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2
[비즈트리뷴=김현경 기자] 신탁업법 분리를 놓고 은행권과 금투업계 간 갈등이 첨예화되는 양상이다. 두 업권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유되는 이번 갈등으로 정부의 신탁업 활성화 계획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지난해 중단됐던 신탁업법 제정 논의가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각 업계 입장차가 큰 탓에 관련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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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업법 분리를 놓고 은행권과 금투업계 간 갈등이 첨예화되는 양상이다. ㅣ hikingArtist.com
신탁업은 주식, 예금, 부동산 등 투자자의 재산을 금융회사가 운용·관리·보관하는 서비스로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에 흡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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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금융위원회는 신탁업이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으면서 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별도의 '신탁업법'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신탁업 유입 촉진, 운용 자율성 확대, 세제혜택 등 신탁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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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금융위는 지난해 신탁업법 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금투업계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추진하지 못했다.
그동안 은행은 신탁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직접 자산운용업을 할 수 있도록 신탁업법 제정을 요구해왔다. 신탁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상품을 빌려 팔아야 했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상품을 기획·판매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신탁 서비스는 법률 행위를 통해 종합적인 재산 관리를 해주는 것이지 어떤 은행 예금이나 증권사 펀드같은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다"라며 "국민들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종합 재산관리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내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업계에서는 신탁업을 통한 새로운 수익원 확보도 가능해져 금융당국에 신탁업법 제정을 계속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금투업계는 신탁업 활성화는 자본시장법 내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인 신탁업을 별도로 분리해 은행 중심의 법 체계를 따로 제정할 경우 규제의 차별 적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지난 5일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취임사에서 "신탁업법 분리는 자본시장법 내에서 해결하는 게 맞다"며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이 파괴되지 않는 이상 신탁업법을 분리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에 어긋난다"고 피력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신탁업법을 분리할 경우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은행권에서 법을 우회해 금융투자업을 직간접적으로 영위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불특정금전신탁의 경우 결국 자산운용의 한 부분이어서, 은행권의 자산운용 진출에 대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10년만에 열리는 부동산신탁업…금융vs비금융 박빙
대형 금융사와 제조업·건설사 등 비금융사 신탁업 진출 준비 착수
금융당국,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 끌어올리는 '메기 효과' 기대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기사더보기 +
2018-02-09 12:59:00
10년간 신규진입이 전무했던 부동산신탁업 신설이 허용됨에 따라 인가 획득을 두고 금융사와 비금융사의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은행과 증권사와 같은 대형 금융사와 건설사 등 비금융사가 신탁업 진출 준비에 착수한 모습이다.
부동산신탁업이란 부동산은 있지만 경험과 자금이 없어 관리나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소유자(고객)가 소유권을 부동산신탁사에 이전해 관리를 위탁하는 제도다. 부동산신탁회사는 고객이 맡긴 신탁재산(부동산)을 효과적으로 개발·관리해 그 이익을 돌려주는 구조로 이뤄졌다.
일반 금융사가 금전(돈)을 신탁받아 운용한 뒤 수익을 배당하는 금전신탁과 동일한 개념으로 금전이 아닌 부동산이란 점에서 다를 뿐이다.
25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신탁업 진출 검토 기업이 금융사 대 비금융사로 갈리면서 이들 간의 박빙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NH농협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이 신탁업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비금융권에서는 제조기업과 건설·시공사 등이 인가 신청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부동산 신탁사 추가 설립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부동산신탁업 신규 진입이 없었던 만큼 기존 11개 신탁사가 서비스 다양성없이 시장 과점을 누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 한 부동산신탁 관계자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금융사의 경쟁력을 더 우선시 볼 수 있다"면서 "기존 부동산업계가 장악한 부동산신탁업에 대형 금융사라는 새로운 메기를 집어넣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BN
뿐만 아니라 금융위는 2016년 초대형 투자금융 육성안을 내놓으며 8조원 이상 자기자본을 갖춘 증권사에 종합투자계좌와 부동산신탁업 허용방침을 밝히며 자산관리 시장의 다양성을 유도해왔다.
현재 부동산신탁업을 영위하는 11개 기업은 △국제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무궁화신탁 △생보부동산신탁 △아시아신탁 △KB부동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코리아신탁 △하나자산신탁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이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은 공시 기준 24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5%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매출로 간주되는 수주 실적도 매년 점증하고 있다.
2012년만 하더라도 11개 신탁사의 수주 총액은 3000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 2016년에는 1조원을 웃돌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진입장벽이 높고 장기화된 저금리와 고령화 및 부동산 호황을 기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채질한 부동산 열기 속에서 호황을 만끽한 셈이다.
