확대를 꾀하다 뇌물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주회사 전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일련의 과정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많은 대기업 총수 2세들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합법과 위법 사이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면서 대기업에 대한 나쁜 감정만 더욱 커지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는 상속세를 우회하면서 총수 2세가 자기 지분을 늘리는 불공정 거래의 대표적인 사례다. 공정거래법이 이를 금지하고 있지만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편법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행태가 횡행하고 있다.
최근 일감 몰아주기 같은 계열사 편들기를 통해 민간 기업집단이 취득한 부가 26조원을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0대 민간 기업집단 중 8대 기업집단(동일인이 개인이 아닌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제외)이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얻은 부의 증가액은 총 26조2128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최초에 해당 지분을 취득한 금액은 4756억원으로 단순 수익률로 계산하면 5512%에 달하는 수준이다. 상속세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기업집단이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편취하고 있는 셈이다.
조명현 기업지배구조원장은 "해외와 우리나라 사례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국내 대기업들이 과도한 상속세를 이유로 일감 몰아주기 같은 편법을 저지르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제도 개선을 통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시스템을 갖추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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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일군 회사 팔 수밖에" 중견기업 회장의 눈물
최초입력 2017.04.11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었지만 공제 까다로워 결국 포기 "제2의 네이버 나오겠나"
주식담보 대출받아 세금내도 주가하락 우려 탓 성장 발목
◆ 한국형 국민기업 키우자 ① ◆
코스닥 상장기업 J사의 A회장은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증여세 부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80대 중반 고령의 창업자가 생존해 있는 이 기업은 추후 상속에 대비해 10년 전인 2007년부터 창업자 지분을 A회장을 포함한 2세 일가에게 나눠서 증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딱히 가진 현금이 없다 보니 세금이 나올 때마다 지분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40%) 중 절반가량이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 있다. 이 회사 시가총액이 4000억원인 걸 감안하면 시가 800억원어치 지분이 금융권 담보 물량이라는 얘기다.
실적 악화로 주가가 급락하기라도 하면 금융권이 담보로 잡아놓은 주식 물량이 `반대매매` 형태로 일거에 쏟아지며 주가 하락을 더 부추길 수 있다. 물량 부담이 주가를 짓누르고 있어 실적이 올라가는데도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이 연 3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대폭 늘었지만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만큼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회사 승계 예정자인 A회장은 "앞으로 네이버가 제2 삼성전자가 되고, 네이버 후계자도 똑같은 고민을 할 텐데, 이런 세금 체계에선 아무도 네이버 같은 회사를 창업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중견기업들은 과도한 세금 부담 때문에 성장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철강 자재기업 K사 회장이었던 B씨 역시 2년 전 자신의 보유 지분 모두를 200억원에 매각하며 "파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이 회사는 연매출 300억원을 올리는 강소기업이었다.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철강 자재를 독점 공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낼 방법이 없어 끝내 경영권 매각이라는 길을 택했다.
우리나라에서 법인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법인 기업의 주식을 증여하거나 상속해야 한다. 증여세와 상속세 최고세율이 너무 높아 승계 과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최고세율이 50%에 달하는 데다 최대주주 할증(최대 30%)을 감안하면 세율이 65%까지 올라간다. 현금이 엄청나게 많지 않은 이상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증여나 상속이 힘들다. 이 과정에서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한 여러 제도를 마련해놨지만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
대표적인 제도가 가업상속공제 특례다. 가업을 물려받은 피상속인의 경영기간이 10년 이상 15년 미만이면 200억원, 15년 이상 20년 미만이면 300억원, 20년 이상이면 500억원 한도로 공제를 해준다. 하지만 엄격한 사후관리 요건을 채워야 한다. 물려받은 가업이 휘청거려 직원 수를 줄이면 곧바로 상속세를 내야 한다.
연매출 3000억원이 넘으면 아예 공제 대상에서 빠진다. 기업이 한창 성장하고 있는데 가업공제 혜택 소멸을 우려해 브레이크를 밟는 `피터팬 증후군`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업종 변경을 원천 금지하는 항목도 손봐야 할 대목이다. 첨단 산업에 도전하고 싶은 후계자 손발을 전부 묶어놓는 식이다.
기업이 더 커지기 전에 하루빨리 가업 승계를 하는 기업도 드물지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하림이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2012년 아들 준영 씨에게 하림그룹을 최정점에서 지배하고 있는 `올품` 지분 100%를 넘겼다. 하림그룹은 올품 산하에 하림홀딩스와 제일홀딩스 2개의 중간 지주사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구조다. 증여 당시 김 회장은 100억원 규모의 증여세도 모두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취재팀 : 스웨덴·이스라엘 = 홍장원 기자(팀장) / 중국 = 김대기 기자 / 독일·홍콩 = 배미정 기자 / 독일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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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 상속세 공포…본업 전념 못하는 기업들
한국 대주주 상속세율 65%…OECD 평균 2배 넘어
고용 유지하고 사업 키우면 상속세 한푼도 안내는 독일
"한국 상속세는 기업 죽이는 제도…독일기업도 버티지 못할것"
후계자 지분 13배 세금내는 기업도…편법승계 부추기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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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복합의 굴욕…집값 뛰는 마포·마곡서도 할인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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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속세는 기업 죽이는 제도…독일기업도 버티지 못할것"
최초입력 2017.04.11
기업이 커지면 상속부터 걱정…누가 회사 키우려고 힘쓰겠나
獨선 가업승계 혜택받는 만큼 오너회장 혹독한 검증후 선임
상위권大에 외국어·외부경력…기본요건 채워야 후보군 진입
◆ 한국형 국민기업 키우자 ① / `가전의 벤츠` 독일 밀레社 진칸 회장의 쓴소리 ◆
"한국의 상속세는 기업을 죽이는 제도다. 지금 당장 개선에 나서야 한다."
