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IFRS4 2단계 도입 앞둔 국내 보험사들 ‘안절부절’ 금융당국, 압박↑…‘수익성 저조’ 한숨만2016.

Bonjour Kwon 2017. 7. 31. 05:41

[스페셜경제=유민주 기자]오는 2020년 국내 보험사에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 정한 국제회계기준(IFRS) 중 보험에만 적용되는 기준이며, 특히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에서 시가(공정가치)로 평가하는 것이 골자이다.



또한 IFRS4 2단계에서는 장래의 이익에 해당하는 계약서비스마진을 보험부채로 평가하고 지급여력비율(RBC)을 평가할 때 가용자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보험사는 부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서는 새 회계기준을 도입하게 되면 보험회사들의 부채 증가분은 96조원(2015년 말 기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보험사들은 최대 수십조원의 자본을 추가로 확충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중소형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 국내 보험회사 지급여력 비교 보고서  
생명보험업계 RBC 비율‥ 311%→83% 급락 전망



현재 금융당국과 회계업계에서는 유럽연합에서 시행하고 있는 보험사 건전성 기준 솔벤시(Solvency)Ⅱ와 미국에서도 이와 같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제외될 수 없다며 IFRS4 2단계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0일 ‘보험업 IFRS4 2단계 도입영향 간담회’에서 “IFRS4 2단계의 도입시기 및 세부 도입방법 등에 대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의 최종발표가 수차례 연기되면서 이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불필요한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험업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국제기준이 공식적으로 확정·발표되면 제도개선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 위원장은 “IFRS4 2단계의 핵심 내용은 보험부채를 계약시점의 ‘원가’가 아닌 매 결산시점의 ‘시가(공정가치)’로 평가하는 것”이라며 “시가평가를 할 경우 원칙적으로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들에게 약속한 보험금 지급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에 건전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사들 협조 요구 


임 위원장은 보험사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보험사들은 현 시점에서 일시적인 재무적 영향 등을 이유로 IFRS4 2단계 도입 자체를 반대하기 보다는 이 제도가 한국 보험산업에 미칠 긍정적인 측면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회계인 IFRS 도입을 통해 소비자들은 보험사의 실제 보험금 지급역량을 쉽게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보험사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데 유용한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아울러 임 위원장은 “IFRS4 2단계 도입 관련 준비와는 별도로 지급여력비율(RBC), 부채 적정성평가제도(LAT) 등 보험사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노력들도 추진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민간전문가와 보험업계 등을 모두 참여시켜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주장했다. 

  

▲ 임종룡 위원장(사진제공=뉴시스)


자본 감소 ‘비상등’


이런 가운데 당장 올해부터 추가로 자본금을 쌓아야 하는 보험업계는 비상등이 켜졌다. 새 회계기준을 적용받으면 가용자본이 무려 46조원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달 6일 보험연구원 조재린·황인창·이경아 연구위원은 ‘가용자본 산출 방식에 따른 국내 보험회사 지급여력 비교’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를 적용할 경우 ▲생명보험업계의 가용자본은 2014년말 67조원에서 22조원으로 ▲손해보험업계의 가용자본은 22조원에서 20조원으로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연구진은 국내 보험업계의 가용자본을 산출한 결과(2014년말 기준) “생명보험 산업 전체의 가용자본은 2014년말 67조원에서 23조원으로 급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장래손실 41조원과 손실계약의 위험조정 2조원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손보사보다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생보사들은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해 상당한 규모의 손실계약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이때 손실계약은 시가방식의 보험부채가 원가방식의 보험부채보다 큰 계약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손실계약은 보험부채를 증가시켜 자본 감소를 초래하고 이익계약에서 예상되는 장래의 이익은 가용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해 보험부채로 남는다”라고 설명했다. 



RBC비율 전망 

특히 연구진은 RBC 비율에 대해 분석해 발표해 보험사들의 RBC 비율을 내다봤다. RBC 비율이란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이다. 현재 보험업법은 이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어 금융당국은 15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연구진은 “국내 RBC 강화 로드맵에 따라 요구자본이 2014년말 22조원에서 30% 증가한 28조원으로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생명보험업계의 RBC 비율은 311%에서 83%로 급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라고 밝혔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새 회계기준 하에서는 13개 생보사가 RBC 비율 150% 미만이 되고, 9개사는 100% 미만이 되는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같은 방식으로 손보업계의 가용자본은 22조원에서 20조원으로 하락했다. 특히 요구자본이 9조에서 11조로 늘어나 RBC 비율은 243%에서 182%로 추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결과는 2014년말의 부채적정성평가(LAT) 평가액을 적용한 분석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보험부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적용 할인율이 낮아지면 보험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의 현재가치가 커져 보험부채가 늘어나고 보험사는 책임준비금을 더 쌓아야 한다.


