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당시 자산이 4조원대였던 하림이 총자산 4조4000억원의 팬오션을 인수할 때만 해도 일부에서는 “부채 부담이 너무 크다”고 우려했다. 앞서 M&A에 실패해 무너졌던 웅진, STX 등과 비교하는 경우도 많았다. 당시 하림은 1조80억원에 팬오션을 인수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5680억원이 차입금이었고 일부는 공동 인수자를 모집해 마련했다. 이때 1750억원을 투자한 곳이 JKL파트너스다.
- ▲ 서울 신사동 하림그룹 사옥 /하림그룹 제공
◆ 제일홀딩스 상장 ‘순항’…2년만에 주력 계열사로 떠오른 팬오션 덕
31일 하림에 따르면 제일홀딩스는 다음 달 12~13일 수요예측을 앞두고 기관 투자자 미팅에 한창이다. 기관 반응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고, 제일홀딩스의 주력 자회사(지분 51% 보유)인 팬오션 (5,370원▲ 100 1.90%)의 실적이 좋기 때문이다. 팬오션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 넘게 늘어난 2400억원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달 상장하는 제일홀딩스의 공모가 밴드는 2만700~2만2700원이다. 공모가 밴드 상단인 2만2700원이라고 해도 주가자산비율(PBR)이 0.6배에 그친다. 제일홀딩스는 2038만1000주(28.8%)를 공모할 계획인데, 이 경우 4626억원이 수혈된다.
제일홀딩스 관계자는 “신주 공모를 통해 얻은 자금 중 3400억원(일반 시중은행 대출 100억원 포함)을 팬오션 차입금 상환에 쓸 계획”이라며 “기관 반응이 괜찮아 현재로서는 상환이 무난하게 마무리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제일홀딩스는 팬오션 인수 과정에서 5680억원을 차입했다. 이 가운데 선순위 대출 800억원, 브릿지론 1580억원을 갚은 상태다. 이번 공모로 팬오션 인수 관련 차입금은 모두 상환하게 되는 셈이다.
팬오션의 현재 시가총액은 2조8000억원대다. 제일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가치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한다고 해도 1조4000억원대에 이른다. 다른 주력 계열사 하림, 하림홀딩스 시가총액은 3000억원대에 그친다. 팬오션은 피인수 2년 만에 하림그룹 최대 주력 계열사로 떠올랐다.
◆ “상환 재원 뚜렷해 ‘승자의 저주’ 가능성 차단했다” 평가도
- ▲ ‘팬 세레스’호 /팬오션 제공
상환 재원이 명확한 편이라 애초 인수금융 구성 때도 시중은행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015년 당시는 하림과 같이 중견기업이 대규모 인수금융을 일으켜 대기업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팽배했지만 하림은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한 상환을 보증해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의 협조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8월에는 상환 능력을 인정받아 대출금리를 연 5%에서 3%대 초반으로 낮추는 리파이낸싱(금리, 대출기간 등을 재조정하는 것)에도 성공했다.
일부에서는 2년만에 모든 채무를 상환한 과정에는 운이 따른 측면이 크다고 말한다. 제일홀딩스가 팬오션을 인수하자마자 팬오션 실적이 개선되면서 제일홀딩스 기업 가치도 덩달아 뛰었기 때문이다. 제일홀딩스의 영업이익은 팬오션 인수 효과로 2014년 2280억원에서 지난해 4510억원으로 2년새 2배 가까이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