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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비율 3000% 넘긴 KDB생명…신용등급 강등 '눈앞'1400억 후순위채 즉시상환 위기 건전성 지표도 업계 최저 수준 3000억대 유상증자 추진

Bonjour Kwon 2017. 9. 21. 18:02

 

2017-09-21

KDB생명보험의 재무건전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어느덧 부채비율이 3000%를 웃돌며 기한이익상실(차입금 즉시 상환) 수위에 다다랐다. 추진 중인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 방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신용등급 강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9일 KDB생명의 후순위채 신용등급(AA-) 전망을 ‘부정적’에서 ‘부정적 검토’로 변경했다. 단기간 내 신용도 악화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 따라 등급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는 의미다. 또 다른 국내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지난 6월부터 이 회사 후순위채에 ‘부정적’ 전망을 달아놓고 있다.

 

재무구조 악화로 과거 발행한 대규모 후순위채를 즉시 갚아야 할 가능성이 커진 점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KDB생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897%에서 올 상반기 3178%로 상승했다. 부채비율이 3000%를 넘기면서 이 회사가 2013년(1000억원)과 2014년(400억원) 발행한 후순위채에 붙은 기한이익상실 조건이 충족됐다.

 

채권자들이 사채권자집회를 열어 기한이익상실을 선언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면 KDB생명은 즉시 원리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한다. 특정 회사채의 기한이익이 상실되면 다른 공모 회사채의 기한이익도 곧바로 박탈된다. 이 회사가 2015년 발행한 700억원어치 후순위채까지 상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KDB생명의 보유 현금과 보험료 수입을 고려하면 기한이익이 상실돼도 당장 원리금 상환에 큰 지장은 없을 전망이다. KDB생명의 올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62억원, 지난해 거둔 보험료 수입은 약 3조8000억원이다. 다만 채권 상환에 따른 자기자본 감소로 주요 건전성지표인 보험금 지급여력(RBC) 비율이 떨어질 가능성은 커진다. 이 회사는 현재 후순위채 발행잔액 2100억원 중 1260억원을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KDB생명의 올 상반기 기준 RBC비율은 128%로 국내 생보사 중 가장 낮다. 금융감독원이 보험사들에 요구하는 수준(150%)에도 못 미치고 있다.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인 저축성보험 판매를 늘렸다가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로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38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2021년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토록 하는 새 국제 회계처리 기준(IFRS17)이 도입되면 부채가 늘어나기 때문에 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KDB생명이 자본 확충을 통해 얼마나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증자가 마무리되면 부채비율은 2000% 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KDB생명의 유상증자가 지연돼 RBC비율이 계속 150%를 밑돌고 총자산순이익률(ROA)이 0.25%를 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이 회사 후순위채 신용등급을 ‘A+’로 떨어뜨리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