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4
사업가로 자수성가한 김씨(72·남)는 치매 초기 진단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중증 치매로 접어들기 전 증여와 상속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내에게 재산의 50%를 남기고 25%는 자녀들에게, 나머지는 모교에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싶었지만 걱정이 있었다. 자산관리를 해본 적이 없는 아내에게 갑자기 큰 돈이 생기면 주변의 꼬임에 속아 평생 일군 자산을 한순간 날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기부금이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한번에 학교에 자금을 주기 보다는 매년 일정액을 장학금으로 내놓고 싶었다.
김씨는 유언대용신탁 서비스를 활용해 자신이 죽으면 자산의 절반가량인 수익형 부동산을 아내에 넘겨주되 아내가 사망하기 전까지는 처분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걸었다. 모교 기부금도 사후 10년동안 매년 신탁에서 빠져나가도록 계약서를 작성했다.
김씨처럼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해 자산을 가족에게 물려주는 거액자산가들이 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자산을 금융회사에 신탁형태로 맡기면 생전에는 자산을 운용해주고 사후에는 미리 지정한대로 상속해주는 서비스다. 과거에는 은행이 주로 상품을 내놨지만 최근에는 증권사들이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지난 1월 신영증권이 내놓은 ‘패밀리 헤리티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개별 고객마다 맞춤형으로 신탁을 설계해 주는 서비스다. 고객 생전에는 신영증권의 장기·가치투자 철학에 맞춰 자산을 운용하고 사후에는 미리 정한대로 상속을 집행한다. 상품 가입 전 변호사 세무사 자산관리전문가 등과 함께 세 번이상 상담을 거친다. 고객마다 보유 자산의 규모와 종류, 원하는 상속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영표 신영증권 신탁부장은 “10억원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70~80대 자산가들이 주로 가입한다”며 “최근에는 재산을 물려줄 곳이 마땅치 않은 40~50대 독신 고객들도 돌연사에 대비해 자산의 용처를 정해놓으려는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도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거액자산가들이 유언대용신탁을 찾는 이유는 원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증여·상속할 수 있어서다. 유언을 남겨 재산을 상속하면 상속자산이 사후 한꺼번에 넘어간다. 하지만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해 다양한 조건을 걸면 원하는 시점에 자산을 나눠 상속할 수 있다.
사후에 유언이 확실히 이행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대부분 유언장을 작성해 상속을 결정하지만 이 경우 불확실성이 작지않다. 유언장이 법적 효력을 가지기 위한 요건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자필작성 여부, 날짜, 주소, 날인, 증인 등 요건 한가지만 만족하지 못해도 유언은 무효가 돼 뜻대로 상속이 이뤄지지 않는다. 신탁을 설정하면 자산 소유권이 증권사로 넘어가고 증권사는 계약에만 따르기 때문에 신탁자의 뜻이 그대로 이행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유언대용신탁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오 부장은 “국내 유언대용신탁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시장 성장세가 가파른만큼 2020년이 되면 연간 상속·증여 자산의 10% 수준인 2조원규모 시장으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패밀리 헤리티지 서비스의 수수료는 크게 두 종류다. 상품 가입 때 컨설팅 수수료로 500~1500만원가량을 정액으로 지급한다. 신탁 계약조건이 많고 까다로울수록 비용은 올라간다. 이 후 자산을 맡기면 규모에 비례해 운용수수료를 받는다. 주식 연 0.5%, 채권 연 0.2%, 부동산 연 0.1~0.5% 수준이다. 사후 자산 배분 등 집행비용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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