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10년새 63% 급등에… 호주, 신재생 에너지 정책 포기
2017.10.19
호주 정부가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강화하려던 전략을 포기하고 2020년부터 관련 기업에 들어가는 정부 보조금도 폐지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을 대대적으로 도입하자 전력 공급 불안정과 전기료 급등으로 국민 피해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호주의 경쟁소비자위원회(ACCC)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호주 가정의 전기료는 63% 올랐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이날 각료 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고 "가정과 기업의 전력 공급 안정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며 "전력난에 대비해 발전 기업들이 석탄과 가스, 수력, 배터리 방식으로 생산된 예비 전력을 일정 수준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석탄과 가스 등 전통적 발전(發電) 방식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으로 선회한 것이다. 지난 6월 총리의 과학·기술 고문인 '수석 과학자' 앨런 핀켈이 건의한 '재생에너지 비중 42% 확대안'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턴불 총리는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었다. 그는 "과거 정책적으로 신재생에너지 기업을 지원하고, (석탄 등) 다른 기업은 처벌한 것이 결과적으로 국민 불편으로 돌아왔다"며 "이젠 정부가 나서 에너지 시장의 승자를 고르지 않겠다"고 했다. 전력 공급원을 가리지 않고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새 정책엔 '국가 에너지 보장 정책'이란 이름이 붙었다. 정부 에너지안보위원회는 "이번 정책으로 각 가정의 전기료는 연평균 110~115호주달러(약 9만7000~10만1000원)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는 '1인당 탄소 배출량 세계 1위'란 오명을 벗기 위해 일찌감치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가졌다. 지난 2005년부터 풍력과 태양열 설비 건설을 지원하고 정부 보조금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들어간 보조금은 30억 호주달러(2조 6000억원)에 달한다. 노후한 석탄발전소는 폐쇄 조치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체결을 앞두고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에 비해 26~28%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호주의 전체 전력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06년 9.3%에서 2015년 13.7%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자연 여건에 크게 좌우되는 신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이 발목을 잡았다. 전기 수요는 꾸준한데 풍력과 태양광은 기상 상황에 따라 전기를 전혀 생산하지 못할 때가 적잖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의존도가 47%로 높은 남호주주(州)는 작년 9월 유례없이 강한 태풍이 닥쳤을 때 주민의 절반에 가까운 170만 가구가 정전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지난 2월에는 고온 현상으로 전기 소비는 늘어나는데 풍력 발전을 위한 바람이 불지 않아 심각한 전력난을 겪었다.
전기료도 급등했다. 호주 정부가 2012년 고액의 탄소세를 도입하자 에너지 기업들은 늘어난 세금 부담만큼 전기 요금을 인상했다. 호주 3대 전력 판매 회사도 지난 7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공급이 줄었다"는 이유를 들어 전기료를 최대 20% 인상했다. 최근 "호주 4가구 중 1가구가 전기료 부담에 난방시설 가동을 두려워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자 정부의 녹색 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한때 '탄소 제로(0)'를 주장하며 신재생에너지 강화에 앞장섰던 턴불 총리도 돌아섰다. 그는 작년 9월 "신재생에너지 목표가 과도하게 설정돼 있고 비(非)현실적"이라며 "저공해 석탄 연소 기술을 쓰는 석탄 발전소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야당인 노동당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결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따라 하느냐"며 "2030년까지 전력 50%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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