손해보험사들, 희망퇴직·부동산 매각→ 자본확충 
“유럽서 올해 적용한 새 자본규제제도 도입해야”



하반기 자본확충 본격화 


이에 따라 제도 도입 시 가장 위태로운 중소형 보험사들이 유상증자·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등 자본확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보험사들은 지급여력(RBC)비율이 감독당국 권고수준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반기 건전성 규제 강화가 예고돼 있어 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보험사가 자본확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중소형 보험사들은 RBC비율이 감독당국의 권고 수준인 150%까지 하락했다. 

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148.2%, 롯데손해보험 151.9%, MG손해보험 152.9%, 아울러 KDB생명도 156.1%로 각각 권고 수준을 못 미쳤다. 


이에 따라 이들 보험사는 자본확충 방안이 필요해졌고 현재는 후순위채 발행 등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앞서 MG손보는 지난달 유상증자를 통해 718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섰다. MG손보는 지난해 3월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400억 원, 이어 같은 해 10월 825억 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MG손보는 자금 확충으로 RBC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메리츠화재도 지난 4월 공시를 통해 “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메리츠화재의 유상증자 또한 RBC 제도 개정과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선제적 대응을 위한 것이었다. 


  
 
  

▲보험사 RBC비율 현황 (자료: 금융감독원, 제작: 스페셜경제)



희망퇴직·부동산 매각 소식 잇따라 


뿐만 아니라 손보사들은 저금리 기조, IFRS4 2단계가 도입 준비에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말 “개인영업부문 소속(지점 및 교차 총무 제외)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달부터는 지역본부를 없애고 지점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메리츠화재는 전국 12개 지역본부 산하 221개 점포를 102개 초대형 점포로 통합할 예정이다. 

또한 앞서 현대해상은 지난달 초 13년만에 희망퇴직을 강행했다. 16년 이상 근속자와 만 4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책임자급 인력이 사원급 보다 많은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어려워진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해상의 직원수는 3천94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희망퇴직 대상자는 절반가량인 2천여명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손보사들은 지난해부터 단행한 자동차보험료, 실손의료보험료 인상 등으로 영업환경은 나쁘지는 않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동부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등 상위 5개사는 올 1분기 수익으로 59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 전분기 대비로는 183% 급증했한 수준이다. 이에 보험권 희망퇴직은 IFRS4 2단계에 대한 대비책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삼성화재는 지난 1분기에는 합정사옥, 지난달에는 강남 테헤란로 역삼빌딩 지분 50%를 각각 500억원, 600억원에 매각하면서 현금확보에 성공했다.

  
 
삼성생명 등 빅3 생보사 현황?


반면, 빅3 보험사는 이번 금리하락 영향으로 올해 1분기 RBC비율이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RBC비율이 350%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13.5%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이어 한화생명 11.4%포인트 오른 288.4%를 기록했으며, 교보생명 263.8%(3%)로 전해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금리하락을 지목하며 “올해 초 2%가 넘던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지난 3월 2%이하로 떨어졌으며, 이달에는 사상최저 수준인 1.58%로 하락했다”며 “금리하락으로 채권가격이 올라 평가이익이 발생한 점이 RBC비율에 호재로 작용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저금리는 이미 사상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추가 금리하락이 제한적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빅3 생보사들도 감독당국이 강조하는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RBC비율 하락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솔벤시Ⅱ’ 도입 주장 나와 

한편, 보험연구원 연구원들은 “이와 같이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업계 전체의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럽에서 올해 적용한 새 자본규제제도(솔벤시Ⅱ)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솔벤시Ⅱ(Solvency II)는 원칙적으로 IFRS4 2단계와 같이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 다만 보유계약의 장래 이익을 가용자본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연구원들은 “같은 2014년을 기준으로 국내 보험사에 솔벤시Ⅱ를 적용한 다면, 생보업계의 가용자본은 오히려 80조원으로 늘어나고 RBC 비율은 311%에서 283%로 소폭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손보업계의 가용자본 역시 40조원으로 증가하고 RBC비율도 243%에서 374%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원들은 “장래이익을 자본으로 인정하지 않는 IFRS4 2단계는 감독자 관점이 아닌 투자자 관점의 회계라는 점에서 감독목적의 지급여력 평가에 적합한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급여력 평가의 목적이 예상 외 손실에 대한 보험사의 흡수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감독 목적과 부합하는 솔벤시Ⅱ 등의 방식을 준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개념있는 뉴스, 속시원한 분석 스페셜경제 
<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승인 2016.07.08  10:50:08
[독자 제보] 스페셜경제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환영합니다.
중요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긴급 제보나 사진 등을 저희 편집국으로 보내주시면
기사에 적극 반영토록 노력 하겠습니다. (speconomy@speconomy.com / 02-337-2113)
유민주 기자 youmin@speconomy.com

