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은행 실적, '신탁' 수수료와 같이 날았다. 수수료이익 전년대비 62% 증가 ETF 신탁 등 신상품 개발 총력

Bonjour Kwon 2017. 11. 13. 07:50

2017.11.13(월)

[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주요 은행이 3분기 누적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신탁부문 수수료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로 예대마진 수익을 얻기 요원해지자 상장지수펀드(ETF) 신탁, 펫신탁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한 데 따른 효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의 3분기 누적 신탁수수료이익은 5627억원으로 전년동기(3464억원)보다 62.4% 증가했다.

 

신탁은 고객이 믿을 만한 금융사에 돈이나 부동산 등 자산을 위탁하면 해당 금융사가 고객 자산을 운용하고, 관리하고, 처분해주는 것을 말한다.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보이는 은행 주고객들이 저금리 기조에서 예적금으로 1%대 이자를 받게 되는 경우가 늘자 다양한 신탁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탁수수료이익은 국민은행이 214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국민은행이 타 은행에 비해 금전신탁 수탁액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어 KEB하나은행이 1262억원으로 2위를, 신한은행은 1195억원을 3위를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1030억원을 기록해 시중은행 중 수수료 이익이 가장 낮게 나왔지만 작년 3분기와 비교할 때 가장 큰 성장폭을 보였다.

 

국민은행의 경우 수수료이익 중 신탁이익은 3분기 누적 2140억원으로 전년동기(1362억원)보다 57.1% 늘었다. KB금융지주 3분기 실적에서 은행부문 수수료 이익이 27%에서 41%로 확대된 데 신탁수수료 증가가 높은 기여를 했다.

 

KEB하나은행의 신탁수수료이익은 1262억원으로 전년동기(899억원)보다 40.4% 증가했다. 자산관리 관련 수수료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신탁수수료가 가장 크게 증가했다.

 

신한은행의 신탁수수료이익은 같은 기간 663억원에서 1195억원으로 80.2% 증가했다. 신용카드 수수료 수익이 10%가량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우리은행의 경우 신탁수수료이익은 1030억원으로 전년동기(540억원)보다 90.7% 늘었다. 우리은행의 수수료이익은 방카슈랑스 부문에서만 소폭 감소하고 모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30.3%), 수익증권(11.3%)과 비교해도 신탁수수료이익 증가폭이 가장 가팔랐다.

 

은행권의 신탁수수료이익이 급증한 데는 상속・증여를 위한 상품부터 투자를 목적으로 한 상품까지 라인업을 확장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색적인 상품으로는 국민은행이 지난해 출시한 '펫(pet) 신탁'이 있다. 펫 신탁은 가입자가 은행에 돈을 맡기면서 본인이 죽은 뒤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부양자를 미리 지정하면, 은행이 신탁 가입자가 죽은 뒤 반려동물 부양자에게 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은 고객들의 문의가 많아 가입대상동물을 강아지에서 고양이로 확대하기까지 했다.

 

투자 상품으로는 ETF 신탁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ETF 신탁은 자산운용사가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ETF를 신탁 형태로 담은 상품이다. 증권사 고객의 경우 홈트레이딩서비스(HTS)나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등을 이용해 현재 상장된 300여 개의 ETF 중 자신이 원하는 ETF를 직접 매매하지만, 은행 고객들은 HTS·MTS 등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에서 일부 ETF를 선정한 뒤 이를 신탁 형태로 만들어 판매한다.

 

 

다만, ETF 신탁은 일반 공모펀드 대비 수수료가 높다. 직접 ETF를 매매할 때와 달리 가입금액의 약 1%를 선취수수료로 내야 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손잡고 'KINDEX S&P아시아TOP50 ETF'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ETF 신탁 상품을 출시해온 신한은행은 2005년부터 상품을 출시한 국민은행을 따라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라인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파생상품 신탁은 ELS 수요가 가장 많았지만, 최근에는 ETF를 찾는 고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또 하나의 투자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신상품 개발에 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