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20
제동걸린 서울 주요단지
국토교통부가 20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서울 양천구 목동과 신정동 일대는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러웠다. 목동에 위치한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7단지와 신정동 소재 8~14단지는 1986년부터 차례로 지어져 올해로 대부분 단지가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긴다. 그러나 서울시가 작년 목동택지개발지구를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관리하겠다고 발표해 재건축이 늘어질 기미가 보이더니 주민들이 현재 2종 일반주거지역인 1~3단지를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환원하자고 나오면서 재건축은 사실상 제대로 진도를 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까지 발표되자 이 지역 주민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목동 주민은 "정부가 이런 식으로 재건축 10년을 늦춰서 대체 뭘 어쩌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일단 2월 안에 빠르게 동의서를 수집해 최대한 법 시행 전에 안전진단 현지조사까지는 마쳐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 조치로 서울에서는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송파구 일부 지역 재건축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재건축의 가장 초기 단계인 안전진단을 어렵게 만들고, 기존에 무난하게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던 `D등급(조건부 재건축)`에 대한 일정 조정까지 할 것을 시사하면서다. `강남 집값 잡기`에 나섰던 정부의 재건축 조이기 2탄 격이다. 다만 강남구·서초구 대부분 단지는 이미 재건축이 완료됐거나 안전진단을 받아둔 상태여서 큰 영향이 없다. 결국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서울에서는 양천구, 노원구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에서 핵심은 `구조 안전성` 비중 확대다. 기존에는 안전진단 종합판정을 위한 평가항목별 가중치가 구조 안전성 20%, 주거환경 40%, 시설 노후도 30%, 비용분석 10%였는데 이것이 구조 안전성 50%, 주거환경 15%, 시설 노후도 25%, 비용분석 10%로 조정된다. 그러나 주민들은 구조 안전성만큼이나 열악한 주거환경과 시설 노후도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비중을 낮추고, 구조 안전성 배점을 높인 것은 실제 `안전`을 생각한 조치라기보다는 재건축을 늦추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정동 주민은 "최근 지은 아파트처럼 잘 지은 아파트가 아니라서 녹물이 나오고 곰팡이가 생기는 등 주거환경이 좋지 않다"면서 "내진설계도 제대로 안 돼 있고 화재가 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무조건 구조 안전성이 중요하니 나머지는 수리해서 살라고 하면 되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목동 주민은 "정부가 주민 안전을 볼모로 잡고 있다. 구조만 안전 문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거환경 배점이 기존 40%에서 15%로 확 낮아지면서 안전진단의 최소 기준인 D등급을 받기도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상계동 주공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은 "상계동의 경우 8·2 부동산 대책에서도 강남과 묶여 피해를 봤는데, 재건축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면서 "안전진단을 하는 데도 돈이 꽤 많이 드는데, 부자 아파트야 관계없겠지만 상계동은 강남과 다르다. 우리만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조치로 강남 따라 가격 상승을 꿈꾸던 목동이나 상계동 등 1987~1988년 준공해 최근 재건축에 시동을 걸던 아파트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함 센터장은 "분양시장과 한강변 재개발로 풍선효과가 우려되고, 압구정이나 개포처럼 이미 안전진단을 받은 강남권 단지가 더 공고한 섬을 쌓게 될 것"이라며 "재건축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연기하는 것인데, 결국 나중에 주거지 노후화와 재생 문제가 터지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남3구에서는 송파구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잠실 쪽 아파트는 이미 재건축이 완료됐거나 중간 단계까지 온 경우가 많지만, 몇몇 대형 단지들은 재건축이 늘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5540가구인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나 4494가구인 문정동 올림픽훼밀리아파트의 경우 안전진단에 아직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꼼짝없이 새로운 기준에 따라 안전진단 등급을 받아야 해 재건축 착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두 단지의 경우 안전진단을 준비한다는 얘기에 집값이 급등한 사례라 집값 조정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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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따를 수밖에…" 구청들 부글부글
최초입력 2018.02.20
◆ 재건축 또 옥죄기 ◆
국토교통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방침에 서울 강남3구 등 주요 자치구는 일단 제도 시행이 확정되면 따르겠다며 정부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다. 다만 지난달 국토부의 재건축 관리처분인가 신청 서류에 대한 외부 검증 지시를 놓고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입장을 바꾼 만큼, 이번에도 피해 우려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할 경우 지방선거를 불과 넉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자치구들이 어떻게 입장을 바꿀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란 전망이다.
20일 매일경제가 이날 국토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발표와 관련해 서울시 강남구·서초구·송파구·양천구 등 주요 4개 자치구청의 입장을 파악한 결과 4개 구청 모두 "정부의 개정시행령이 시행되면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둘러싸고 중앙정부인 국토부와 돌아가면서 한바탕 대립각을 세운 만큼 사사건건 대립하는 것도 기초자치단체인 구청에는 적잖은 부담이다.
재건축 연한 도래 단지들이 집중돼 있어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양천구청 관계자는 "정부가 정한 정책에 대해 지자체가 왈가불가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면서 "일단 정부가 정한 내용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발표된 내용이라 아직 확실한 입장 정리는 못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제도가 확정 시행되면 따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국토부의 관리처분인가 신청 서류 외부 검증 지시에 대해 이달 초 3개 구청이 잇달아 자체 검증을 진행하겠다며 반기를 든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국토부가 3개 구의 반기에 대해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지자체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압박한 데다 기술직 공무원의 경우 서울시가 인사권을 갖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피해가 우려되는 일부 단지 주민들은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로 재건축 연한인 준공 30년째를 맞았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의뢰하지 않은 서초삼풍아파트 주민은 "대수선이나 정비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 재건축을 하려는 건데 구조 안전성 점수가 높아지면 정작 주민들이 힘들어 하는 시설 노후화나 주거환경 문제는 배제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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