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2
정부가 비개발·위탁관리형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의 공모 상장 심사 과정에서 예비심사를 생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일반 투자자들에게 리츠 우선주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사모시장 위주인 리츠를 공모시장으로 끌어들여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투자 기회를 넓혀주기 위한 목적이다.
국토교통부는 비개발·위탁관리형 리츠의 공모 상장 심사에서 예비심사를 생략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최대 5개월 걸리는 상장 심사기간이 최소 2개월까지 줄어든다.
그동안 불가능했던 우선주 상장도 허용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모 리츠 상장이 더욱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9월쯤 '리츠 활성화 대책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리츠 시장은 사모 시장 위주로 형성돼 있다. 2001년 선보인 리츠는 작년 186개까지 늘어났지만 이 중 공모 리츠는 5개에 불과하다. 한국리츠협회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공모 시장 활성화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반 국민이 리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각종 장치도 도입할 계획이다. 우선 리츠에 '신용평가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을 하반기 발의한다.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가 리츠에 신용등급을 매겨 투자 접근성을 높이면서 보호장치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은행에서 쉽게 가입할 수 있는 '특정금전신탁'이 리츠를 만들면 공모 의무도 면제해 준다는 방침이다.
업계도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상장 리츠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이랜드리테일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보유한 공모 리츠를 상장했다.
오는 25~27일에는 신한금융그룹이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한 뒤 1140억원 규모를 모집해 다음달 초 신한알파리츠를 한국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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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연 6~7% 수익 ‘공모형 상장 리츠’ 눈길 끄네
2018.07.22
ㆍ매각·임대료로 배당…‘사모형’ 기관 위주, ‘공모형’ 일반인 가능
ㆍ안정적 수익구조에도 ‘주가차익’ 익숙한 국내 투자 풍토서 고전
ㆍ정부, 9월 ‘활성화’ 발표…시중 자금 흡수·구조조정에 숨통 기대
오는 25~27일 공모하는 신한알파리츠가 투자한 경기 성남시 판교역 알파돔 Ⅳ 빌딩 전경. 이 건물에는 네이버, 스노우, 블루홀 등 IT 기업들이 5~10년간 입주할 예정이다. 한국리츠협회 제공
‘미운 오리 새끼’ 공모형 상장리츠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오는 25~27일 신한알파리츠 공모를 앞두고 공모 리츠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상장된 공모형 리츠는 5개. 하지만 국내 증시에서 리츠는 별 인기가 없었다. 상장과 함께 주가가 기다렸다는 듯이 빠졌다. 지난달 코스피에 상장된 ‘이리츠코크렙’도 공모가(5000원)를 밑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한알파리츠가 공모형 리츠산업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모형 상장리츠를 통해 부동산 투자의 흐름을 바꾸고 싶어 했던 정부도 비상하게 지켜보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대대적인 리츠 기살리기에 나설 예정이다.
■ 커피 한잔 가격으로 부동산 투자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서울 빌딩 가격이 급락하자 해외자본들이 몰려들어 싹쓸이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외국인이 헐값에 매입한 서울시내 빌딩은 30개가 넘는다. 강남파이낸스빌딩, 서울파이낸스빌딩, 대우증권빌딩, 힐튼호텔이 그때 넘어갔다. 자기 건물 지키기도 벅찼던 국내 기업들은 그저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이때 정부가 낸 아이디어가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부동산투자회사)였다.
리츠란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배당하는 부동산투자회사다. 6월 현재 인가를 받은 리츠는 198개다. 이 중 193개가 사모형이고 공모형은 5개다. 일반투자자들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리츠는 공모형 상장리츠다. 공모형 리츠는 은행이나 기관투자가(보험·캐피털·연기금 등)에서 자금을 빌려 부동산을 개발한 뒤 증권시장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한다. 이렇게 조달된 자금으로 은행과 기관투자가에 대출금을 상환한다. 투자자들은 매입한 주식수만큼 배당을 받게 된다. 리츠는 배당수익률(1주당 주가 대비 배당액의 비율)이 6~7%이기 때문에 고배당주로 분류된다. 1주 5000원이라면 연 300~350원을 배당받는다는 의미다. 1~2%대인 시중 금리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다.