재계, 정치, 금융을 담당하고 있는 유민주 기자입니다. 넓은 시각으로 독보적인 분석기사를 작성합니다. 항상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금융당국, 보험계약 IFRS 대응방안 마련한다는데... 기준서 확정 후 '정조준'

보험부채적정성평가 시가평가·할인율 인하 올해 미적용 가능성 커
IASB, 15일 도입시기 논의 시작…기준서 내년 상반기 확정 전망

박종진 기자 (truth@ebn.co.kr) 

등록 : 2016-11-10 10:18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IFRS) 확대 적용 시점이 당초 일정보다 한해 지연된 오는 2021년으로 전망되면서 금융당국이 연착륙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금융당국은 기준서 확정 후 본격적인 대비에 돌입한다는 대전제를 세우고 모든 일정과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당국·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IFRS17(IFRS4 2단계 정식명칭)의 오는 2021년 도입에 대비해 보험업계의 충격을 최소화할 다각적인 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EBN

금융당국 관계자는 "2021년 도입이 예상되면서 현재까지 계획됐던 내용, 새롭게 진행할 부분 등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며 "기준서 확정 후 본격적인 대응 절차에 돌입하는 것 외에 다른 내용들은 계속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준비가 빠르게 전개돼 부담을 느낀 보험회사들의 입장을 고려해 순차적이면서도 확실한 대비를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신지급여력(RBC)제도 등 기존에 논의됐던 내용은 잠정보류될 전망이다. 금감원이 지난 6월 발표한 LAT 제도 변경안에 따라 보험사들은 올해부터 보험부채 시가평가를 도입하고 LAT의 할인율을 오는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낮춰야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LAT 제도 수정 등 기존에 발표됐던 내용을 다시 검토중이고, 신RBC제도는 IFRS17 도입에 맞춰 적용되는 것은 변함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IFRS17 도입 시기는 오는 15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 중 IASB 위원의 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2021년 도입은 내년 상반기 중 기준서 확정을 전제로 예측되고 있는 시기다.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의 내용 및 시행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IFRS4 2단계의 시행일을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황으로, 이달 열리는 회의에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IFRS17 시행 시기가 구체화되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이 이익 유보 확대·자본확충 방안 마련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승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투자자금의 평균 회수기간) 매칭이 보험업계의 최우선 과제로 자산 듀레이션은 확대, 부채 듀레이션은 축소해야 한다"며 "대주주의 자금 여력, 시장 환경 등을 고려하면 자본확충은 마지막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IFRS17 도입으로 생명보험업권에서 '회계적 자본' 부족 가능성은 있지만 신RBC제도 기준 하에서는 자본 확충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위기의 보험사들…신회계 적용시 자본금 3분의 1 토막

[연합뉴스TV 제공]
총자본 59조→17조 감소 추산…고금리상품 많이 판 생보사 타격
"알리안츠 독일본사, 올해 감독규정 변경에 매각 서둘렀을 것"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고동욱 기자 =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 중국 안방보험에 약 35억원 정도의 '헐값'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은 국내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빈 껍데기'만 남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보험업계는 2020년 보험업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이 도입되면 과거 고금리형 장기 보험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충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자본잠식 상태까지 이를 것으로 보여 향후 몇 년간 인수·합병(M&A) 시장에 생보사 매물이 줄줄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새 회계기준 시행을 앞두고 국내 보험사들이 준비 상황은 여전히 미흡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전 보험사로부터 향후 대응계획을 제출받는 등 제도 변화에 따른 대응책 마련을 독려하는 모습이다.

◇ 알리안츠 35억 '헐값 매각'에 보험업계 충격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애초 시장 예상가인 2천억~3천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300만 달러(약 35억원)에 인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보험업계는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자산이 16조6천510억원으로 생명보험업계 11위에 해당하는 기업이 헐값에 팔려나가자 뭔가 다른 요인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너무 낮은 가격이라 알리안츠생명만의 문제로 산정이 이뤄졌을 것 같지는 않다"며 "알리안츠그룹이 아시아 지역의 영업을 재조정하는 등의 전체 전략을 짜는 차원에서 낮은 가격에라도 '털고 나가려' 한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알리안츠생명의 실적이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데다 각종 악재가 쌓인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은 2012년 200억원, 2013년 513억원, 2015년 8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어 가까스로 손실을 면한 2014년(64억원 순이익)을 제외하면 최근 몇년 간 적자 경영상태를 지속했다.

노사 갈등과 영업부진 등 여러 악재가 겹친 것도 알리안츠생명의 헐값 매각을 부추긴 요소로 작용했다.