시골 마을인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귀터슬로에는 `가전의 벤츠`라 불리는 명품 가전업체 밀레가 자리 잡고 있다.
밀레 본사에서 만난 라인하르트 진칸 회장은 한국 기자가 최고세율이 50%(할증 시 최대 65%)에 달하는 한국 상속세 체계에 대해 설명하자 강하게 고개를 저으며 이같이 말했다.
진칸 회장은 "이 같은 한국의 상속체계는 경영승계를 하려는 기업인 입장에서 치명적인 것"이라며 "가족 사업을 토대로 전체 기업의 80%에 달하는 강한 중소기업을 가진 독일에 한국 제도가 적용되면 기업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대신 고용 창출을 비롯해 국가의 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진칸 회장은 "개인적으로 상속받는 자산과 사업 유지를 위해 승계받는 자산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개인상속분은 사회 정의 차원에서 높은 세율을 내더라도 이해할 만하지만 사업적인 자산은 사업개선과 고용유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상속세를 감면하는 대신 고용 의무와 사업유지 의무를 제시하면 국가 차원에서도 훨씬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1899년 설립된 밀레는 100% 가족 소유 기업이다. 진칸 회장의 가문이 지분의 49%를, 밀레 가문이 51%를 보유하고 있다. 두 가문이 4대째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매일경제와 인터뷰한 진칸 회장은 지분의 49%를 보유한 진칸 가문을 대표해 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오너다. 지분 51%를 보유한 밀레 가문에서는 현재 마르쿠스 밀레 회장이 기술 파트를 맡고 있다.
진칸 회장은 "가업 승계를 원활하게 해주려는 적극적인 독일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밀레는 100년 넘는 역사를 거치면서도 탄탄한 지배구조를 갖출 수 있었다"며 "밀레가 세계적인 가전업체로 성장한 것은 안정된 지배구조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이 커지면서 상속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면 누가 기업 성장을 위해 힘쓰겠느냐"며 "고용을 유지하는 조건이라면 인센티브를 줘서라도 가업 승계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레 역시 이 같은 과정을 통해 100년 넘는 역사를 과시하며 꾸준한 성장을 해왔다는 것이다.
밀레는 진공청소기 세탁기 오븐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 시장에서 유럽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 세계 10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이 37억1000만유로(약 4조4771억원)로 매년 성장 중이다. 종업원은 1만8000여 명으로 독일에서만 1만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가업 승계 혜택을 받는 만큼 회장에 오르기 위해서는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진칸 가문이나 밀레 가문 출신이 경영자가 되려면 상위권 대학 경영학이나 공학 등을 전공해 평균 B 이상 성적을 받아 졸업해야 한다. 진칸 회장은 하버드대, 쾰른대, 베를린공대 등에서 통상학과 경제학을 공부했고, 밀레 회장은 카를스루에대, 생갈대에서 산업공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여기에 적어도 한 개 이상 외국어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회사에서 4년 이상 경력을 쌓은 뒤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진칸 회장은 "나는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영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고, 4년간 BMW 본사에서 일했다"며 "물론 이 조건을 채웠다고 경영을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기본 요건을 채우면 본격적으로 경영인으로서 적합한지에 대한 검증절차에 돌입한다. 26년 전 검증 절차를 경험했던 진칸 회장은 "하루 종일 엄청난 양의 질문을 받고 정신없이 대답한 것밖엔 기억이 안 난다"고 회상했다.
테스트는 오너 가문과 전혀 관련이 없는 6명의 심사위원들에게 하루 동안 강도 높은 면접을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에서 통과하면 밀레 가문과 진칸 가문 60명으로 구성된 가족심사위원회의 면접을 또다시 통과해야 한다. 이 같은 절차를 통해 밀레 회장 자리에 올라간 오너가는 능력적인 면에서나 인격적인 면에서 흠잡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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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주주 상속세율 65%…OECD 평균 2배 넘어
최초입력 2017.04.11
다른 나라엔 없는 대주주 할증
상속세 비중 전체 세수 1% 불과…캐나다·호주·스웨덴 아예 폐지
◆ 한국형 국민기업 키우자 ① ◆
국내 상속세는 최고세율 50%에다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평가까지 더하면 최고 65%에 달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최고세율(26.3%)의 2배에 달하는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최고세율이 같은 일본도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상속세 할증은 하지 않고 있다.
