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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퇴직연금, 금융당국.무신경한 가입자 대신 분산투자".퇴직연금 저수익 고착화 우려…'디폴트 옵션' 도입 자산배분 강제 유도

Bonjour Kwon 2018. 6. 19. 21:38

2018.06.19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전병윤 기자] [퇴직연금 저수익 고착화 우려…'디폴트 옵션' 도입해 자산배분 강제 유도]

 

금융당국이 퇴직연금의 '디폴트 옵션' 도입을 검토하게 된 배경은 물가상승률 조차 밑도는 저조한 수익률 때문이다.

 

DC(확정기여)형이나 IRP(개인퇴직연금제도) 가입자는 자신이 스스로 상품을 선택해 퇴직연금을 굴려야 한다. 그러나 금융상품이나 투자를 낯설어하는 가입자가 많고 제대로 된 조언을 받기도 어려워 자산운용을 그르치거나 원리금보장상품에만 묵혀두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가입자의 적극적인 의사 표시가 없을 경우 채권과 주식 등의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디폴트 옵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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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가는 수익률= 퇴직연금 성적표는 매번 낙제점에 머문다. 지난해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1.88%)은 전국 소비자물가상승률(1.9%)에도 못 미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2016년 수익률도 1.58%에 그쳐 저조한 성과가 고착화되고 있다.

 

원금만 지키려는 보수적인 운용 구조 탓이다. 실제 지난해 퇴직연금 가운데 은행 예·적금에 넣어둔 원리금 보장형이 전체의 91.6%를 차지했다. 2015년과 2016년 93%대에 비해 소폭 낮아졌으나 통계 작성 이후 90%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현행 퇴직연금 규정은 가입자가 운용 방식을 직접 선택한 뒤 이후 별도의 지시가 없으면 이전의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소극적 운용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후 자금의 원금 보전만을 추구하는 투자자의 소극적인 성향과 운용 과정에서 손실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려는 운용기관의 보수적 관행이 맞물려 현재의 극단적인 원금보장 쏠림현상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퇴직연금 운용에 손을 놓고 있는 투자자의 권한을 사실상 강제로 뺏는 디폴트 옵션의 필요성이 커진다.

 

직접 선택이 어려운 가입자를 대신해 은퇴시점이나 투자 성향별로 구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모델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퇴직연금 운용에 적용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이 모든 선택을 하게 하면 정보의 비대칭성과 시간제약, 금융지식 부족 등으로 정상적인 운용이 어렵다"며 "자산별로 잘 분산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일종의 표준 상품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도 원론적 입장에서 디폴트 옵션의 도입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논의 과정에서 디폴트 옵션으로 넘어가는 전제 조건인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없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과 손실 발생시 구체적인 귀책사유 등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또 퇴직연금 가입자에 대한 설명 의무나 방법 등을 구체화하고 기업과 퇴직연금사업자도 직원에 대한 금융투자교육 등 시장 정보를 주기적으로 제공, 시황에 따라 운용 방식을 교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등 보완책도 논의될 전망이다.

 

◇정부, 퇴직연금 전방위 개선 작업= 정부는 최근 퇴직연금의 저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이 대표적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기금의 기금운용위원회처럼 회사와 근로자를 대신해 퇴직연금을 운용할 독립적인 기금을 만들어 적극적 자산배분을 맡을 전문 대리인(수탁법인)을 둔다는 개념이다.

 

금융위는 고용부와 지난 5월 제도 개선안을 내놓은 바 있다. 퇴직연금 특화상품인 TDF(타깃데이트펀드)에 한해 퇴직연금 자산의 투자한도를 현행 70%에서 100%로 확대해 수익률 개선을 유도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업이 연금 운영을 책임지는 DB(확정급여)형 퇴직연금에 한해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 투자를 허용하기로 했고 은행 예·적금으로만 한정했던 원리금 보장 상품에 저축은행의 예·적금을 포함시켰다. 퇴직연금의 예적금 치중 현상이 심한 현실을 고려해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상품을 추가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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