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8
국내 유통회사를 인수합병(M&A)한 주요 사모펀드(PEF)들의 명암이 갈리고 있다. 과거 유통업은 꾸준한 성장과 현금 흐름으로 사모펀드들의 안정적인 투자대상으로 꼽혔지만, 최근 들어 소비자 트랜드가 급변하고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투자 성패가 명확히 갈리는 추세다.
28일 투자은행(IB)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와 네오플럭스 등 PEF는 지난 2015년 안마의자업체 바디프랜드에 투자했다.
당시 VIG와 네오플럭스, 바디프랜드 경영진 등은 유한회사 형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조경희 바디프랜드 회장의 지분 46.7%와 트리니티PE(SBI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LB인베스트먼트 등 기관투자가들의 지분 총 91%를 295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더해 총 투자액은 4000억원에 달한다. VIG와 네오플럭스의 투자금은 이중 약 60%다.
이후 공격적 마케팅과 영업을 통해 바디프랜드는 급성장했다. 인수 당시 560억원 수준에 불과하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833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매출도 57% 가량 증가했다.
바디프랜드의 성공 요인으로는 렌탈 판매방식으로 인한 꾸준한 현금창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한 매출 증대가 꼽힌다. 바디프랜드는 최근 미래에셋대우와 모건스탠리를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작업을 진행 중이다.
증권업계는 바디프랜드가 상장에 성공하면 기업가치가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PEF 투자자들은 3년만에 5배 수익을 거두게 되는 셈이다. PEF 한 관계자는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장 규모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식음료업계에선 할리스커피의 실적이 빛난다. IMM PE는 국내 보험사, 연기금 등과 함께 2013년 할리스 지분 93%를 인수했다. 투자금은 약 820억원이다.
IMM PE는 할리스 인수 후 기존 가맹점 위주에서 지역 거점 대형 직영점 체제로 전략을 수정했다. 커피 업계 선두주자 스타벅스의 성공전략을 벤치마킹 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할리스의 지난해 매출은 1408억원, 영업이익은 153억원을 기록했다. 인수 당시 매출 685억원과 영업이익 70억원에서 각각 두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시장을 장악하고 지난해 망고식스와 카페베네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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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스커피의 플래그십 점포 중 하나인 서울 세로수길점. /할리스커피 제공
사모펀드가 유통업체를 인수한 것은 3~5년 뒤 출구전략을 짜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유통업은 IT·조선·철강 등과 비교해 경기 변동에 따른 가격 폭락 가능성이 크지 않아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LG실트론, 아이리버 등에 투자했다가 상장이 좌절되며 실패한 보고펀드가 대표적이다. 2조원이 넘는 돈을 씨앤앰(현 딜라이브)에 투자했다 매각에 실패한 MBK파트너스 사례도 있다. 케이블TV 가입자가 인터넷방송(IPTV)로 옮겨가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통업도 최근 소비자 선호가 마진이 적은 온라인 시장으로 대거 옮겨간데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그동안의 성공 공식은 통하지 않게 됐다.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MSPE)가 2011년 12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외식 프랜차이즈 놀부는 브랜드와 점포수를 늘리며 외형 확장에 나섰지만 7년째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수 당시 매출 1084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을 기록하던 놀부는 지난해 매출 1015억원, 영업손실 32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아웃도어 업체 네파는 MBK파트너스의 아픈 손가락이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5500억원을 들여 네파 지분 53%를 인수했다. 당시 네파의 매출은 4703억원, 영업이익은 1182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인수 당시 최고조였던 아웃도어 열풍이 사그라들며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네파의 지난해 매출은 3874억원, 영업이익은 329억원에 불과하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14년 7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4조50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도 내홍을 겪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당시 홈플러스 인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 M&A로 화제를 모았다. 홈플러스는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성과급 미지급과 잇따른 자산 매각에 따른 노조의 반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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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 나선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 /홈플러스 제공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는 지난 10일 임직원에게 ‘17/18년도(2017년 3월~2018년 2월) 성과급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고 “아쉽게도 지난해 주요 사업 계획상의 성과 지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전년 대비로도 실적이 악화돼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홈플러스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테스코 시절을 포함해 20년만이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매장 40여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홈플러스 일반노조(옛 까르푸 노조)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전체 142개 매장을 통으로 매각하기 쉽지 않아 돈이 될만한 매장을 개별 또는 지역별로 묶어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며 “리츠펀드 방식 매각은 홈플러스를 껍데기로 만들고 투기자본만 살찌우는 비정의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MBK파트너스가 2013년 인수한 정수기 1위 코웨이(021240)도 정체를 겪고 있다. 후발주자인 SK매직, LG전자 등이 약진하며 점유율이 과거 70~80%대에서 40%대로 줄어든 탓이다. 올 1분기(1~3월) 별도 기준 매출은 5715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소폭 감소했다. 올 들어 주가도 11% 가량 하락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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