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5
2년전 법개정…신탁사가 직접 시행
서울 내에서 신탁방식 재건축이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영등포구 소재 여의도 아파트 단지 일대. [매경DB]
부동산 신탁사가 지체되는 재건축·재개발 개발 사업의 '해결사'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지난 20일 서울시 산하에 신탁회사를 만들어 개발이 지체된 뉴타운과 재개발 지역을 맡기겠다고 공약했다. 안 후보는 "출구전략 없이 뉴타운 지정 해제를 하다 보니 뉴타운지구가 방치되고 있다"며 토지 신탁을 통한 '준공영 개발'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신탁사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내세워 난항을 겪고 있는 뉴타운 해제 구역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준공영 방식과는 다르지만 토지신탁을 통한 방식의 개발사업은 민간 재건축·재개발에서도 서서히 확산 중이다.
도입 이후 한동안 성과가 없어 시들했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가격이 안정화 추세로 접어들자 리스크를 줄이고 사업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들어선 '완판' 사례도 속속 나타났다.
신탁방식 재건축은 2016년 3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개정된 이후 등장한 용어다. 법 개정에 따라 신탁사들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단독 시행자·대행자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조합 대신 신탁사가 재건축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분위기가 불붙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다. 실질적인 성과를 낸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장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신탁은 대전에서 10년 이상 지지부진했던 용운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을 '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로 재탄생시키며 분양 개시 3개월 만에 완판 신화를 만들어냈다.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는 2267가구 규모 대단지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올해 초 안양에서 '호계 대성유니드' 분양을 마감했다. 비록 203가구의 소형 단지이지만, 신탁방식 부동산에 대한 '물음표'가 해소될 수 있는 성공 사례라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신탁방식 재건축의 장점 중 하나는 사업 기간을 단축한다는 것이다. 신탁사가 시행자로 참여할 경우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설립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 소요되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통상 추진위와 조합 설립을 하려면 1~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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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는 조합 대신 신탁사가 사업을 진행하니 시공사 선정 등 과정도 수월한 편이다. 서울 신길10구역재건축사업에서 한국토지신탁은 2018년 1월 사업시행자 고시 후 3개월 만에 대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는 서울 내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장에서 대형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재건축 단지들의 임원급 조합원이 연루된 뇌물·횡령·배임 사건은 총 305건에 달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구 소재 개포주공1단지의 재건축조합장이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 법 개정으로 일반 경쟁 입찰 의무화가 제도화됐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조합 임원들은 각종 용역을 제한경쟁이나 수의계약의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신탁방식 재건축은 이런 사회적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 정비사업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신탁사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감독을 받고, 금감원은 정부 기관인 금융위원회 통제를 받는다.
이성룡 IBK경제연구소 경영연구팀 차장은 "특히 은행의 자회사인 신탁사(KB부동산신탁 등)의 경우 사업비와 이주비 등 자금조달에 유리한 면도 있다"며 "사업성 때문에 재건축이 지체된 수도권이나 지방의 재건축 사업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신탁 업계에 따르면 현재 26개의 전국 아파트 단지가 사업 시행자 혹은 대행자 방식으로 신탁형 정비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업 대행자 방식은 조합이 설립된 상태에서 조합을 대신해 신탁사가 사업을 맡는 방식이다. 조합 설립 없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는 건 시행자 방식이다.
시범·공작·수정아파트 등 여의도 재건축, 노원 상계주공5단지, 서초 방배삼호 등이 가장 대표적인 신탁방식 재건축 단지다. 안전진단 강화 규제를 피한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지난 3월 한국자산신탁을 초청해 신탁방식 재건축 설명회를 개최했다.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본격적인 신탁사 선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강남권 대표 신탁 재건축으로 꼽히는 방배삼호는 한국토지신탁(우선협상대상자)과 함께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을 예비 신탁사로 선정한 여의도 공작아파트의 경우 49층 초고층 주상복합 재건축 계획안이 서울시 심의를 앞두고 있다. 서울을 넘어 인천 학익1구역재개발, 부산 범일3구역재개발 등 재개발 사업장도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선택했다. 한편 신탁사들은 향후 시장 확장성을 고려해 전문성 강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삼성물산, SK건설, 포스코건설 등 유력 건설사 출신의 정비사업 경력자를 추가로 영입하고 도시재생본부 내 3개 전담 팀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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