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전문투자형)

KKR·칼라일.글로벌 사모펀드는 '스타일난다' 인수 포기이유는?. 키맨 리스크' 창업자 의존증 강한 업체, 성장 가능성 우려.로레알그룹우협

Bonjour Kwon 2018. 4. 25. 08:27

2018.04.24

KKR·칼라일, 스타일난다 인수전 포기

투자 걸림돌 된 '키맨 리스크'

창업자 의존증 강한 업체, 성장 가능성 우려

 

[이데일리 박기주 김무연 기자] ‘스타일난다’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자리를 잡은 스타트업이 최근 인수합병(M&A)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주요 매물을 도맡아 사들이던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은 이같은 벤처기업 인수에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기업의 경우 창업자의 능력에 좌우되는 기업이 많아 사모펀드가 인수 후 기업 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하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KKR·칼라일 등 글로벌 PEF, 스타일난다 인수전 중도 포기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여성의류·화장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난다’를 운영하는 난다와 매각주간사 UBS는 최근 프랑스 로레알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마지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김소희 난다 대표가 보유한 지분 100% 중 약 70%, 매각가는 4000억원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인수전에는 로레알 뿐만 아니라 글로벌 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칼라일그룹·CVC캐피털 등이 참여해 경쟁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사모펀드가 우세를 점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IB업계에서는 사모펀드가 대규모 베팅을 하기엔 스타일난다의 사업 경쟁력이 다른 기업과는 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스타일난다는 김소희 대표의 상품 기획력 등 개인 능력에 의해 성장한 측면이 큰 회사다. 대표가 교체되도 이미 구축된 시스템으로 운영될 수 있는 다른 회사와 다르게 ‘키맨 리스크(Key man lisk)’가 잠재돼 있다는 의미다. 기업 인수 후 경영진을 교체하고 기업의 가치를 높여 다시 매각하는 것이 목적인 사모펀드로서는 이러한 특징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로레알이 책정한 스타일난다의 가치는 5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86억원)의 약 18배다. 최근 M&A 시장에서 기업의 가치가 10배 안팎에서 정해지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키맨 리스크’까지 생각해야 하는 사모펀드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스타일난다가 초창기 매물로 나왔을 때 많은 글로벌 펀드가 인수를 고민했지만, 결국 김소희 대표가 없을 경우 회사의 성장성이 유지될 수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경우가 많았다”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략적 투자자인 로레알이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창업 신화’와 ‘키맨 리스크’, 동전의 양면

 

또 다른 여성 의류 쇼핑몰 ‘난닝구닷컴’을 운영하는 엔라인도 비슷한 사례다. 엔라인은 지난해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를 진행했는데, IMM인베스트나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국내 대형 운용사가 초기에 관심을 보였지만 투자로 이어지진 않았다. 결국 호반건설의 계열사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가 투자를 진행했지만, 당초 예상했던 ‘치열한 경쟁’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최근 IB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프리미엄 식품 배송업체 ‘마켓컬리’의 운용회사 더파머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IPO에 앞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 성장성을 기대한 복수의 투자자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선뜻 수체적인 투자로 이어지고 있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 창업의 신화로 언급됐던 ‘총각네 야채가게’의 쇠퇴는 키맨 리스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창업자인 이영석 전 자연의모든것 대표는 야채 트럭행상으로 시작해 연 매출 400억원 규모의 프랜차이즈를 일궜다.

 

하지만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고, 생과일주스 전문점 쥬씨가 이를 인수했다. 쥬씨 역시 인수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잠재적 투자자에게 투자 안내문을 보내는 등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창업자의 영향력이 사라지자 경쟁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부 벤처기업의 경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발굴하고 소싱하는 데에 탁월한 역량을 갖춘 창업자에 대한 의존증이 강한 편”이라며 “이런 노하우가 시스템화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자가 나간다고 하면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박기주 (kjpark85@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