한국 상속세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과거 세원이 투명하지 않았던 점이 꼽힌다. 어느 정도 `탈세`가 이뤄질 것을 감안해 높은 세율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세무당국이 자금 거래를 유리알처럼 들여다볼 수 있는 현 수준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최고경영자(CEO)는 11일 "부친이 별세했을 때 세무서가 최근 5년간 자금 이체 내역을 엑셀파일로 일목요연하게 뽑아와 자금 출처와 이동경로를 묻더라"며 "지금은 탈세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현재 최고 65%에 달하는 국내 상속세율은 2000년에 제정된 것이다. 그동안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해 상속세율을 내리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기업인들의 주장이 제기됐지만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무시됐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파격적인 공제 혜택으로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상속세가 아예 없는 나라도 수두룩하다. 캐나다는 세계 최초로 1972년 상속·증여세를 폐지했으며, 호주도 1984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했다. 스웨덴은 2005년 상속·증여세를 모두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대체했다. 상속세 폐지로 기업들의 조세 회피 유인이 줄고, 가족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아시아에서도 홍콩, 싱가포르 등에 상속세가 없다.
이들 국가 중 상당수는 기업을 물려받을 때 상속세를 아예 내지 않고 추후 기업을 팔 때 여기서 얻는 자본이득에 대해 세금을 내는 구조를 택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매년 상속세 신고세액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전체 세수에 비하면 1%로 미미하다. 2015년 기준 상속세 신고세액은 2조1896억원으로 2014년 대비 32.5% 증가했다. 하지만 작년 전체 세수 208조2000억원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가업 승계에 대한 세제 지원이 단기적으로 상속세수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지만, 성장한 기업이 납부할 법인세, 근로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을 누적하면 가업 승계 지원을 통한 세수 감소 규모를 상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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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유지하고 사업 키우면 상속세 한푼도 안내는 독일
2017.04.11
비사업용 자산 단서 있긴해도 규모·업종 안따지고 승계지원
부의 대물림 삐딱한 시선 없고…감독이사회 따로둬 오너 견제
◆ 한국형 국민기업 키우자 ① ◆
독일 기업인 중에서 상속세가 무서워 기업을 물려주지 못하는 고민을 하는 사람은 없다. 가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여기지 않고, 기업 경쟁력을 대물림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고하다. 상속세 감면 혜택을 받는 기업인은 고용을 유지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진다.
이는 2009년 1월 발효된 상속세개혁법 덕분이다. 독일 상속세 최고세율은 한국과 동일한 50%지만 가업 승계 요건을 놓고는 화끈한 지원을 해준다.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를 따지는 한국과 달리 기업 규모는 물론 업종 제한도 없다. 승계 후 경영 기간과 고용 유지 규모에 따라 사업용 자산 또는 상장·비상장 주식에 대한 상속세의 85%에서 100%까지 전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85% 면제를 위해선 승계받은 기업을 최소 5년간 경영해야 하고, 임대자산과 투자자산 등 비사업용 자산 비율이 전체의 50%를 밑돌아야 하는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다.
가업 승계 후 5년간 급여 총액이 가업 승계가 이뤄진 과세연도 급여 총액의 400% 이상이어야 한다.
100% 면제를 받으려면 가업 승계자는 최소 7년간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 이 기간 동안 승계받은 해의 직원 급여 총액을 기준으로 700% 이상 급여를 유지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매년 지급하는 급여 총액을 승계받은 해 수준 이상으로 지급하면 되는 셈이다. 승계받는 자산 중 임대자산, 투자자산을 비롯한 비사업용 자산 비율이 10%를 넘으면 안 된다는 단서 조항은 있다. 사업에 국한된 지분만 공제해줘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혜택을 받은 만큼의 세금 감면액을 토해내야 한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상속제도 유연화를 통해 독일은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세수 증대, 경제 성장 등 여러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며 "매년 13만명의 일자리가 유지됐다"고 분석했다.
그 대신 사업을 물려받은 오너가 회사를 멋대로 좌지우지하지 않게 견제 수단도 구비해놨다. 대주주라고 하더라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는 경영이사회를 견제할 수 있게 감독이사회를 만들어 근로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자동차회사 BMW에서 최근 20년간 노사분쟁이 한 번도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BMW 이사회는 하랄드 크루거 회장 등 오너 가문 7명이 참여하는 경영이사회와 주주 대표 10명, 노조 측 대표 10명이 들어간 감독이사회 둘로 나뉜다. 자연스레 주주와 근로자 입김이 회사 결정에 반영되며 견제와 균형의 효과를 낸다.
파비앙 프레드릭 BMW 노동법 담당 변호사는 "오너가 속해 있는 경영이사회 안에서도 치열한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다"며 "감독이사회를 통해 주주 의견도 반영될 수 있어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상법과 프랑크푸르트 증시 상장 규정은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대해선 감독이사회 조직 숫자와 구성 비율까지 정하고 있다.
독일의 은행과 보험사 등이 대주주로 감독이사회에 참여해 경영을 감시하고 있고, 창업 가문은 1명의 감독이사회 이사로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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