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운용.펀드시장

정종숙 우리은행 WM그룹 상무.미국이 강한 경기 개선세.하반기엔 미국증시투자" 긴시간을 두고 정보수집.시류에 편승 않고 ' 중장기Trend '관점투자.

Bonjour Kwon 2018. 5. 30. 08:08

"투자는 낚시하듯… 하반기엔 미국을 낚아라" 본문듣기 설정

기사입력2018.05.30

 

 

"매년 연봉 인상분은 없는 돈이라 생각하고 TDF(Target Date Fund·타깃 데이트 펀드)에 넣으세요. 1년에 한 개씩 TDF에 가입하면 10년이면 10개에 가입하게 되는데 직장인에겐 든든한 노후 대책이 될 겁니다."

 

정종숙 우리은행 WM그룹 상무는 지난 25일 본지와 만나 직장인이 크게 품을 들이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투자 팁으로 TDF를 권유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타깃 데이트(목표 시점)'로 삼고, 그때까지 자산을 최대한 불릴 수 있도록 자산운용사가 돈을 굴려주는 펀드다. TDF는 2016년 국내에 본격적으로 선보인 지 2년 만에 전체 운용액이 1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알음알음 성장하고 있다.

 

정종숙 우리은행 WM그룹 상무는 지난 2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올 하반기에는 미국 4차 산업혁명 관련주와 금융주 투자가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신흥국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이 마를 수 있어 하반기 투자 환경이 좋지 않다”고도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정 상무는 서울 강남에서 10년 넘게 '알짜 부자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해 왔다. '강남 큰손'들을 상대해 온 정 상무지만 일반 직장인에게도 유용한 팁을 소개해줬다. 정 상무에게 올 하반기엔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강남 부자들의 투자법에서 배울 점은 뭔지 등에 대해 물었다.

 

◇"하반기, 낚싯대를 미국으로 드리워라"

 

정 상무는 우선 남는 돈이 있으면 절대 그냥 통장에 두지 말고 적금이나 펀드에 넣어두라고 했다. 그는 "그냥 돈을 놀려두면 이율도 붙지 않고 써버리기 쉽다"며 "인생이라는 경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힘이 넘치는 전반전에 최대한 골을 많이 넣어야 수월하다. 투자를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하반기에는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정 상무는 1순위 투자처로 미국을 꼽았다. 그는 "선진국 중에선 고용 지표 호조를 기반으로 미국이 강한 경기 개선세를 보여주고 있는 반면 유럽과 일본은 경제 지표가 불안한 모습"이라고 했다. 당분간 미국 중심의 글로벌 경기 개선세가 예상되는 만큼,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매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정 상무는 "특히 경기 개선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주와 금리 인상기에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금융주를 주목하라"고 했다. 그는 미국 4차 산업혁명 관련주에 투자하는 'AB미국그로스펀드'와 글로벌 금융주에 투자하는 '피델리티글로벌금융주펀드'를 추천했다.

 

반면 올 하반기 신흥국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경기 개선의 낙수효과로 신흥국 경제도 완만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만 봤을 때는 좋은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투자처를 찾는다면, 대외 영향을 덜 받는 중국·인도의 아시아 내수 기업 중심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올 하반기에 한정하지 않는다면, 신흥국 중에선 베트남 투자가 유망하다고 했다. 정 상무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베트남은 과거 10년 우리나라가 성장한 모습과 비슷한 구조로 커갈 것"이라며 "중장기 투자를 염두에 두고 베트남에 투자하는 펀드 등에 가입하는 게 좋다"고 했다.

 

국내 증시에는 코스피200 등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보다는 종목별로 선별해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정 상무는 "국내 증시는 지난해 강한 상승세에서 벗어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이며, 종목별로 실적과 이슈에 따라 다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선 대형주와 소형주가 적절히 섞여 있고, 액티브하게 운용되는 펀드가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낚시하듯 기다리다 과감히 낚아라"

 

정 상무는 강남 부자들의 투자법도 소개했다. 부자들의 투자법을 '낚시'에 비유했다. 오랜 시간 고요히 기다리다가 때가 오면 과감히 물고기를 낚 듯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지켜봐 온 부자들은 남들이 무관심했던 저평가된 (부동산) 매물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기회가 왔을 때 아주 과감히 투자를 하더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했던 2013년 그의 고객 중 한 명은 강남의 한 아파트 매물이 나오자마자 1주일 만에 매입 계약을 했다고 한다. 그때 당시 정 상무는 성급한 투자가 아닌가 의아했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그 아파트 시세는 매수가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정 상무는 "그 고객은 해당 매물을 꾸준히 지켜보며 적당한 투자 타이밍을 기다렸던 것"이라고 했다.

 

정 상무는 "투자를 잘하는 강남 부자들은 긴 시간을 두고 정보를 수집한 뒤 투자하기 때문에 '당장 어떤 게 뜬다'는 말만 듣고 몰려가지 않는다"고 했다. 한 예로 '남북경협주'나 비트코인처럼 일시적으로 '핫'한 투자처에는 기웃거리지 않는다. 정 상무는 "부자들은 너무 싸게 나온 매물, '모 아니면 도' 식의 '한 방' 투자를 두려워한다"고 했다.

 

이렇게 투자한 뒤엔 '시간을 이기는 투자'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 상무는 "경기의 상승과 하락 가운데서도 언젠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는 부동산이나 금융상품에 투자한 뒤, 긴 호흡으로 가치가 빛을 발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더라"고 했다. '확실하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투자'를 하는 것도 강남 부자의 특징이다. 정 상무는 "비용이란 세금을 말한다"며 "부자들은 세무사 등의 조언을 받아 한 푼이라도 확실하게 아낄 수 있는 길을 찾는다"고 했다. 정 상무는 "강남 부자들의 투자법은 돈이 많든 적든 모두가 배울 만하다"며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며 절세 상품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정 기자 mj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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