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한복판서도 버퍼링 없다…유튜브 위협하는 `블록체인TV`
2018.07.17
각 지역 `네트워크 센터`서 데이터 보내주는 방식 탈피
송출자 비용절감 효과 크고 사용자들은 코인 보상 쏠쏠
■ 신개념 스트리밍 플랫폼 미치 류 슬리버TV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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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이 영상 스트리밍으로 몰리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영상 스트리밍을 즐기는 모습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시스코가 2016년 6월 발표한 '비주얼 네트워크 지수 리포트(Visual Network Index Report)'에 따르면 2020년 라이브 영상 스트리밍은 모든 인터넷 트래픽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같은 보고서에서 가상현실(VR) 영상과 360도 영상 스트리밍 트래픽은 연평균 127% 늘어 2020년이면 2016년보다 60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 모바일 영상 스트리밍 소비량은 2015년보다 150% 급증했고, 연간 이용 시간은 800억시간에 달했다.
고화질 영상을 소비하려는 시청자들은 급증했지만 영상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현재 대부분 인터넷 사용자가 쓰는 콘텐츠 전달 네트워크(CDN) 서비스는 콘텐츠를 빠르게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20년 전 탄생한 기술이다.
CDN 덕분에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들은 원본 콘텐츠가 저장된 서버로 트래픽이 몰리면서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CDN 서비스 회사들은 원본을 미리 복제해 둔 캐시(cache) 서버 여러 대를 네트워크 하단에 설치한 '팝(PoP·Point of Presence)'을 구축했다. 콘텐츠를 캐시 서버에 미리 저장해두면 메인 서버로 트래픽이 몰리는 대신 캐시 서버 여러 대로 트래픽이 분산된다. 따라서 CDN 회사들은 대개 세계 주요 국가 곳곳에 네트워크 거점인 팝을 설치해두고 있다.
세계점유율 1위(30%대)로 추정되는 아카마이(Akamai)의 경우 120여 개국에 걸쳐 1600여 개 팝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글로벌 CDN 시장을 주도하는 아카마이나 라임라이트 네트웍스 같은 기업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초고속인터넷 확대에 기여했다. 그러나 4K, 8K, VR 영상 스트리밍 같은 초고화질·초고용량 영상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선 기존 CDN 회사들은 막대한 네트워크 인프라 증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CDN 시스템에서 발생한 인프라 비용 문제를 사용자 간(P2P) 데이터를 공유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해결할 수 있다는 벤처가 관련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삼성, 소니, 시에라벤처스 등 유명 투자자들로부터 1700만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한 미국 벤처기업 '슬리버TV(SLIVER.tv)'다.
2016년 초 설립된 슬리버TV는 2차원 e스포츠 영상을 3차원의 VR 영상으로 변환시켜 스트리밍으로 제공할 수 있는 특허 기술을 보유했다. 슬리버TV의 e스포츠 영상 스트리밍을 시청하는 사람들은 매달 500만명이 넘는다.
17일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간담회를 연 슬리버TV는 고화질 영상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전송하는 '세타(THETA) 블록체인' 사업계획을 공개했다.
이날 미치 류(Mitch Liu) 슬리버TV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중 삼성VR과 협업의 결과로 탄생한 '테스트넷'을 출시하고, 한국 이동통신사, 가상화폐거래소와도 파트너십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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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버TV가 이번에 선보인 '세타 블록체인'은 슬리버TV의 100% 자회사 '세타 랩스(THETA Labs)'에서 내놓은 새로운 영상 스트리밍 및 데이터 전송 네트워크다. 세타 블록체인은 시청자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남는 컴퓨팅 파워(연산능력)와 ISP로부터 부여받은 트래픽 대역폭을 근처 다른 시청자들과 공유하는 형태로 네트워크가 운영된다. 자신의 컴퓨팅 파워와 대역폭을 공유하는 대가로 토큰(코인)을 벌 수 있다. 토큰은 자신이 '팬(fan)'으로서 지지하는 영상 공급자(스트리머)에게 기부하거나 광고영상을 생략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P2P 방식으로 세타 네트워크에 참여한 사람끼리 서로 영상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어 과거 CDN 네트워크상에서 팝 인프라에 쉽게 닿지 못하던 개도국 사용자들도 보다 나은 품질의 영상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다.
류 CEO는 "글로벌 CDN 회사에서 설치한 팝에서 지리적 거리가 먼 시골 지역이나 인도, 아프리카같이 정보기술(IT)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 사용자들은 고화질 영상 스트리밍을 즐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세타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사람이 다수가 되면 CDN 회사 없이도 콘텐츠 공급자로부터 시청자까지 고품질 영상 스트리밍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세타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CDN 비용도 40~80%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다. 시청자들이 해당 플랫폼에 더욱 오랫동안 머물 인센티브가 생겨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실제로 세타 랩스는 삼성VR과 협력하면서 CDN 의존도를 40% 가량 낮춰 영상 전달 비용을 절감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VR과 협력해 새로운 인앱 결제를 촉진하고, 신규 사용자와 플랫폼 참여도 증가 등의 성과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세타 블록체인 테스트넷은 현재 슬리버TV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운영 한 달만에 슬리버TV는 30만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세타 네트워크를 적용한 e스포츠 플랫폼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슬리버TV 플랫폼에 체류하는 평균 시간이 세타 테스트넷 출시 전 11분에서 31분으로 3배 가량 늘었다.
류 CEO는 "올 12월께 출시 예정인 메인 네트워크가 나오기 전까지 수개월간 6~7개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갑성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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