문제는 지난 10년간 신규 사업자가 출현하지 않아 이들 11개 기업만의 과점 시장이 됐다는 점이다. 특히 비슷비슷한 부동산신탁 서비스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모처럼 금융당국이 부동산신탁업 신설을 계획함에 따라 금융권에서도 부동산신탁업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은 KB부동산신탁을, 하나은행은 하나자산신탁을 보유 중이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부동산금융 경험이 풍부한 KTB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뿐 만 아니라 부동산 건설사와 시공사 및 일반 제조기업도 부동산신탁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업계는 금융당국이 2~3개 정도 신규 진입을 허용할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 곳만 인가를 내주게 되면 특혜 이슈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인가가 예정된 유력 기업이 있을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 부동산신탁 관계자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금융사의 경쟁력을 더 우선시할 수 있다"면서 "기존 부동산업계가 장악한 부동산신탁업에 대형 금융사라는 새로운 메기를 집어넣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려는 '메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 자본시장 부문에서 검토할 사안으로 아직까지 신설사 개수를 정해놓지 않았고 지금부터 추가인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김현경 기자 kimgusrud16@biz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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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열리는 부동산신탁업…금융vs비금융 박빙
금융당국,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 끌어올리는 '메기 효과' 기대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기사더보기 +
2018-02-09 12:59:00
10년간 신규진입이 전무했던 부동산신탁업 신설이 허용됨에 따라 인가 획득을 두고 금융사와 비금융사의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은행과 증권사와 같은 대형 금융사와 건설사 등 비금융사가 신탁업 진출 준비에 착수한 모습이다.
부동산신탁업이란 부동산은 있지만 경험과 자금이 없어 관리나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소유자(고객)가 소유권을 부동산신탁사에 이전해 관리를 위탁하는 제도다. 부동산신탁회사는 고객이 맡긴 신탁재산(부동산)을 효과적으로 개발·관리해 그 이익을 돌려주는 구조로 이뤄졌다.
일반 금융사가 금전(돈)을 신탁받아 운용한 뒤 수익을 배당하는 금전신탁과 동일한 개념으로 금전이 아닌 부동산이란 점에서 다를 뿐이다.
25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신탁업 진출 검토 기업이 금융사 대 비금융사로 갈리면서 이들 간의 박빙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NH농협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이 신탁업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비금융권에서는 제조기업과 건설·시공사 등이 인가 신청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부동산 신탁사 추가 설립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부동산신탁업 신규 진입이 없었던 만큼 기존 11개 신탁사가 서비스 다양성없이 시장 과점을 누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 한 부동산신탁 관계자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금융사의 경쟁력을 더 우선시 볼 수 있다"면서 "기존 부동산업계가 장악한 부동산신탁업에 대형 금융사라는 새로운 메기를 집어넣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BN
뿐만 아니라 금융위는 2016년 초대형 투자금융 육성안을 내놓으며 8조원 이상 자기자본을 갖춘 증권사에 종합투자계좌와 부동산신탁업 허용방침을 밝히며 자산관리 시장의 다양성을 유도해왔다.
현재 부동산신탁업을 영위하는 11개 기업은 △국제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무궁화신탁 △생보부동산신탁 △아시아신탁 △KB부동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코리아신탁 △하나자산신탁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이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은 공시 기준 24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5% 늘어나며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매출로 간주되는 수주 실적도 매년 점증하고 있다.
2012년만 하더라도 11개 신탁사의 수주 총액은 3000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 2016년에는 1조원을 웃돌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진입장벽이 높고 장기화된 저금리와 고령화 및 부동산 호황을 기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채질한 부동산 열기 속에서 호황을 만끽한 셈이다.
문제는 지난 10년간 신규 사업자가 출현하지 않아 이들 11개 기업만의 과점 시장이 됐다는 점이다. 특히 비슷비슷한 부동산신탁 서비스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모처럼 금융당국이 부동산신탁업 신설을 계획함에 따라 금융권에서도 부동산신탁업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은 KB부동산신탁을, 하나은행은 하나자산신탁을 보유 중이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부동산금융 경험이 풍부한 KTB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뿐 만 아니라 부동산 건설사와 시공사 및 일반 제조기업도 부동산신탁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업계는 금융당국이 2~3개 정도 신규 진입을 허용할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 곳만 인가를 내주게 되면 특혜 이슈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인가가 예정된 유력 기업이 있을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 부동산신탁 관계자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금융사의 경쟁력을 더 우선시할 수 있다"면서 "기존 부동산업계가 장악한 부동산신탁업에 대형 금융사라는 새로운 메기를 집어넣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려는 '메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 자본시장 부문에서 검토할 사안으로 아직까지 신설사 개수를 정해놓지 않았고 지금부터 추가인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