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5
- 文 정부서 '코스닥·벤처펀드' 등 탄생… '탄소펀드·청년펀드' 전철 밟지 않으려면 '수익' 제시 필수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홍종학 중기벤처부 장관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민석 기자]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증권투자·자산운용 업체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정부가 4차 산업 육성과 시장 구조 변화 취지로 코스닥 및 중소·벤처기업 활성화를 피력하자, 증권·운용업계는 코스닥·벤처펀드 등 정부 기조에 맞는 소위 '문재인 펀드'를 이미 운용 중이거나 출시 예고하고 있다.
이에 해당 정책에 따라 등장했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관치 펀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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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 펀드는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생성하는 펀드를 뜻한다. 당국이 펀드 보수체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한다.
관치펀드는 보통 국책은행이 동원돼 첫 자금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민간에서 모으는 방식이다. 정부 주도로 수천억원짜리 정책성 관치펀드가 명패를 걸면, 민간 운용사가 유사상품을 출시해 국민의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문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를 강조하자 코스닥 시장은 연일 활황을 띠었다. 이에 자산운용업계는 올해가 시작된 지 17일 만에 5개가 넘는 코스닥펀드를 탄생시켰다. 지난 한 해 동안 탄생한 4개의 코스닥펀드 숫자를 넘은 수치다.
한국거래소, 한국증권금융, 한국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기관은 1500억원을 출자해 '코스닥 스케일 업 펀드'를 29일 내놨다. 해당 유관기관은 추후 민간 자금을 모아 3000억원 규모로 운용할 방침을 밝히며 정부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지난달 29일 '신한BNPP액티브 코스닥 펀드'를 출시하며 호응했다. 신한 운용 측은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 힘입어 코스닥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이 높다"며 이번 펀드 출시 이유를 설명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지난달 24일부터 6일간 모집한 '키움 코스닥 스마트인베스터 목표전환 증권투자신탁 제1호'가 1000억원을 모집했다고 2일 밝혔다.
KB자산운용은 2일 '코스닥150인덱스펀드'를 선보였다. KB운용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으로 시장이 단기급등 했고 여러 이슈로 추후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출시 배경을 소개했다.
이에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이 긍정적으로 해석된다면 기존에 설정한 중소형펀드에서 코스닥비중을 늘리면 된다"며 "굳이 코스닥에 투자 대상을 한정한 펀드를 출시한 것은 정부 기조에 맞추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31일 '벤처투자촉진법'을 발표했다. <사진제공=중기벤처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서울 역삼동 마루180에서 증권사도 벤처펀드 운용을 허용케 한 골자의 '벤처투자촉진법'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창업법과 벤처법을 새로 조정한 규제완화 성격으로 벤처투자 진입장벽을 낮춰 자금조달 환경 개선을 목표로 삼았다. 또 모태펀드를 정부 정책자금 중심이 아닌 민간 주도로 운용한다는 개편안도 포함됐다.
이 정책에 대해 자산운용업계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촉진법은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규제가 개혁된 것이어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비상장종목을 펀드로 형성해 판매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펀드 구성에 어려움이 있고, 수익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지난해 12월 18일 1조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 조성을 발표했다. 정부에는 이 펀드를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8개 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성장금융이 기업 구조조정의 틀을 시장중심으로 전환하키 위해 마련했고 피력했다.
이 펀드는 모자(母子)형 펀드로 '모(母)'펀드는 위 기관과 은행이 5000억원을 투입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민간기업은 '자(子)'펀드에 참여할 수 있다"며 "아직 참여의사를 밝힌 기업을 밝힐 수는 없지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혁신펀드 출자구조 <사진제공=금융위원회>
하지만 이 방안은 펀드 운용을 한국성장금융이 담당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해당 기관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금융기구 지배구조 개편 당시 정책금융공사가 산업은행과 분리되며 탄생했다. 주요 주주는 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한국거래소 등으로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는 기관이다.
또 이번 정부에서 등장한 성과보수펀드, 사회책임투자(SRI)펀드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정부 연관 펀드의 탄생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주도해 탄생했던 '관치 펀드'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 녹색성장금융과 자원개발 기조에 따라 '녹색펀드', '탄소펀드', '자원개발펀드', '에너지펀드' 등이 탄생했다. 그 가운데 수출입은행이 탄소펀드와 자원개발펀드에 339억원을 투자했다가 102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청년실업, 남북관계,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같은 사회이슈로 말미암아 '청년희망펀드', '통일펀드', '상생·동반성장펀드' 등이 출시됐다. 그 가운데 청년실업해결을 위해 탄생한 청년희망펀드를 위해 조성된 1400여억원은 현재도 용처 없이 은행 예금으로 남아있다.
이 두 정부의 펀드는 수익률 하락과 실적 부진의 이유로 자투리 펀드로 전락하거나 판매가 중단되며 실패를 맛봤다.
이 같은 관치 펀드의 실패 요인은 체계적인 관리의 부재가 꼽힌다. 좋은 취지로 시작된 정부 주도 펀드는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하지만 지속 가능한 설계가 되지 않아 수익 창출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사회·경제 전반에 걸친 문제를 펀드 하나로 해결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안이하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이어 정부가 예산과 정책으로 다뤄야 할 사회문제를 펀드 생성으로 민간 참여를 독려했다는 홍보효과를 노린데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같은 정책 중심의 펀드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수익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수익이라는 매력이 없으면 자산운용사와 소비자가 외면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를 위해 수익 중심의 체계적인 계획 확충과 민간·시장 주도의 펀드 운용이 해결 방안으로 제시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업구조혁신펀드 같은)정부의 펀드 운용이 활발하려면 중소·벤처기업의 리서치 인력이 필요한데 현재는 리서치 인력이 많지 않아 활성화에 의문이 든다"며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 생산을 추구하는 자산운용사에게 있어 정부가 정책 홍보 중심이 아니라 수익을 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금융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좋은 의도로 펀드를 만들어도 운영만은 민간 주도로 옮겨야 한다"며 "공공성도 좋지만 시장의 흐름을 믿고 정부는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기자 rimbaud1871@e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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