리츠와 비슷한 간접부동산투자상품이 부동산펀드다. 하지만 부동산펀드는 투자금에 대한 투자수익을 받는다는 점에서 리츠와 다르다. 공모형 리츠는 발행주식의 30% 이상을 일반인들에게 청약해야 하고, 이익의 90%는 배당해야 한다. 이리츠코크렙의 지난 20일 종가는 4490원이다. 커피 한잔의 돈만 있으면 부동산에 간접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리츠협회 관계자는 “부동산 직접투자와 사모형 부동산펀드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을 ‘큰손’과 기관이 가져가지만 공모 리츠는 일반인들에게 분배된다는 점에서 자산불평등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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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츠의 주수입은 ‘임대료’
리츠는 수익구조가 단순하다. 건물을 매입하거나 지은 뒤 임대한 곳에서 수익이 나온다. 임대는 통상 5~10년 정도 장기계약을 맺기 때문에 연 6~8% 수준의 꾸준한 수익이 보장된다. 해당 부동산을 매각하면 리츠가 큰 폭의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어 주주의 배당수익률도 100%가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리츠 주식가치는 큰 변동이 없기 때문에 다른 주식들처럼 큰 폭의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리츠의 리스크는 임차인이다. 임차인이 어려워져 도중에 임대계약을 해지하면 리츠가 손실을 보고 배당수익률이 급락할 수 있다. 얼마나 믿을 만한 임차인이 입주했느냐에 따라 리츠의 주식가치가 달라진다.
금리에 따라서도 리츠 주식의 매력이 달라진다. 금리 상승기에는 임대수익률과의 차이가 줄어들어 아무래도 리츠의 주식가치가 떨어진다. 반면 금리 하락기에는 리츠의 몸값이 높아질 수 있다. 리츠의 기초자산도 리츠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리츠코크렙의 기초자산은 분당에 위치한 NC백화점 야탑점, 뉴코아아울렛 일산점, 뉴코아아울렛 평촌점 등으로 이랜드리테일로부터 임대료를 받고 있다. 이리츠코크렙은 향후 2001아울렛 중계점, 2001아울렛 분당점 등도 추가로 매입해 기초자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리테일이 잘될 경우 이리츠코크렙의 주가도 밝지만 그 반대라면 나빠질 수 있다.
신한알파리츠의 기초자산은 판교역 인근에 위치한 알파돔Ⅳ 빌딩과 용산의 더프라임타워 빌딩이다. 알파돔Ⅳ에는 네이버, 스노우, 블루홀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5~10년간 입주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단 이 건물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의 계약에 따라 10년 내에는 매각하지 못한다.
■ 국내에서 고전하는 리츠 왜?
안정적인 수익구조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공모형 상장리츠는 상대적으로 고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배당만으로는 주가 차익에 익숙한 국내 주식투자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실제 이리츠코크렙은 상장 이후 단 한번도 공모가를 웃돌지 못했다. 사전홍보가 미흡했고, 주가 하락에 대비해 기관 물량에 대한 보호예수를 설정하지 않았으며, 상장 다음날 배당락을 하는 3가지 악재가 겹쳤다는 분석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약세를 전부 설명하기 힘들다. 앞서 상장된 리츠들도 공모가 대비 적게는 10% 많게는 80%까지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국내 리츠는 정책리츠인 주택을 제외하면 오피스에 투자 대상이 편중돼 있다. 6월 기준 주택 투자 비중은 58.3%, 오피스는 26.0%에 달한다. 미국은 다변화돼 있다. 리테일(22%) 투자가 가장 많고 오피스(15%), 의료시설(12%), 주택(12%)이 뒤를 잇는다. 공장(9%)과 호텔(6%) 투자도 적지 않다.
■ 부동산 투기자금 흡수할까
정부가 공모형 상장리츠에 거는 기대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시중 유동자금 흡수다. 저금리시대를 맞아 돈들이 부동산에 몰린 것이 최근 부동산 폭등의 원인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 자금의 상당액을 리츠가 흡수한다면 부동산 직접투자가 줄어들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기업은 부동산에 대한 투자부담 없이 경영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신한리츠는 신한생명과 신한은행이 쓰는 건물을 리츠로 조성할 예정이다. 기업구조조정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기업이 자금 마련을 위해 부동산을 내놓을 때 리츠가 이를 적정가격에 받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리츠 활성화를 위해 오는 9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비개발·위탁관리형 리츠에 대한 예비심사를 폐지해 상장 심사 기간을 줄일 예정이다. 리츠의 우선주 상장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또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의 리츠 투자도 허용된다. 현재 퇴직연금은 부동산펀드 투자는 가능하지만 리츠 투자는 금지돼 있다. 한국리츠협회 관계자는 “리츠는 단기적 주가 시세차익보다 장기적으로 배당수익을 중시하는 상품이어서 장기투자를 권한다”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