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9
마트 + 할인점·가전 + 카페…이색매장 결합에 고객들 매력
`롯데슈퍼 + 롭스` 결합한 새로운 매장도 이달 첫선
재미 넘치는 삐에로쑈핑…개장 11일 만에 11만명 찾아
기사의 1번째 이미지이미지 확대
지난 8일 오후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 내 '삐에로쑈핑' 앞. 오후 1시 무렵부터 매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줄은 50m까지 이어졌다. 이마트 측은 "개점 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달 30일에는 입장 줄이 150m까지 늘어섰다"고 말했다.
'만물상'을 표방하며 이마트에서 만든 삐에로쑈핑은 지난달 28일 개장했다. 개장 11일 만인 8일 기준으로 방문객이 약 11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을 열자마자 발 빠르게 매장을 찾은 사람은 대부분 10·20대였다.
이마트가 지난 열흘간 매장에서 신세계포인트카드 사용 고객 데이터와 매출 등을 분석한 결과 20·30대 고객이 전체의 54.1%를 차지했다. 10·20대가 신세계포인트카드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구성비는 더 높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100~200원짜리 과자(열흘간 3만3000개 판매)부터 180만원대 프라다 가방까지 고루 샀다.
롯데마트 수원점에는 특이한 공간이 있다. 스포츠 매장이 있던 1421㎡(약 430평) 매장에 숍인숍으로 들어간 '마켓D'다. 상품은 1000여 개로 제한하고 수입 상품을 절반 이상으로 채운다. 100% 무인 결제만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이 매장 매출은 오픈 두 달 만에 기존 스포츠 매장 매출 대비 4배로 늘었다. 롯데마트는 이 매장을 연내 4개점으로 늘릴 계획이다.
대형마트, 할인점, 슈퍼마켓 등 기존 유통매장 분류 방식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하이브리드' 유통매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으로 쇼핑하는 10~30대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오기 위해 기존 매장의 장점을 합치고 업태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장이 속속 생겨났다.
지난달 대구에서 1호점을 선보인 '홈플러스 스페셜'이 이런 하이브리드 매장의 대표적 사례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대형마트에 코스트코식 창고형 할인점을 접목했다. 같은 품목도 여러 개를 한꺼번에 묶어 가격을 크게 낮춘 제품과 낱개로 파는 제품으로 나눠 나란히 진열한다. 고객이 가격 때문에 창고형 할인점을 선호하지만 정작 찬거리 등 신선제품은 조금씩 살 수 있는 대형마트에 가서 산다는 점에 착안했다.
홈플러스는 올해 동대전, 서울 목동 등 20여 개 점포를 스페셜로 전환한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홈플러스), 슈퍼마켓(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편의점(365 편의점)을 각각 1997년, 2004년, 2012년에 냈다. 6년 만에 새로 선보이는 1호점이다.
롯데하이마트가 구리점에 처음 선보인 '옴니스토어'도 가전매장에서는 냉장고와 세탁기만 판다는 선입견을 깼다. 공간을 가전제품으로 채우는 대신 진열 상품은 줄이고 서가와 카페를 집어넣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옴니스토어는 기존 매장보다 방문객이 25~30% 증가했다"며 "편하게 들르는 젊은 고객이 많아지면서 고객 체류시간도 15분가량 늘고, 프리미엄 가전 판매 비중도 최대 20% 증가했다"고 말했다.
고가 식재료를 파는 프리미엄 슈퍼마켓과 일반 슈퍼마켓 등으로 양분되던 슈퍼마켓에서도 새로운 형태 점포가 나온다. 롯데슈퍼는 이르면 이달 중 경기 시흥점을 '롯데슈퍼 위드 롭스'로 전환해 연다. 10~30대 고객이 주로 찾는 헬스앤드뷰티스토어(H&B) 매장을 숍인숍 개념으로 입점시키기로 했다. 식료품을 판매하는 슈퍼마켓에 화장품과 뷰티용품 등을 함께 진열하는 일본 슈퍼마켓 '코스모스'와 유사한 사례다. 롯데 측은 1호점 반응을 살핀 후 주요 상권에 추가 출점할 계획이다.
기존에 없던 형태의 매장이 출현하는 이유는 온라인이 주된 쇼핑 채널로 떠오르면서 매장을 찾는 고객이 날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7% 늘어난 9조544억원을 기록했다. 음식·식료품(29.9%), 화장품(32%), 음식 서비스(70.2%) 등 기존에는 장을 보러 나가 구매하던 제품이 작년보다 온라인으로 더 팔렸다. 전체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월 19.8%에서 22.9%로 급증했다. 특정 상품을 구매할 때 5번 중에 한 번꼴로 온라인 쇼핑을 이용한다는 의미다.
유통가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에 없는 특별한 재미나 경험을 제공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하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하고 모바일 쇼핑에 익숙한 미래 주요 고객인 10·20대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성장이 정체되면서 업태 간 크로스오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기존 업태 간 융합을 통한 변증법적 발전을 도모하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맛있는 다이어트 푸드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