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동향>**********

中서 굴삭기 없어서 못 파는 두산인프라코어 대리상들과 의리( 리스료 납입 연장)덕에 ‘제2호황기. 운용리스방식(30%계약금.잔금 리스)에호응’.

Bonjour Kwon 2018. 5. 3. 12:29

[생생中國]

2018.04.23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은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5대 메이커 중 하나다. 2010년 2만1800여대의 굴삭기를 중국에 팔면서 호황의 정점을 찍었던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은 이후 고통스러운 시련기를 맞는다. 한·중 밀월 관계가 이어지며 한류 열풍이 뜨겁게 불었던 2013년 당시에도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은 8200여대의 굴삭기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2010년 판매량의 38%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SANY 등 중국 토종 업체의 가파른 성장세와 중국 내 경쟁 심화 탓에 판매량은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오래지 않아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시작됐다. 2015년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은 3500여대의 굴삭기를 팔며 자존심을 구겼다. 중국 진출 이후 역대 최악의 실적(굴삭기 판매대수 기준)이었다.

 

그러던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은 2015년 바닥을 찍은 이후 뚜렷한 ‘V자형’ 회복세를 띠고 있다. 2016년 4600여대에 이어 2017년 1만900여대의 굴삭기를 판매하며 중국 굴삭기 시장점유율 8%대를 회복했다. 올해 들어서는 ‘굴삭기 재고가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업계 안팎에서 돌 정도로 제2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굴삭기 판매 비수기인 1~2월이 포함된 올 1분기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은 5016대의 굴삭기를 팔았다.

 

외형적 성장과 회복세는 숫자로 드러나기 때문에 시장의 큰 관심을 끈다. 하지만 정작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이 사드 충격 이후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회복하게 된 원동력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최근 베이징에서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에 정통한 인사를 만났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 원동력의 정체를 알게 됐다.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은 일반 굴삭기 업체와 마찬가지로 대리상(딜러)과 운용리스 계약을 통해 굴삭기를 중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운용리스는 위험과 소유권을 두산인프라코어 측이 가지면서 계약 상대방에게 굴삭기를 빌려주며 일정 기간 동안 리스료를 받는 방식을 의미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굴삭기 판매가의 30%를 계약금으로 우선 받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24개월 동안 나눠서 리스료 명목으로 수금하고 있다. 굴삭기 업체 입장에서는 대리상의 역량과 대리상과의 관계가 무척 중요하다. 세일즈가 그들 몫이기 때문이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은 중국 전역에 36개의 대리상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중 일부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삭기만 취급하는 대리상들이다. 사드 보복이 한창이던 2015년 사내에서는 대리상과의 관계 재정립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판매량이 급감하는 시점에서 회사는 중대한 결단을 내린다. 리스료 납입 기한을 추가로 연장해 대리상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그들과 ‘공생 관계’를 선언한 것이었다. 두산인프라코어에 정통한 인사는 “당시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대리상의 어려운 상황까지 떠안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이들 대리상은 은혜를 잊지 않고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삭기 매출을 올리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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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충격 불구 대리상과 공존 택해

 

대조되는 사례도 있다. 한 중소 화장품 업체는 2015년 베이징 일대를 커버하던 중국 유통회사와 연을 끊었다. 당시 중국 매출 현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올해 이 회사는 다시 중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지만 한번 끊어진 유통망은 쉽게 복원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당국 주도로 가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고 여긴다. 가령 사드 보복 같은 행태다. 하지만 개인 간, 기업 간 관계에서는 정치적 변수보다 관시를 맺는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진정성’이 더 크게 작용하는 법이다.

 

중국에서는 ‘공상(共商), 공건(共建), 공향(共享)’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이는 함께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공동으로 건설하며 같이 키운 파이를 서로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중국과의 관계 맺기는 항상 정치적 불확실성에 노출되기 마련이지만 마음으로 투자하면 언젠가 상대도 마음을 열게 돼 있다. 이것이 중국에서 말하는 ‘덕(德)’이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daekey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5호 (2018.04.25~05.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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