유럽이 올해부터 보험부채의 시가평가를 골자로 하는 새 자본규제제도(Solvency II)를 적용하면서 독일 알리안츠 그룹이 한국법인을 헐값에라도 시급히 정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유럽의 새 감독체계 아래에서는 한국법인의 재무현황이 독일 본사의 연결 재무제표에 함께 반영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새 감독기준에 대비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 시가평가에 기반한 재무제표를 본사에 보고했을 것이고 독일 본사에서 한국법인의 재무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미리 알아챘을 것"이라며 "한국법인이 본사의 연결 재무제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매각을 서둘렀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새 회계기준 도입 앞두고 '제2의 알리안츠' 출현 예고

문제는 시가평가를 반영한 새 회계기준이 4년 뒤 한국에서도 도입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현재 보험업계에는 2020년 보험사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IFRS4는 총 43개 국제회계 기준서 가운데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2011년 IFRS가 국내에 전면 도입되면서 보험회사도 새 회계기준을 적용받았지만, 보험계약 부문에서는 도입시기를 1∼2단계로 나눠 한동안 기존 회계관행을 인정하는 유예기관을 뒀다.

갑자기 도입하기에는 너무 충격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조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들이 2020년까지 2단계 기준서를 도입하지 못하면 한국이 IFRS 전면 도입국 지위를 박탈당하게 돼 국제 신인도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제도 도입 유예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2단계 기준서는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을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수년간 수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시가평가 기반의 새 감독체계에 대비해 온 유럽계 보험회사들조차 IFRS4 2단계 시행을 앞두고 더욱 만반의 준비를 하는 상태다.

지난해 12월 금감원과 한국회계학회가 개최한 IFRS4 2단계 도입 콘퍼런스에서 중앙대 정도진 교수는 시가평가를 반영한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 방식을 도입하면 보험부채가 2014년 회계 기준으로 볼 때 약 42조원 증가한다는 추산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평가 결과에 IFRS4 2단계 기준을 단순 적용(상품 포트폴리오별 상계 불인정)하면 보험업권의 총자본금이 59조원에서 17조원으로 급감한다는 어두운 추정 결과가 나온다.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과거 확정형 고금리 장기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의 경우 충격이 불가피하고, 자본금이 부족하거나 추가로 확충하지 못하는 경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보험업 건전성 감독기준인 지급여력비율(RBC)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사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수십조원의 자산을 갖고도 수십억원에 매각된 '제2의 알리안츠생명'이 나타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저금리 기조가 심화할 경우 보험업계가 직면하는 상황은 정 교수의 시나리오보다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부채 할인율(시장금리)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추산액이 크게 바뀔 수 있다"며 "할인율 전망을 더 낮게 보수적으로 하면 보험사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제도변화 대응은 '미적'…보험업계 '묵시록' 현실화되나

보험업계에 먹구름이 몰려오는데도 국내 보험사들은 여전히 대응을 미적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보험사들을 상대로 IFRS4 2단계 대응 현황을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대응 태스크포스(TF)조차 제대로 꾸리지 않는 등 준비가 미흡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참다못한 금융감독원은 전 보험사에 행정지도 공문을 보내 지난달 말까지 이사회 결의를 거친 종합대응계획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로부터 대응계획을 제출받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올해 중 IFRS4 2단계 기준서가 확정되면 관련 감독체계도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및 건전성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중이다.

최근 개정된 보험업법 시행령에 보험사의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 기준을 완화하고 지급여력비율(RBC) 산정 기준을 강화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인수·합병 시장에서 국내 보험사들을 역차별하는 요인으로 지목받는 보험사 투자한도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이제 '올 것이 오고 있다'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과거 고금리 시절 금리확정형 장기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들일수록 위기의식이 크다.

생보사 보험료 적립금 중 확정금리 연 7% 이상을 적용해야 하는 규모는 무려 92조4천억원에 달한다.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생보사들은 고금리 상품 때문에 이미 역마진에 노출돼 있는 상태다.

손해보험사는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이 7.6%로 낮은 반면에 생보사는 이 비중이 44.3%로 높다.

지난해 생명보험사가 전년보다 4천억원(12.0%) 늘어난 3조6천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음에도 연중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좌불안석인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장 10년 전에 집중적으로 판매했던 고금리 저축성 보험이 조금씩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곧 회계상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2단계 기준서가 확정되지 않아 향후 부담을 정확히 추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런 와중에 수십조원 규모의 부담 등이 거론되면서 갑갑한 마음과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 임직원 수가 줄어든 것을 보면 위기가 가까워졌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며 "겉으로는 실적이 좋은 듯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멍든 곳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몇 년 사이에 망하는 보험사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법적으로 보험사가 망하면 해당 계약을 다른 보험사에서 인수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이어지면 보험업계 전체가 휘청거리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pan@yna.co.kr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1)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포레
아주 깊이있는 기사네요. 주류경제지 기사보다 훨씬 낫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16-07-12 13:57:46)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1)
재계포커스-기획/특집
자전거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