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9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국내 금융투자업계를 리드해온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또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7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내년 1분기까지 그룹의 중추인 미래에셋대우를 자기자본 8조원의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7조3323억원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에 따르면 올 연말 이익잉여금을 통해 총자본 7조5000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증을 통해 확보할 7000억원을 더하면 국내 금융투자업계로선 전인미답의 영역인 자기자본 8조원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최근 미래에셋대우는 금융당국의 잇따른 제재와 내부거래 혐의 등으로 인해 초대형 IB 경쟁의 전초전 격인 발행어음 사업에서 한국투자증권에 시장을 선점당해 자존심을 구겼다. 업계 리딩기업의 체면을 되찾기 위한 박 회장의 승부수가 통할지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 발행어음 심의 여부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15일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7월 당국에 신청한 발행어음 사업인가 심사가 보류되었다고 공시했다. 심사 보류의 이유는 내부거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개시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컨설팅의 그룹 내 일감몰아주기 혐의라는 게 중론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이 48.6%, 부인 김미경 씨가 10.2%의 지분을, 여기에 세 자녀의 지분까지 더하면 90%가 넘는 지분을 오너 일가가 보유한 가족기업이다. 부동산 임대·관리, 인프라금융자문, 숙박·체육시설 및 부대시설 운영이 주요 사업인 미래에셋컨설팅은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분 9.9%를 비롯해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32.9%, 미래에셋펀드서비스의 지분은 100%를 보유중인 ‘옥상옥’이다.
지난 7월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사모펀드(PEF)를 통해 소유한 블루마운틴 컨트리클럽(CC)의 운영권을 자회사인 와이케이디벨롭먼트에 양도해 대주주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받았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오너일가의 지분이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사는 20%를 넘는 계열사와 거래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와이케이디벨롭먼트는 미래에셋컨설팅이 지분 58.8%를 보유하고 있을 뿐, 박 회장의 지분은 전혀 없다.
일감 몰아주기 혐의가 확정되면 박 회장은 책임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대주주의 도덕성 문제로 발행어음 인가 자체가 보류중인 삼성증권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와는 별개로 미래에셋캐피탈의 단기 자산확충을 통한 금융지주 전환 회피 논란도 풀어야 할 과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미래에셋대우의 지배구조를 오너의 지배구조 유지를 위한 대표적인 꼼수 행태라고 비판해왔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이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이면 당국 인가가 필요없는 종합투자계좌(IMA)에 선점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현재 IMA 사업에 대해 금융당국이 큰 틀의 아웃라인만 잡아놓았을 뿐, 구체적인 세칙까지 마련한 상황은 아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정부 기조상, 사실상 미래에셋대우만 가능한 특정사업(IMA)에 대해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말해 불안감을 드러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이면, 당국 인가 없이 IMA 사업이 가능하다는 뉴스는 오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IMA 업무에 나서려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을 새로 받아야 한다”며 “인적·물적 설비요건, 내부통제 기준, 업무처리 절차, 이해상충 방지 장치 등 여러 심사요건을 통과해야만 사업이 가능하고, 어떤 산규사업이든 행정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장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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